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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4일 수요일 맑음
출발, 떠나야 한다는 부담, 설레임, 새벽에 눈이 떠졌다. 5시30분이다. 아침식사를 빵과 복숭아로 하고 짐을 챙겼다. 숙소에서 6시 30분 출발이다. 6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아가씨들이 늦다. 어제 밤에 늦게 도착해서 비까지 오는데, 큰 가방 끌고 숙소 찾느라 해매이고 배고픔 해결하랴 고생하더니....... 무리한 일정인지, 계획이 없는 여행인지 아침에 부스스한 차림에 나타났다. 짐도 대충 챙겨 가방이 엉망이다. 아내와 여유 있게 다니는 우리와는 너무 대조적이다. 아가씨 3명과 함께 버스터미널로 걸어간다. 아가씨들이 끌고 가는 큰 짐이 버거워 보여 자꾸 눈이 간다. 터미널 가까이 와서 아침시장을 만났다. 모두들 아침도 못 먹었고, 먹을 것도 없다고 시장으로 들어갔다. 아내는 따라가고 도로에 모아둔 짐들과 함께 기다리게 되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좋아하고 있다. 출발 표부터 끊어놓으면 좋으련만, 시간이 자꾸 가면서 내 마음도 조급해 진다. 7시가 넘어서 시장에서 나왔다. 서둘러 버스 터미널로 갔다. 똑같은 시간에 출발하는 같은 버스인데, 어제와 오늘 버스비가 다르다. 당일에는 좀 더 비싸다. 아가씨들은 플리트비체를 보고 다시 이곳으로 오는 일정이라 가방을 맡기려고 한다. 가방을 맡기는 곳에 가서 짐을 맡기려고 가방을 모두 넣었는데, 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역에서 맡기기로 했다. 가방을 찾으니 직원이 화를 내며 가방을 돌려주는 것 까지 봤는데.......... 우리는 차 시간이 다 되어서 뛰어 내려가 겨우 버스에 올라탔다.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아가씨들과 헤어지고 말았다. 무거운 혹을 뗀 기분이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버스는 터미널을 빠져나와 달린다. 우리 의자는 유일하게 버스 내에서 마주보는 좌석이다. 버스를 탄 승객중 동양인은 우리가 밖에 없어서 배려한 것이라 생각하며 창밖을 본다. 도시를 순식간에 벗어나 한적한 시골길을 달린다. 숲이 우거진 길을 간다. 지나온 여정이 생각난다. 시간의 흐름을 짐작케 하는 자그레브를 이제 떠나면 다시 오리라는 기약이 없다. 테슬라와 마토스를 만난 곳, 돌담과 골목, 햇살, 지붕색깔들이 기억나는 예쁜 도시다. 90년대 초까지 내전에 시달렸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고 활기찬 도시다. 시간이 허락할 때 마다 세상을 두드리는 여행자로 또 다음 목적지 플리트 비체 호수공원으로 간다.
버스는 2시간 30분을 달려 호수가 있다는 정류장에 도착했다. 차는 이내 가버리고 우리는 숲속에 버려진 미아가 된 기분이었다. 생각 외로 조용하고 한적하다. 두리번거리다가 사람들이 가는 길을 다라 서둘러 걸어간다. 유럽인들이 죽기 전에 꼭 보고 싶어 하는 장소로 유명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에 내리는 사람은 겨우 6명 이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유럽에서 두 번째로 만들어졌다는 국립공원인데, 입구의 화려함도 없고 안내 길도 찾기 어려웠다. 숲속 2차선 도로에 그냥 내려져 눈치껏 앞 사람을 따라가야 했다. 하루에 평균 12000명이 찾아온다고 해서 사람이 많이 보일 것 같았는데, 막상 도착해 보니 썰렁하다. 숲길을 따라가니 입구가 나온다.
