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연이 있다면 나에겐 천성산이다. 고교를 졸버후 대학시험에 낙방하고 찾은 곳이 이름도 몰랐던 천성산.
양산 중방, 버스서 내려 지게꾼에 이불을 지게하고 물어 찾아간 곳이 이곳인데, 내원사 앞의 토굴까지 갔으나,
스님이 출타중이라. 다시 지겠군과 함께 성불암에 왔다. 상당한 거리였다. 그기 외사채 하룻밤을 자고,이쁜 20대의
여자분이 기도중이라, 스님 생각에 옆방의 총각과 문제 생길까봐, 익성암으로 소개해 보내주었다. 익성암에서
매일 도시락을 얻어 내원사 산지기와 산을 타고, 그 뒤 가사골, 안적암으로 옮겨 1년 지내고 서울로 올라갔던 것.
당시는 아스팔트도 없는 첩첩산중이라, 서창의 포수가 올라와 호랑이를 보았다고 했던 그리움의 시기였다.
어제 뜻있는 해병들과 함께 모처럼 천성산을 올랐다. 원래 어제 간 천성2봉을 천성산, 지금 1봉을 원효산이라고
했는데 공무원들이 지 멋대로 바꾸었다. 나는 해마다 연말 정초면 천성산을 오르는데, 올해는 이것으로 정초 산행
까지 마무리 해야겠다. 지난 2-3년 산을 많이 타지 않아 체력이 떨어져 있다. 어제는 전문 산꾼인 지원호 후배가 뒤를
받쳐주어 쉬지않고 절앞에서 곳장 올랐는데, 앞에가는 박종선, 김성곤 후배들의 빠른 속도에 부러워.. 해병 군기빠져
선배를 두고 내 뺀다고 한 소리했지만 든든한 지원호 후배가 속도를 조절하여 뒤에서 이야기하며 리드해 주어 고마웠다.
천성산은 언제나 맑고 고고한 느낌이다. 정상의 공기는 차가웠지만 그래도 해병끼리 모여, 소주 한 고뿌. 막걸리 한 잔.
강선배가 어제 김장했다고 돼지고기 수육을 삶아 가지고 와, 그 정이 눈물겨워 많이 먹다. 하산은 중앙능선길로 오다가
내원사로 바로 내려오는 길, 평소 내가 자주 다니던 길로, 산행인이 거의 없다. 산꾼 지원호 후배와 다른 이들도 처음이라고
낙옆이 쌓여 낙옆속애 파묻혀 걷다시피.. 내원사 절이 보이는 전망대에서 김성곤 후배가 말꿈 버섯을 발견 제법 높은 곳이라
따기 어렵다는 것을 내가 스틱으로 밀어 부치니 떨어졌다. 선배가 땃으니 줍는 것은 후배가 하고, 웃으며 내려왔다.
산행전 입구 등나무집에 약백숙과 가져간 능이를 주어 두 마리 푹 삶아 3시까지 준비토록 하였는데, 우리가 정각 3시에
식당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만나면 즐겁고 한잔 걸치면 더 줄거운 것이 해병, 운전하는 지후배와 나는 삼가고, 강, 박, 김 해병
셋이서 소주 5병가량 마시는 것을 보니 술이 댕기지만 참았다. 계산 할려니 산에서도 기압 빠져 선배 두고 앞서 가던 박종선
후배가 살짝 계산 했다고.. 진짜 기압 너무 빠졌다 하고 웃었지만.. 그 담백한 마음 모를리 있나., 조만간 해운대서 한번 갚아줄께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만나면 즐겁고 대화하면 코드가 통하는 사람들, 원죄가 해병이니 어쩔거냐? 산과 해병 함께 하니 즐거울 수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