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심방세동 환자라면 무조건 NOAC을 써야 한다.”
신규 경구용 항응고제(New Oral Anti-Coagulant, NOAC)를
절름발이로 만들고 있는 족쇄를 풀어달라는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파른 고령화로 인해
심방세동에 의한 뇌졸중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NOAC에 채워진 족쇄로 인해
최첨단의 효과적인 무기들은 놔두고
낡디 낡은 재래식 무기로 싸워야 하는 현실이
한심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미 유럽과 북미 등 선진국에서는
신규 심방세동 환자에 NOAC의 처방비율이 20%를 넘어섰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와파린 실패’라는
허들을 넘어야만 NOAC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독일 하이더베르그대 베르너 하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에어백을 쓰지 않고 사고가 난 후에나
에어백을 달게 해준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의약뉴스는 최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뇌졸중학회 추계학술대회
‘Stroke Updata 2014' 현장에서 NOAC 출시 후
변경된 선진국의 심방세동 가이드라인과
항응고제 처방 현황을 소개한 베르너 하케 교수를 만났다.
독일 하이더베르그대 베르너 하케 교수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
에어백을 쓰지 않고 사고가 난 후에나 에어백을 달게 해준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의약뉴스는 최근 제주도 신라호텔에서 개최된
대한뇌졸중학회 추계학술대회 ‘Stroke Updata 2014' 현장에서 NOAC 출시 후
변경된 선진국의 심방세동 가이드라인과 항응고제 처방 현황을 소개한 베르너 하케 교수를 만났다
◇심방세동이 무서운 이유는 ‘뇌졸중’ 때문
“심방세동은 그 자체로는 크게 위험한 질환이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방세동이 중요한 이유는
바로 뇌졸중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심방세동을 제외한 모든 조건이
동일한 쌍둥이가 있다고 가정하면,
심방세동이 있는 쪽의 뇌졸중 위험이 5배 더 높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뇌졸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심방세동은
연령에 따라 크게 증가하는데,
현재 40세인 사람들의 경우
4분의 1은 심방세동을 겪게되며,
고령화로 인해 20년 후에는
그 빈도가 두 배로 증가할 것이라고 그는 전망했다.
그만큼 심방세동으로 인한 뇌졸중 환자들 역시
크게 증가하리라는 지적이다.
◇비타민K 길항제, 효과적이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방세동에는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었다.
다만, ‘제대로 복용하면’이라는 단서가 문제다.
하케 교수는
“지난 수십년간 심방세동에는
뇌졸중을 예방하기 위한 강력한 약이 있었는데,
바로 비타민K 길항제가 그 것”이라며
“정기적으로 잘만 복용하면,
뇌졸중을 7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아스피린이 심근경색을 예방하는 효과가 20%전후이고,
스타틴이 심혈관질환을 예방하는 효과 또한
20% 전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70%의 뇌졸중 예방효과는
다른 질환에서는 보기 힘든
강력한 효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비타민K 길항제는 ‘굉장히 까다로운’ 약이어서
이를 대체할 새로운 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타민K 길항제를
‘굉장히 까다로운 약’이라 평한 이유에 대해 그는
△같은 용량에서도 환자별로 반응이 다르고,
△치료용량도 아주 다양하며,
△제대로 작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채혈해야 하고,
△아주 흔한 음식이나 약물과 상호작용이 잦으며,
△무엇보다 뇌출혈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실제 심방세동 환자에서
제대로 비타민K 길항제를 사용하고 있는 경우는
유럽이 약 70%, 아시아는 약 50%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연구가 아닌 실생활에서는
이보다 더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유럽, NOAC 비중 20% 돌파...아시아는 너무 낮아
그나마도 심방세동 환자에서
비타민K 길항제 조차 사용하지 않는 환자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하케 교수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신규 심방세동 환자의
약 40%가 여전히 비타민K 길항제와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있으며,
20%는 NOAC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나머지 40%의 환자들은
뇌졸중 예방을 위한 어떠한 조치도 받고 있지 않거나
아스피린만을 투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그는
“아시아의 경우 50%의 환자가
항응고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특히 NOAC의 처방비중이 크게 낮다”고 지적했다.
이와는 달리 유럽에서는
이미 심방세동 신규환자 가운데 NOAC를
처방받는 환자만 20%를 넘어섰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하케 교수는
“3년 전 출시 이후 NOAC의 점유율이
20%까지 확대됐는데, 더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뇌졸중 예방에 있어 (NOAC이)
최소한 비타민K 길항제와 동등 이상의 효과가 있고,
특히 치명적인 뇌출혈 예방에는
더 우월하기 때문에
(점유율 확대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확언했다.