호텔이 하나 보이고 몇 개의 작은 통나무집이 있다. 매표소는 작고 소박한 통나무 구조물이다. 간판에 호수 여행지도와 여정, 걸리는 시간이 표시되어 있고, 옆에는 관광객을 실어 나르는 거칠어 보이는 긴 버스가 있다. 우리는 3~4시간 걸린다는 F 코스를 선택하기로 했다. 코스는 E, F, H, B, C 로 5종류가 있다. 먼저 등에 진 배낭을 해결하기로 했다. 매표소에 물으니 호텔에 맡길 수 있단다. 다시 약간 걸어 올라가니 숲속 언덕에 예쁜 JEZERO 호텔이 있다. 고급스러운 호텔이다. 카운터에 물으니 친절하게 열쇄를 주며 가방을 넣으란다. 돈이 없어서 50유로를 환전했다.
다시 매표소에 와서 입장권을 샀다. 지도에 그려진 대로 매표소로 해서 들어갔다. 어디서 왔는지 사람들이 많아졌다. 가족단위의 개인여행객들은 주로 자가용으로 오고 단체 관광객은 대절한 버스를 타고 오는 것 같다. 우리같이 공영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은 드물다. 드디어 사계절은 달리하는호수, 이번 여행에서 1번으로 꼽아 꼭 방문해 보고 싶은 곳에 온 것이다. 이곳은 제일 높은 프로찬스코(해발 639m) 호수를 비롯해 갈로바크 호수, 그라딘스코 호수, 플리트비체 호수, 코즈악 호수, 카루데로바쿠 호수 등 16개의 크고 작은 호수가 산맥을 연결하여 남쪽이 높아 아래인 북쪽으로 흐른다. 숲속의 산책길을 5분정도 걸어가니 고지대와 저지대의 중심에 있는 코지악 호수에 도착한다. 잠시 기다리니 작은 선착장에 배가 들어온다. 처음 만나는 호수는 맑고 깨끗하다. 물속의 고기들이 벌거벗은 듯 시원하게 보여 카메라로 물고기 찍기 바쁘다. 배를 타고 건너편 선착장에 내린다. 주변은 너무 조용하다. 코지악은 가장 크다는 뜻 이란다. 16개 호수 중에 유일하게 배가 다니는 호수다. 배는 전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조용하고 물을 오염시키지 않는다. 100여명이 탈 수 있는 배다. 작은 폭포가 주변에 물이 넘치듯 솟아진다. 또 다시 배가 들어온다. 모두 배에 올라탔다. 배는 유유히 호수 위를 가는데 맞은편에서 또 하나의 배가 온다. 조용하다. 호수를 가로질러 20여분 가서 내렸다. 넓은 초원에 통나무집 식당과 카페가 있고 연기가 오른다. 검은색 나무 벤치들이 줄지어 있다. 아내와 벤치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본다. 배낭에서 육포와 사과, 말린 자두를 꺼내 먹었다. 맑은 물에 물고기들, 호수는 색깔도 멋지고 주변 환경도 차분하다. 이제 걸어가는 코스다. 작은 판자 조각에 가야 할 코스가 화살표로 안내되어 있다. 산책로를 잘 만들어 놓았다. 사람들이 손으로 만들어 놓았는데, 가까이에 있는 나무들을 이용해서 만들었단다. 산책로는 땅과의 사이를띠어서 만들었다. 흐르는 물을 막지 않고 풀도 보호하고 드러난 나무뿌리도 상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들어 놓았다. 호수의 물이 범람하면 산책로가 이리저리 움직인단다. 자연스럽다는 말이 느껴지는 산책로다. 주변을 보면 자연이 인간에게 허락한 유일한 영역이 이 산책로다. 사람들이 줄지어 이 산책로 위로만 걸어간다.
