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부산까지 ktx타고 와서 도시 철도를 이용해서 해운대까지 갔습니다. 그리고 전철에서 내려 1번 출구로 나가니 바로
버스 터미널이었습니다. 20분쯤 기다려서 울산행 버스를 타고 일광까지 갔습니다. 일광에서 KBS 1TV 녹화를 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서울에서 뒤따라온 KBS 피디님과 만나서 현지 녹화를 했습니다. 두시간 가량 함께 걸으며 촬영을 한후 피디님은
기장에서 서울로 가시고 우리 부부는 계속 걸어서 용궁사를 돌아보고 나오는데 바로 용궁사 뒷쪽으로 나무에 갈맷길 리본이
달려 있었습니다. 부산에 새로 생긴 < 갈맷길 >코스였습니다. 부대가 있던 곳을 새로 개방해서 만든 길인데 정말 바닷가를
끼고 송정 해수욕장까지 걷는 길은 아름답기 그지 없었습니다. 사람도 없는 고즈넉한 길을 부부가 손잡고 소풍하듯 걸었습니다.
계속 걸어 철길을 넘어 경사진 고개길을 걸으니 달맞이 고개로 이어졌습니다.
해운대에 도착하니 어둠이 깔리고 해운대는 불야성을 이루고 있더군요.
일광에서 해운대까지 자동차로는 14Km인데 갈매못 길로 걸으니 산을 끼고 빙빙 도는 길이어서 30km를 걸은 거지요.
8시가 너어 해운대 모텔에 들어갔는데 저의 남편 맥 못추고 피식 쓰러지더군요. 저도 겨우 씻고 쓰러져서 아침까지 죽은듯이
잤습니다.
용궁사 전경
용궁사 연등
그리고 오늘은 늦잠을 자서 7시 30분에 해운대를 출발해서 걷기 시작해서 (아침에 일찍 문을 여는 식당이 없어서 전날
사뒀던 우유와 비스킷으로 아침 해결 ) 광안리 해수욕장을 지나 <갈매못> 길안내 리본을 따라서 계속 걸었습니다.
부산에는 <갈매못>이란 부산 둘레길이 생겼는데 일광해수욕장에서 에서 위로 더 올라가서 <일랑 >이란 곳에서부터 시작 되는데
700리 길이라고 합니다.
용궁사에서 송정에 이르는 길도 아름답지만, 광안리 해수욕장 길부터 오륙도에 이르는 <이기대>길이야 말로 명품길중에서도
가장 뛰어난 명품길로 KBS TV 인기 드라마 <적도의 남자>촬영지이기도 합니다.
길을 얼마나 잘 만들어 놨는지 감탄했고 풍경 또한 얼마나 기막힌 절경인지 사진찍느라 바빴습니다.
이기대 바닷가에는 낚시꾼들이 많았습니다.
지친 남편입니다.ㅋㅋ
사진에서 보는 이 두분은 광안리에서 만난 교수님 부부인데 부부가 이기대 길 걸으시러 나오셨다가 저희 부부를 만나
오늘 하루 동행해 주시고 준비해 오신 점심도 저희 부부와 나눠 드셨습니다.
사진은 점심 나눠 먹는 모습입니다. 정성들여 준비해 온 유부 초밥인데 맛있게 싸 왔더군요.
사모님께서도 대단한 걷기 고수여서 혼자 유럽 여행을 한달간 다녀오신 분이셨어요. 길에서 고수님을 뵌거지요.
교수님께서도 스페인 산티아고를 걸으셨다고 하셔서 반가웠고 얘기거리도 많았습니다.
오륙도에서는 싱싱한 해삼과 멍게를 샀는데 4만원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해삼 살때 저 털멍게를 골라 넣으셨는데 털멍게를 손질해서 반으로 갈라 거기에다가 소주를 따라 주셨는데 멍게향과 함께 마시는 소주가 별미라는 남편의 시식 평가였어요.
그런데 햇볕은 뜨겁고 땀을 비오듯 흘리니 어찌나 갈증이 나는지 다리 아픈 것보다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었어요.
가져간 물은 바닥이 났는데 이기대의 가파른 계단길은 정말 숨이 차서 증기 기관차 소리를 내며 헉헉 댔습니다.
그런데 숨가쁜 계단길을 헉헉대며 올라서니 빙과 장수가 있었는데 교수님께서 빙과를 사주셨어요.
아! 그렇게 맛있을수가 없었어요.그런데 시원함도 잠시! 갈증은 더했습니다. 끈적끈적한 단맛이 느껴지며 <타는 목마름>으로
입술이 탔습니다.
신선대 올라가는 길
드디어! 신선대까지 갔습니다. 뙤약 볕에 해운대에서 신선대까지 간겁니다. 여기까지 읽으셨으면 박수쳐 주세요.
77세의 우리 영감에게요.ㅋㅋ신선대에 올라갔다가 내려 오는길에 빙수를 파는 가게가 있었는데 빙수를 사서 게걸스럽게
먹었습니다. 아니 먹어 치웠습니다.
그런데 저녁 7시부터 동래 문화원에서 제가 강연을 해야했어요.
동래에 있는 문화원까지 가려니 외진곳 이어서 버스도 택시도 없는 거예요.
갤럭시 노트로 콜택시를 부르려니 안되는 겁니다. 문자도 수신이 안되더군요.