나아가 그는
“효과나 안전성 뿐 아니라 편의성도 중요하다”며
“NOAC은 하루 한 알이나 두 알이면 되고,
채혈이 필요 없으며, 음식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없다”고
점유율 확대를 자신하는 배경을 덧붙였다.
하케 교수는 “만약 와파린이 NOAC이 나온 지금에야 개발되고 있는 약이라면 급여가 적용되겠는가”라며
“뇌출혈 위험만으로도 임상자체가 중단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건당국이 신약이라면 허가하지도 않았을 약을 비용이라는 이유로 쓰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NOAC의 약가가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더 비싼 약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VKA 실패 후 NOAC 인정,
교통사고 경험하고서 에어백 달라는 격
이처럼 아시아에서 NOAC의 처방 빈도가
낮은 이유에 대해 그는
“국가별로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과학적인 근거보다 재정적인 영향이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우리나라처럼 1차 치료제로
와파린 등을 사용한 후에야 NOAC을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비타민K 길항제에 실패한 환자에서
쓰도록 하는 것은 에어백이 없는 차를 타고서
사고가 난 후에야 에어백을 달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힐난했다.
만약 그러한 규정이 있다면
누구도 동의하지 않을,
논리에서 벗어난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하케 교수는
“이러한 논리는 뇌졸중으로 인해
발생할 비용을 고민하지 않은 것”이라며
“뇌졸중은 개인에게도 비극이지만,
가족이나 정부에도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는
“현재 심방세동 환자에게 일어나는 일은
암 환자에게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암 환자와 가족들은 정부를 향해
최선의 치료와 이를 위한 정부의 지원을
강력하게 요청하는데 반해
신경계 환자들은 그렇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한국의 동료들에게 뇌졸중에 대한
서포트 기관(환우회 등)이 얼마나
강한지 물어보고 싶다”며
“(서포트 조직이) 최소한 와파린과 동등한
예방력에 훨씬 안전한 치료제에 대해서는
처방을 확대하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학계와 환우회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그는
“만약 와파린이 NOAC이 나온 지금에야
개발되고 있는 약이라면,
뇌출혈 위험이 두 세배에 이르고,
사망률은 두 배에 이르며,
혈액 체크를 자주해야 하고, 상호작용도 높고,
적절하게 용량이 관리되는 환자가 35%밖에
되지 않는다면 급여가 적용되겠는가”라며
“뇌출혈 위험만으로도
임상자체가 중단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보건당국이 신약이라면 허가하지도 않았을 약을
비용이라는 이유로 쓰라고 하는 것"이라며
”그렇다고 NOAC의 약가가
그렇게 비싼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더 비싼 약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심방세동 신규 환자에겐 100% NOAC을 써야
그가 생각하는 NOAC의 이상적인
처방비율을 묻는 질문에 하케 교수는
“신규 심방세동 환자라면, 100%”라고 잘라 말했다.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환자들을 관리가 까다로운 비타민K 길항제에
노출 시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심방세동 환자에서
초치료를 위해 비타민K 길항제를 투여할 만한
논리적 근거가 없다”며
“이 같은 주장에는 이의가 없을 것”이라고 확언했다.
다만 그는 이미 와파린으로 관리가 잘 되고 있는
만성 환자에게 굳이
NOAC을 처방할 이유는 없다고 전제했다.
하케 교수는
“이미 비타민K 길항제를
5년간 잘 사용한 환자가 NOAC으로 바꾸는 것을 묻는다면,
저는 아들의 입장에서 바꾸지 말라고 말한다”며
“컨트롤이 잘 안되거나 다른 변수가 없는 이상
바꿀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만일 비타민K 길항제를 사용하던 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는
NOAC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실례로 과거에는 비타민K 길항제를 사용하던 중
수술이 필요하게 된 환자들은
투약을 중단해야 해 뇌졸중의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투약 중단기간에
NOAC을 사용하는(Bridge) 경우도 있다.
이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은
수술 후에도 NOAC을 사용하기 원하지만,
대부분은 급여의 문제로 NOAC을
사용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하케 교수는
“재정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NOAC을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면서
“매월 INR을 체크하는 비용부담까지 고려한다면,
신약의 부담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생각하는 NOAC의 이상적인 처방비율을 묻는 질문에 하케 교수는
“신규 심방세동 환자라면, 100%”라고 잘라 말했다.
새롭게 심방세동을 진단 받은 환자들을 관리가 까다로운 비타민K 길항제에 노출 시킬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