가까이서 보는 호수는 금방 빠져들 것 같다. 모퉁이를 돌아서면 또 다른 모습이다. 깨끗하다는 말로는 충분치 않다. 맑고 투명하다. 물의 켜가 보인다. 고기도 많이 보이지만 물고기는 전부 송어 단일 종이란다. 물위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의, 바삐 움직이는 오리발이 훤히 보여 재미있다. 물고기들은 오리가 와도 도망치지 않는다. 오리가 고기를 잡아먹지 않나보다. 너무 맑아 못 잡아먹는 것일까? 먹고 먹히는 세속의 삶이 아닌가보다. 호수의 빛깔이 정말 보석 같다. 파란하늘색이다. 터키석이란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색이 복합되어 보이는 요술 호수다. 햇빛에 비치면 호수는 커다란 터키석 보석이 된다. 가을에는 옥빛, 에메랄드빛을 띠고 겨울에는 암록 색이 된단다. 호수의 색을 만드는 것은 바위 속에 있는 석회암 성분 때문이란다. 마그네슘과 탄산염 때문에 물 표면에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달라진다고 한다. 캐나다의 보우 호수나 에메랄드 호수와 색깔이 같다. 걸음을 옮길 때 마다 새로운 풍경이 펼쳐진다. 이 호수들은 내려오던 물이 땅속 동굴로 스며들어 만들어졌단다.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는 이끼와 암석, 진흙 등이 함께 어우러져 퇴적되어 천연 댐을 만드는데, 그 댐의 높이가 지금도 조금씩 높아지고 있단다. 상식적으로는 낮아질 것 같은데.........
각각의 호수에는 이름과 높이, 수심을 알려주는 표지판이 있다. Milanovac Jezero, (Jezero는 호수라는 말이다.) 10m 높이라고 표시해 놓았다. 호숫가에 서면 호수 속의 낙엽 퇴적물이 다 보이고 바닥의 흔들림이 느껴지도록 맑다. 수초와 함께 보이지만 모습은 모두 다르다. 자꾸 쳐다보고 있으면 물고기와 함께 마치 물속 세상에 들어와 있는 기분이다. 재미있다. 지루할 틈이 없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풍경이 있다. 보통 식물의 이끼류는 30년동안 1~3mm 정도 자라는데, 여기에서는 같은 기간에 30~90cm 정도 자란다. 이런 현상이 플리트비체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작은 폭포들이 참 많다. 커다란 암벽에 커다란 동굴을 갖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암벽을 올라가보니 또 별 세상이다. 여기가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려있다. 차를 타고 출발한 방문객과 걸어서 배를 먼저 탄 방문객이 만나는 중간 정도 지점이다. 좁은 산책로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우리와 방향을 달리해서 오는 사람이 훨씬 많아 걷기가 불편할 정도다. 뜻 밖에 오늘 오전에 헤어졌던 아가씨들도 만났다. 반가웠다. 짐을 역전에 맡기고 다음 버스로 왔단다. 잘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다. 그런데 우리와 방향이 반대다. 인사하고 헤어졌다. 수초가 많은 곳을 지난다. 물 흐름이 제법 세다. 고기들이 꼬리를 흔들며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 기온이 약간 쌀쌀하다고 아내는 바람막이 옷을 입는다. 아내는 뭘 입어도 어울린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은 얌전해지고 온순한 탐방객이 된다. 주변 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에 몰입되기 때문이란다. 내 마음이 자연의 존재 속에서 정화되는 시간인 것 같다. 산에 가면 누구나 착해진다는 말이 생각난다. 물소리의 진동이 가슴까지 전해지는 것 같다. 야생의 자연모습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나무가 부러져 쓰러져도 그냥 놔둔다. 물속에 길게 잠겨있다. 미생물, 박테리아가 있어 세월이 가면 모두 자연스러워 진다. 자연의 순환에 순응하는 모습이다. 그냥 내버려 둔다. 이 호수의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이유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 같다. 자연 그대로 놔두면 된다는 것이다. 사람의 손이 거의 없는 곳, 이런저런 생각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곳이다. 플리트비체는 요정이 산단다. 물의 노래를 불러 주는 것 같다. 고요함부터 시원함까지 모두 갖춘 자연의 소리에 바람, 숲의 흔들림이 모두 노래로 들린다.