당황해서 하는수 없이 부산에 절친한 분이 계셔서 콜택시좀 불러 보내 달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손수 운전을 해서 신선대까지 오셔서 강연장까지 태워다 주셨습니다.
원래 주최측에서 해운대로 저를 데리러 오기로 했던 건데 제가 너무 많이 걸은 거지요.
토요일인데다가 어린이날이어서 차가 밀려서 왕복하기엔 시간 안에 댈 수 없다고
택시를 불러 타고 오라는 거였어요.
동래로 가는 도중에 남편과 교수님은 제가 강연 하는 동안 남포동 가서 그 유명한 완당을 드신다고 중간에 내리셨어요.
50년전에 우리 부부가 남포동에서 완당을 먹어봤는데 남편이 완당 얘기를 했더니 교수님께서 안내를 하신거지요.
강연은 문화회관 소극장에서 했는데 2.30대의 젊은이들이 객석에 꽉 찼더군요.
지금까지 수도없이 많은 강연을 다녔지만 오늘처럼 기분 좋은 강연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초롱초롱한 눈빛들이 빛나고 톡톡튀는 반응이 돌아와서 저도 7시부터 9시가지의 두 시간 강연을 즐겁게 마쳤습니다.
열광적인 기립 박수를 받은 건 제가 강연을 잘해서는 절대 아니고 73세의 제 나이에 보낸 박수란 걸 잘 압니다.
사인도 하고 사진도 엄청 많이 찍었습니다.ㅎㅎ
그동안 교수님 부부는 제 남편과 시간을 함께 해주시고 부산 역 앞에 있는 아주 깨끗하고 기분좋은 모텔까지 안내해 주셨더군요.
길에서 만난 좋은 인연 열심히 가꿔 나갈 생각입니다. 정말 좋은분들이었습니다.
강연장까지 데려다 주신 분은 제 강연까지 들어주신 후 늦은시각 모텔까지 데려다 주시고 가셨구요.
고맙기 이를데 없습니다.
오늘 걸은 이기대길 너무나 아름다웠던 그 풍경은 제 가슴속에 바탕 화면으로 깔았습니다!
여기까지 쓰고 시각을 보니 새벽 두시네요.
그리고보니 오늘이 아니라 어제 얘기가 됐네요.
갤럭시 노트로 쓰려니 눈이 아물거립니다
띄어쓰기도 틀렸고 오타가 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갤럭시 노트(휴대폰)로 이렇게 긴 수다를 떨었으니 다샨번 박수!를 쳐 주셔야합니다.ㅎㅎ
사진도 휴대폰으로 찍은 사진입니다.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은 나중에 여행 끝나고 차차 올리도록 하겟습니다.
내일,아니 오늘은 태종대를 거쳐 다대포가지 갈 예정입니다만 거기까지 못 간다 해도 상관 없습니다.
못가겠으면 거기까지만 가는 거고, 더 갈 수 있으면 그렇게 가는 거지요.1차때는 내달려 걸었지만
2차때인 지금은 탄력있게, 융통성있게 즐기며 슬로 워킹을 할 겁니다.
남편은 지금 옆에서 앓는 소리까지 내며 잡니다.
이상한 마누라 때문에 개고생 (표현이 상스럽습니다만 망설이다가 걍 썼습니다. 할머니의 뻔뻔함이지요)
미안하고,고맙고.그리고 너무 측은하고 가여워서 영감 손 꼭 잡고 잘 겁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제 긴 수다를 읽어 주셔서~
이 글은 제 블로그에 올렸던 글입니다.
마침, 모텔에 컴터가 있어서 블로그에 쓴 글을 옮겨 봤습니다.
첫댓글 안나님처럼 멋지고 의미있게 아름다운 노후를 보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꺼 같아요~
참 보기 좋아요~~^^
그리 말씀해 주시니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 남편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그래서 느리게 느리게 걷고 있습니다.
부산 오셨으면 차랑재 오셔서 차라도 한잔 마시고 가셨으면....
아무 것도 모르니 그런 곳이 있는 것 도 모르고 간 걸요.ㅎㅎ
차 한 잔 마시고 갔으면 숨차게 걷다가 한 숨 돌렸을텐데용
아쉽습니다.
아, 미리 연락을 좀 할 걸.. 요즘 내 정신이 이래요. 풍경님, 쏘리~
날씨가 더워서 많이 힘드셨군요 ,바깥양반께서 연세도 연세이니만큼 너무무리를 하신다면 큰고생시켜드리는 거네요 ,
오늘도 걷는다아마는 정처없는이발 길이안인 목적이있는 길이니 영광스러운 길이아님니까
부분께 박수를 드리면서 ,천생연분이시란걸 느꼇네요
남편이 저때문에 고생을 하지만 실은 남편이 저보다 더 걷고
싶어합니다. 그런면에서 천새면분인 거 맞습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대단한 그 해안길....꼬불 꼬불 돌고 돌아내는 그 길고 지루한 길임에도
함께하신분들과 의기 투합 하셨으니 또한 좋은 추억입니다
고수는 고수를 알아보는가 봅니다.
강연도 하시고....그 초롱한 눈망울에 마른대추 할매의 깐깐함을
당연 과시하셨으리라.
아이들에게도 산교육이 되었을 겝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