유교문화박물관 2007 기탁문중 특별전: 창녕조씨 지산문중
지초향기 가득한데 문자향은 그윽하고
민간 소장 국학 자료의 수집과 보존을 통하여 한국학 연구의 활성화에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국학진흥원(원장: 심우영)의 부속기관인 유교문화박물관에서는 <지초향기 가득한데 문자향은 그윽하고>라는 주제로 ‘2007 기탁문중 특별전: 창녕조씨 지산문중’을 개최합니다.
◎ 전시 개요
■ 제목: <지초향기 가득한데 문자향은 그윽하고>
■ 전시내용
- 16세기 후반 영남 퇴계학맥의 우뚝한 봉우리 가운데 하나인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 선생의 학덕을 계승하고 있는 창녕조씨 지산문중에서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들을 소개하는 특별전
전시물: 지산문중 기탁자료 4,000여점 가운데 선별된 총 70점
■ 장소: 한국국학진흥원 유교문화박물관 기획전시실
■ 기간: 2007. 10. 24(수)~2007. 12. 2(일)
■ 개막일시: 2007. 10. 24(수) 11:00
◎ 관람안내
■ 관람시간: 유교문화박물관 관람시간과 동일.
- 하절기(3월~10월): 09:00~17:30
- 동절기(11월~2월): 09:00~17:00
- 매표시간: 관람개시 시간부터 관람종료 1시간 전까지
■ 유교문화박물관의 휴관일에 맞추어 매주 월요일은 휴관.
■ 특별전 내용 안내
▶<기탁문중 특별전>이란?
민간 소장 기록문화유산의 체계적인 정리와 보존을 위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소중한 소장 자료를 국학진흥원에 기꺼이 기탁해 준 문중들의 고귀한 뜻을 기리는 한편, 기탁된 자료 가운데 선본(善本)을 일반에 소개함으로써 민족문화의 보존과 계승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려는 목적에서 연례적으로 개최하는 전시회이다.
국학진흥원은 2002년부터 기록문화유산 수집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한 이래 그동안 각 문중들의 적극적인 호응으로 현재 224,000여점(고서: 72,000여점/ 고문서: 97,000여점/ 목판: 55,000여점)의 국학자료를 기탁받아 소장하고 있다.
▶이번 특별전의 대상인 창녕조씨 지산문중은 어떤 문중이며, 그 가운데 자료를 기탁한 집안은 어디인가?
지산문중은 퇴계 이황의 직전(直傳) 제자 가운데 하나인 지산(芝山) 조호익(曺好益) 선생을 파조(派祖)로 하는 창녕조씨의 지파(支派) 가운데 하나이다. 조호익의 시호를 따서 문간공파(文簡公派)라고 불린다. 이들 가운데 국학진흥원에 자료를 기탁함으로써 이번 특별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을 보탠 집안은 지산문중의 종손가인 지산종택과 방계 가운데 하나인 만취당고택 두 집안이다. 이 두 집안은 지난 4월 고서와 고문서, 목판 등 그동안 대대로 보관해오던 기록문화유산 4,000여점을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바 있다.
▶지산 조호익은 어떤 인물인가?
조호익曺好益(1545~1609)은 자가 사우士友이고, 호는 지산芝山, 본관은 창녕, 시호는 문간文簡이다. 고려 태조의 사위로서 평장사를 지낸 창녕조씨의 시조 조겸曺謙의 25세손이다. 1545년(인종 1) 창원부昌原府 지개동芝介洞(현재의 경남 창원시 북면 지개리)에서 아버지 조윤신曺允愼과 어머니 인동장씨仁同張氏 사이에서 5형제 가운데 넷째로 태어났다.
조호익의 학맥은 어렸을 때와 성장한 이후의 두 갈래로 나뉜다. 어렸을 때의 학맥은 주로 가학(家學)과 밀접하게 연관되는데, 집안의 가학 계통은 일반적으로 백운동서원(소수서원)을 세운 주세붕(周世鵬)과 그의 아들 주박(周博)의 계열에 속한다.