호수 중에서 16번째로 가장 낮은 호수인 노바코비차(해발 503m)에 왔다. 이 호수 끝에는 밀카 폭포가 있다. 총 16개의 호수 중 마지막 호수와 폭포는 코로나 강과 연결된다. 이 밀카 폭포는 작다. 아기자기한 맛이 있다. 19세기의 세계적인 크로아티아의 성악가 밀카 테르니나의 이름을 따서 지었단다. 밀카는 이 호수를 유난히 좋아했단다. 호수를 세계적으로 이름나게 공헌했고 또 보존하는데 많은 노력을 했다. 바위 암벽에 작게 만들어 놓은 기념상이 인상적이다. 그녀의 노래 소리가 이 물소리가 아닐까? 이 호수를 무척 아꼈던 그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것 같다. 이제 언덕을 거슬러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니 광활한 플리트비체의 모습이 눈 아래 펼쳐진다. 78m의 절벽 아래로 떨어지는 거대한 폭포가 눈에 들어온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높은 폭포다. 이 호수에는 92개의 폭포가 있다. 웅장한 것도 있고 부드럽게 솟아지는 폭포도 있다. 그 특징과 모습이 모두 다르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 태생이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추고 있는 것 같다. 폭포는 봄에 물의 양이 많은 때 더욱 가관이란다. TV에서 본 여행기에 여기를 방문한 소설가 은희경씨의 말이 생각나다. 같은 것, 다른 것, 옳고 그름, 안과 밖 등과 같이 2분법으로 설명 할 수 없고 시간과 공간을 현실과 상상을 넘나들며 자신을 빠져들게 하는 곳 이란다. 굽이를 돌때마다 지루하지 않은 것은 살아있기 때문이라고.......
요정들이 사는 플리트비체 호수 낯선 곳에 잃고 온 보석처럼 자꾸 뒤 돌아 보게 하는 곳
우리도 너무 아쉬워 언덕 위 전망대에서 한참을 내려다보았다. 하늘과 바위, 숲들 사이에 푸른 호수들의 그 모습이 너무 섬세하고 신비로웠다. 보고 싶은 기대 이상의 감동이다. 여러 번 여행을 다니지만 이런 풍경, 이런 감동은 또 처음이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호수다. 멋진 호수를 뒤로하고 산책로를 넘으니 사람들이 모여 있다. 입장 하던 곳으로 실어다 주는 버스를 기다기기 위해서다. 오후 1시 30분이다. 잠시 후에 버스가 온다. 서둘러 버스를 탔다. 제일 먼저 탔다. 재미있는 차다. 꼭 탱크를 탄 느낌이다. 탱크를 타 본 적도 없지만........ 처음 출발했던 입구에 도착했다.
이제는 여기를 빠져나가야한다. 스플릿으로 가는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려고 매표소 앞으로 갔다. 낡은 A4 용지 한 장, 오래된 시간표가 붙어있다. 메모하기 귀찮아 카메라로 시간표를 찍었다. 디카는 참 편리하다. 두브로브닉 446km, 스플릿 230km, Rijeka 180km 라고 쓰여 있다. 스플릿을 가는 버스는 13: 50분, 14: 30분, 15: 45분, 이렇게 오후에는 3번있다. 터미널이 따로 없어 길가에 섰다가 잡아 타야한다. Jezero 호텔에 가서 짐을 찾았다. 요그을 받을 줄 알았는데, 공짜란다. 호텔에서 환전을 조금하고 길로 나왔다. 버스를 기다리는 통나무 정류소에는 우리밖에 없다. 잠시 후에 한 가족이 온다. 생각보다 날씨가 흐려 서늘하다. 이슬비가 내리니 이제 춥다. 반대편 자그레브로 가는 버스는 자주 오는 것 같다. 버스가 와야 하는데......... 약간 불안한 생각으로 기다린다. 2시 30분이 넘으니 좀 초조해 진다. 2시 40분에야 반가운 버스가 왔다. 올라타니 차안은 히타가 돌아가 온기가 있다. 너무 감사하다. 주로 단체여행객이거나 자가용 관광객이라 우리 같은 사람이 드물다. 버스는 숲속을 달린다. 잠시 후에는 초록 벌판을 달린다. 레스토랑이 있는 작은 마을에서 잠시 쉬더니 또 달린다. 오가는 차도 별로 없다. 멀리 하얀 돌산이 나오기 시작한다. 우리가 달리고 있는 위치가 고지대인지, 멀리 산봉우리들이 눈 아래 펼쳐진다. 어떤 산맥을 넘어가는 것 같다. 왼쪽 절벽 넘어 완만하지만 산들이 이어져 거칠어 보인다. 보스니아 같은 느낌이다. 이제 차는 내려간다. 계속 내려가는데, 눈 아래 마을이 보인다. 길가에는 종종 폐허들이 보인다. 경사 급한 언덕에 성탑이 보이고 성채에 수직으로 꼽힌 깃봉에 커다란 크로아티아 국기가 펄럭이는 마을이 보인다.
