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구치 지로 칼럼] 주가 상승이 가려지는 일본의 위기 / 3/11(월) / 한겨레 신문
2024년 들어 일본의 주가(닛케이 평균주가)는 계속 상승해 2월에는 1989년 말로 매긴 버블 붕괴 전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확실히, 기업 실적은 호조로, 주가 상승에는 근거가 있는 것일 것이다. 이로써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에서 벗어났다고 말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GDP 성장률은 2023년 6~9월, 9~12월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였고, 2023년 GDP는 독일에 밀려 세계 4위로 밀려났다. 실질소득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물가 상승을 임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2023년 일본에서 태어난 아이의 수는 75.8만 명으로 최저를 기록해 인구 감소는 처음으로 80만 명을 넘어섰다. 일본 사회의 축소에 제동은 걸리지 않았다. 혼인수는 48.9만쌍으로 전후 처음으로 50만쌍을 밑돌았다. 젊은 사람들은 일본의 미래에 희망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애초에 호경기는 수출로 돈을 버는 대기업이 이끌고 있고 호황의 원인은 엔화 약세에 있다. 통화 약세는 수출기업에 혜택을 주는 반면 수입물가 상승을 불러와 일반 소비자의 부담은 늘어난다. 엔화 약세는 2010년대 중반부터 제2차 아베신조 정권이 추진한 대규모 금융완화의 '성과'다. 그러나 그 혜택이 극히 편중된 형태로 배분되고 있다.
옛날에는 GDP가 늘어나면 임금도 오르고 주가도 상승해 사람들이 다니는 회사의 업종에 상관없이 삶의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식으로 여러 경제지표들이 좋든 나쁘든 같은 방향을 향해 움직였다. 거품경제의 절정기는 30여 년 전이었고, 나는 아직 사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됐다. 호사가 생긴 세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세상 전체가 향락을 쫓고 들떠 있었던 것은 잘 기억한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지표가 제각각으로 움직인다. 한 나라에 살면서 GDP 산출에 동참하는 인간들 사이에서 어느 곳에는 햇빛이 내리고 다른 곳에는 차가운 비가 내리는 형태로 다른 효과가 미치고 있다. 주가 상승은 자산가를 더욱 풍요롭게 하고 있다. 한편, 도시에서는 무료의 식료 배포에 줄을 서는 사람이 증가해 노토반도 지진의 이재민에 대한 지원도 진행되고 있지 않다.
호황의 혜택이 쏠린다면 이를 시정해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부를 늘린 기업이나 부유층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이를 불우이웃에게 돌리는 것이 정책의 과제다. 그러나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은 그런 정책을 취할 사명감을 갖고 있지 않다. 이 정권이 추진하는 것은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를 확대해 일반 서민에게 주식이나 투자신탁을 사도록 권장한다는 정책이다. 지금부터 주식을 사는 것은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는 서민들에게 당신도 주식으로 돈을 벌라고 선전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장래를 향해 확대를 계속한다면, 주식에 투자하는 것도 이식의 유력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나 인구가 급속히 줄어드는 일본에서 성장이 가능할지 나는 의문이다.
올해 들어 일본 정치에서는 자민당의 비자금 조성이 최대 화두다. 얼마 전에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중의원 정치윤리심사회에 출석해 정치와 돈에 관한 의혹을 풀자고 설명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여기서 언급하지 않겠다.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기시다 정권의 지지율은 침체를 계속하고 있다. 자민당 내에서는 기시다 총리 밑에서는 중의원 선거를 치를 수 없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기시다 수상이 당내의 반발을 억제하기 위해서, 이번 봄부터 여름에 걸쳐 중의원을 해산해, 총선거를 실시한다고 하는 관측도 있지만, 자민당내에서 기시다 내리기의 움직임이 퍼져, 젊은이나 여성을 신수상으로 앉히고 이미지 일신을 도모한다고 하는 관측도 있다.
정국의 향방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주가 상승은 일본의 경제와 사회가 빠져 있는 심각한 위기를 덮는 효과를 가지며, 정치인들은 자금 의혹을 둘러싼 국민의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정치의 재편을 꾀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선거가 치러지면 돈 문제도 중요하지만 일본의 사회, 경제 살리기를 위한 정책 논쟁이야말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