이에 비하여 성장 이후의 학맥은 퇴계 이황과 연결된다. 17세 되던 해인 1561년(명종 16) 중형을 따라 도산서원으로 가서 입문한 이후 이황이 죽을 때까지 10여년간 문하에 드나들었다. 이 때문에 조호익의 교유관계 역시 주로 학봉(鶴峯) 김성일(金誠一: 1538~1593), 서애(西厓) 류성룡(柳成龍: 1542~1607),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 등 이황의 직전(直傳) 제자들과의 교유가 돋보인다.
한편, 제자들로 이어지는 학맥은 주로 제자들의 거주지를 중심으로 크게 세 계통으로 나누어진다. 첫 번째는 관서지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학맥으로, 조호익이 관서지역에 유배생활을 하는 기간 동안 기른 제자들이다.
두 번째는 서울지역의 제자들로서, 유배지로 내왕하면서 가르침을 받은 그룹이다. 1586년에 입문한 청풍김씨 집안의 자제들로, 대동법으로 유명한 김육(金堉: 1580~1658)이 대표적이다. 김육은 수학기간은 짧았지만 지산의 대표 저작인 가례고증(家禮考證)을 직접 전수받았을 정도로 뚜렷한 성취를 보였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1599년 유배에서 풀려나 이주해 와 살던 집안의 세거지인 영천 지역의 제자들이다. 이 지역의 제자들은 주로 유력문중들의 자제들이 중심을 이루었는데, 밀양박씨와 용궁전씨, 연일정씨 그리고 지산의 집안인 창녕조씨 집안이 대표적이다. 지산의 사후 이들 영천 지역의 제자들은 인근의 성주와 인동에서 학문활동을 하던 정구와 장현광의 문하로 자연스럽게 차례로 융합됨으로써 경북 남부 지역의 퇴계학맥 형성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하였다.
학맥과 교유관계가 이처럼 퇴계학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까닭에 조호익의 학문세계 역시 퇴계학이 중심을 차지한다. 성리학의 중심 테제인 이기론(理氣論) 방면에서 그는 화담을 비판하고 주리설(主理說)을 근간으로 하는 퇴계의 이기론을 계승하고 있으며, 수양론에서도 ‘경(敬)’을 수기치인의 요체로 삼는 모습 등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조호익은 특히 예학(禮學)에 밝았는데, 고례(古禮)를 중시하고 예기(禮記)를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특징을 보였다. 이 때문에 퇴계학파의 예학이 16세기에서 17세기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구의 예학과 함께 관절적인 위치를 점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주요 전시자료는?
지산문중에서 국학진흥원에 기탁한 자료 가운데 가장 돋보이는 것은 고서들이다.
이들 고서 가운데 주요 자료 50종 340책을 판본별로 나누어 보면, 활자본이 21종을 차지하는데, 여기에는 초주갑인자, 을해자, 갑진자, 병자자, 무신자로 인출한 금속활자본 18종, 훈련도감자본, 임진왜란 전에 간행된 갑인자체목활자본 등의 목활자본 3종이 있다. 또한 조선 초기 간행된 목판본 27종, 필사본 2종도 포함된다. 이들을 중심으로 주목할만한 전시자료를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고서류
▪초주갑인자(初鑄甲寅字)본
1434년(세종 16)에 주조한 활자로 1580년(선조 13)에 재주갑인자(再鑄甲寅字)가 주성되기까지 150여년에 걸쳐 가장 오래 사용된 금속활자이다. 이 활자로 인출한 지산종택 기탁본은 사기(史記), 의례경전통해(儀禮經傳通解),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 한서(漢書), 주문공교창려선생집(朱文公校昌黎先生集), 의례주소(儀禮注疏) 등 6종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 선을 보이는 것은 의례경전통해이다.
▪을해자(乙亥字)본
1455년(세조 원년)에 만들어진 동활자이다. 세조가 즉위한 뒤에 왕명으로써 안평대군이 쓴 경오자(庚午字)를 녹여 강희안(姜希顔: 1417~1464)이 쓴 글자를 자본으로 하여 개주(改鑄)한 것인 까닭에 강희안자(姜希顔字)라고도 한다. 이 활자로 찍은 지산종택 기탁본은 주례(周禮), 주례집설(周禮集說), 부석음주례주소(附釋音周禮註疏), 주자대전(朱子大全) 등 4종이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 선을 보이는 것은 부석음주례주소이다.