Knin이라는 마을이다. 제법 큰 마을이다. 우리 차는 마을 버스정류장에 들어선다. 택시기사들이 사람을 기다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파트도 있는 마을이다. 잠시 후에 다시 버스는 마을을 벗어나 달린다. 계곡 물을 이용한 가두리 양식장이 보인다. 주변은 회색빛 거친 돌산이 파란하늘아래 펼쳐져 있어 분위기가 이제는 다르다. 나무도 없는 회색빛 분위기다. 황량한 작은 산이 성처럼 이어진다. 작은 언덕위에는 스테판 성당같이 2개의 탑을 갖고 있는 새로 지은 교회가 당당하게 서있다. 평지를 달리니 작은 마을 입구에 돌비석들이 세워진 묘지가 나온다. 깔끔하다. 돌 암벽이 차 길 따라 이어지더니 교통 표지판에 스플릿 66km 남았다고 쓰여 있다. 오른쪽에 커다란 산을 끼고 돌아서니 커다란 호수가 나타난다. Perucko Jezero 다. 황량한 주변 경관과 어울리는 호수다. 호수와 같이 달리다보니 강이 되어 흐른다. 숲이 없는 황량한 분위기는 바다를 만나려는 신호인 것 같다. 아내는 멀미를 한다. 속이 울렁거린 단다. 먹은 게 없으니........ 이제 다와 가는데....... 봉지를 꺼내더니 드디어 일을 저질렀다. 아내가 힘들어 보인다. 점심 먹은 것이 없으니 더욱 힘드나보다. 드디어 도착했다. 돌산아래 바다를 앞에 두고 펼쳐져있는 SPLIT이다. 바닷가를 옆에 둔 곳이 버스터미널이다. 반갑다. 오후 6시 30분이지만 아직 해가 가득하다. 버스에서 내리니 몇몇 삐끼 아주머니들이 ROOM이라는 글씨를 써서 들고 서있다. 60세가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끈질기게 붙는다. 아는 숙소도 없다. 가격이 적당하여 할머니를 따라가기로 했다. 하룻밤 묶을 것인데.........약간 뚱뚱한 할머니는 부지런히 우리를 끌고 간다. 당뇨로 걷기도 불편한 할머니는 승리자인양 걸어가는데 약간 언덕길이라 거친 숨소리가 들려, 뒤따라가는 우리는 무척 맘이 졸인다. 짐이라면 들어드리겠는데........
