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엉겅퀴> 라이너 쿤체 지음, 전영애 박세인 옮김, 봄날의 책
라이너 쿤체는 독일의 시인이다. 서정시인으로서 압축과 생략의 효과를 이렇게 잘 살릴까?
또 시의 포착력에 감탄하게 된다.
일상의 순간을 재조명하고 의미화하는 그의 능력은 시인의 전범이 될만하다.
시에 나타나는 유머감각도 부럽다.
시집 제목인 '은엉겅퀴'와 '녹슨 잎 알펜로제'를 옮긴다.
은엉겅퀴
뒤로 물러서 있기
땅에 몸을 대고
남에게
그림자 드리우지 않기
남들의 그림자 속에서
밫나기
녹슨 잎 알펜로제
꽃 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 핀다
자갈 무더기 속에서도 돌 더미 속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 차례 =
I 명상
명상
그때면
야행(夜行)
빠른 야행
자살
의미 하나를 찾아낼 가능성
은(銀)엉겅퀴
녹슨 잎 알펜로제
인간이라는 말
죽어 가는 나무들 아래서
작은 개
현실 같지 않던 오월 어느 날
여름에 날마다 5시 30분이면
보리수 꽃핀다, 그리고 밤이다
II 키 큰 나무숲
지빠귀와의 대화
민감한 길
키 큰 나무숲은 그 나무들을 키운다
우화의 끝
예술의 끝
단기 교육
조각 습작 세 점
검열의 필요성에 대하여
한 잔 재스민 차에의 초대
아픔새[鳥]
뒤셀도르프 즉흥시
장벽
III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게
사랑
둘이 노 젓기
푸른 외투를 입은 그대에게
매일
아침의 수리
어느 계절에나 가는 산보
기차 타고 가기
십일월
보리수
당부, 그대 발치에
IV 시
시학(詩學)
만국어 동전
자동차를 돌보는 이유
푸아드 리프카
큰 화가 제슈에 대한 전설
남십자성
시인 출판인
시적, 폴로네이즈적 순간
하이쿠 교실
노령의 하이쿠
V 메아리 시조
동아시아 손님
메아리 시조
위로를 모르는 시조
어느 분단국을 위한 씁쓸한 시조
서울, 궁(宮)
서울의 거리 모습
서울의 선교
메가메트로폴리스 서점
노명인과의 드라이브
오죽(烏竹)
절 너머
옛 문체로 쓴 한국의 귀한 옛날 일
하지만 노래 속에서는
VI 나와 마주하는 시간
흩어진 달력종이
뒤처진 새
종말의 징후
젊은 젤마 메어바움-아이징어 시인을 위한 묘비명
나와 마주하는 시간
사물들이 말이 되던 때
인간에게 부치는 작은 아가(雅歌)
늙어
말을 잃고
우리 나이
우리를 위한 하이쿠
이젠 그가 멀리는 있지 않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