▪갑진자(甲辰字)본
갑인자와 을해자 등 기존 금속활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484년(성종 15) 8월 24일에 착수하여, 그 다음해 3월에 완성된 동활자이다. 기탁본 가운데 이 활자로 간행된 것은 논어집주중정집석장도통의대성(論語集註重訂輯釋章圖通義大成), 맹자집주중정집석장도통의대성(孟子集註重訂輯釋章圖通義大成), 이정전서(二程全書), 후산선생집(後山先生集), 동국통감(東國通鑑), 황조명신언행록(皇朝名臣言行錄)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 선을 보이는 것은 논어집주중정집석장도통의대성(論語集註重訂輯釋章圖通義大成)이다.
▪병자자(丙子字)본
1516년(중종 11)에서 1519년(중종 13)까지 만들어진 활자로, 기존에 사용하던 갑인자에 유실이 생기고 닳은 것이 늘어나 1515년(중종 10) 조정에서 중국판 자치통감의 가늘고 큰 자체를 바탕으로 활자를 새로 주조할 것을 건의하여 주자도감(鑄字都監)의 설치와 함께 주조한 것이다. 기탁본 가운데는 주자어류(朱子語類) 1종이며, 이번에 전시된다.
▪무신자(戊申字)본
1668년(현종 9)에 김좌명(金佐明: 1616~1671)이 호조 및 병조의 물자와 인력을 이용하여 수어청(守御廳)에서 주성한 것으로, 갑인자의 개주 차례에 따라 사주갑인자라고도 한다. 이 활자로 찍은 기탁본으로는 김육의 문집인 잠곡선생유고(潛谷先生遺稿) 1종이며, 이번에 전시된다.
▪목활자본
이들 금속활자본 외에도 갑인자체 목활자본으로 임진왜란 이전에 간행한 국어(國語) 1종과 훈련도감자본 춘추호씨전(春秋胡氏傳) 1종, 창녕 조씨족보(昌寧曺氏族譜) 1종 등 3종의 목활자본도 함께 기탁받아 전시하고 있다. 훈련도감자는 조선 선조 말기에 훈련도감에서 만든 목활자로, 임진왜란 이후 교서관의 인서기능이 마비되자 막대한 병력을 가진 훈련도감이 자급자족책의 하나로 책을 찍어 팔아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해 만든 목활자이다.
▪금오좌목(金吾座目)
조선후기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 모임의 참여자 명단을 적은 책으로, 지산의 후손인 조학신(曺學臣)이 의금부도사로 제작할 때 받은 것이다. 모임을 갖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계회도(契會圖)가 채색 그림으로 수록되어 있고, 다음에는 금오좌목이라 하여 의금부도사로 재직중인 관료의 명단이 함께 기재되어 있다. 모두 4종이 기탁·전시되고 있는데, 구성과 명단은 기재 형식이 거의 동일하나 수록된 계회도는 미세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계회도는 일괄적으로 제작한 후 참석자들이 1부씩 나누어 간직하는 것이 통례이므로 동일한 계회도인 경우 보통 한 집안에 1책 정도가 확인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이처럼 한 집안에서 유사한 계회도가 그려진 좌목이 4종이나 발견되는 것은 아주 드문 경우이다. 이는 조학신이 1767년에서 1768년까지 의금부도사로 재직하고 있던 동안에 4차례의 인사이동이 있었고, 이에 따라 전후로 모두 4종의 서로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른 계회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추정된다. 계회도의 성립과 배포 과정을 연구하는 데 아주 좋은 자료이다. 이번에 전시에서는 4종 모두가 공개된다.
②고문서류
고문서 가운데는 별급문기(조말손과 의성김씨/ 1496년/ 99.0×54.8㎝/ 기탁: 창녕조씨 지산종택)가 눈에 띈다. 이 문서는 조호익의 고조인 조말손(曺末孫)과 그 처 의성김씨가 자식들에게 노비와 토지를 별급해 준 문서로서, 연대가 빨라 자료적인 가치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