10분정도 걸어서 숙소에 도착했다. 옛날 건물이다. 3층에 있는 작은 아파트다. 방 2개에 화장실 하나, 복도 끝의 주방이 전부다. 주인 할아버지 카를로 영감님과 인사를 했다. 숙소는 오래되어 낡았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금방 담배를 꺼내 물고 땀을 닦는다. 두 분 만 사신다. 삶이 힘들어 보이는 분들이다. 짐을 대충 풀어놓고 집을 나섰다. 숙소 건물에는 ISTARSKA 13 이라고 쓰여 있다. 걸어서 다시 바닷가로 나오니 기분이 좋다 아내도 이내 기분을 회복해서 웃고 있다. 아내가 예쁘다. ⓘ에 들러서 지도를 얻었다. 드디어 스플릿에 왔다는 것이, 아드리아 해의 푸른 바다위에 떠있는 유람선을 보니 실감난다. 늦은 오후 길게 누운 태양이 따듯하게 바다를 비춘다. 하얀 대리석이 깔린 바닷가의 산책로에 들어섰다. 크로아티아에서 두 번째로 큰 스플릿 항구다. 푸른 바다에 하얀 대리석 바닥이 대비되어 깨끗한 도시 모습이 첫인상이다. 군데군데 야자수가 서 있고, 그 뒤편으로 바다를 향하도록 의자를 놓은 노천 카페건물이 길게 늘어서있어 관광지인지 항구도시인지 헷갈리게 한다. 낡은 건물이지만 세월과 함께 견고함을 보여준다. 오래된 도시가 품고 있는 옛날이야기가 많은 곳 같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유고로부터 독립을 위해 치열한 전투를 치룬 곳이라는데, 그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도 마냥 온화해 보인다. 석양에 비치는 배들이 보기좋다. 분위기가 맘에 든다. 축제가 열린다. 내일 8월 5일이 Victory and Homeland(Thanks giving Day)로 전야제 행사가 있단다. 농사에 대한 감사절이 아니라 독립에 대한 감사절 이란다. 퇴역 군인들이 광장에 모여 군악을 울리며 행사를 한다. 무슨 내용인지 모르지만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다. 해는 져서 어두워진다.
어디에서 구수한 생선 구이 냄새가 난다. 아내와 바닷가를 산책하다가 냄새를 찾아가보니 싱싱한 생선을 숯불에 굽고 있다, 전어 같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불판 하나에 50여 마리를 굽는다. 정말 맛있어 보여 사먹으려고 줄을 섰다. 생선을 달라고 모두 아우성이다. 돈을 내려고 하니 공짜란다. 아내는 힘들게 줄을 서서 생선과 빵을 받았다. 나는 카메라를 들이대고 굽는 곳으로 들어가 열외로 생선과 빵을 받았다. 선착장에 앉아 먹는데, 꽁지부터 머리까지 모두 먹어서 버릴게 없다. 정말 맛있다. 뚱뚱한 아저씨가 코가 빨갛게 되어서 신나게 먹고 있다. 있어야 할 술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식빵에 먹으니 이것이 저녁이다. 배탈 난 아내는 이것을 먹고 속이 좋아졌다.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종이접시에 받아온 생선을 즐겁게 먹고 있다. 아직도 모여 있는 사람들 속의 숯불 판의 생선연기는 우리들의 코를 즐겁게 해준다. 더 먹고 싶었지만 워낙 사람들이 많이 밀려있어 엄두가 나지 않았다. 불판 3군데에서 구워대는 데도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삶을 사랑하는 따듯한 사람들이다. 그냥 구경만 해도 너무 흥겨운 사람들이다. 술이 있을법하다고 몇 번을 생각해도 술 취한 사람도, 술 먹는 사람도, 아니 술병조차도 구경할 수 없어 이상한 동네라고 생각했다. 매우 치안이 안정되어 있는 도시다. 순수하고 착한 사람들만 사나보다.
산책로에는 젊은 댄스 팀(힙합댄스)이 카세트에 음악을 틀어놓고 춤을 추고 있다. 빙 둘러선 관객들은 음악에 맞추어 박수를 치며 격려하고 있다. 어두운 밤인데 사람들이 점점 많아진다. 가족단위가 많다. 은은한 불빛아래서 꼬마들이 즐겁게 놀고 있다. 그냥 걸어도 좋은 시간이고 앉아있기만 해도 즐거운 장소다. 사람들은 현대인인데, 주변은 모두 중세풍이다. 시간을 건너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대리석 돌로 만들어 놓은 의자에 앉아 본다. 유난히 꼬마들이 많다. 오래된 건물들이 조명 빛에 은은히 버티고 있다. 골목길에도 사람들이 많다. 편안히 쉬고 싶은 멋진 곳이다. 내일 잠시 보고 드부로브닉으로 가려했는데, 하루 더 머물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왔다.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자그레브를 떠나 플리트비체의 멋진 풍경을 마음속에 담고 무사히 스플릿에 도착케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아내는 벌서 코를 곤다. 맛있는 생선구이 냄새가 코를 스치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