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 TV에서 방영된 인간극장 “꽃순이와 나무꾼”으로 인하여 맺어진
가족들이 있다.
이십대 초반 젊은 나이에 북한군에서 근무하다 세계일주를 향한 꿈이 있어
단신으로 휴전선을 넘어 귀순한 리영광 씨와,
이러저러한 역정 끝에 정선의 오지 단임골에서 홀로 살아가는 그를 찾아
여생을 함께 하기로 한 박안자 씨의 알콩달콩한 이야기에
서울의 어느 젊은 부부가 단임골을 찾아든다.
정선의 때묻지 않은 자연과 그 속에서 동화되어 살아가는 그들을 보고는
또 하나의 오지인 동강이 굽어도는 귤암리에 둥지를 틀었으니
그 분들이 우리 카페의 여행가방님 부부고,
개마고원서 살다 6년전 단신으로 탈북하여 중국 베트남 캄보디아를 거쳐
어렵사리 한국에 들어와서는
좋은 남편만나 삼척 하장의 오지 중봉계곡에
흙벽돌로 집을 짓고 살아가는 숙희네 부부,
그 네들도 인간극장을 보고는 단임골을 찾아 부모로 모시는 예를 갖춘다.
함경도를 고향으로 둔 나그네도 후일 단임골을 찾아 형과 아우가 되었으니
여행가방님은 나무꾼을 큰오래비, 나그네를 작은오래비라 하고
삼척의 숙희네는 자연스레 나그네를 작은아버지라 불러 오늘에 이른다.
이 가족들이 가는 해의 아쉬움을 덜고자 모인 날에
오래오래 추억으로 간직할 여행을 떠난다.
이틀마다 내린 눈으로 나전지나 옥갑산 상원산에는 흰 눈이 쌓였고
더 먼 산은 희부연 운무에 가리워 산마루의 실루엣만 보인다.
여량에 드는 다리를 지나니 아우라지강물을 건너는 섶다리가 아스라이 보이고
물살은 잔잔하여 강물은 군데군데 얼어 붙었다.
물좋은 반천과 구미정의 수려한 풍광을 지나 이내 임계에 이르니 삼척 하장은 지척이라
어느 새 태백가는 길로 접어든다.
백두대간 태백준령에는 눈이 많이도 쌓여 일진광풍 세찬 바람은
삼수령의 눈을 쓸어 하늘로 날리고 차창을 때린다.
우거진 자작나무숲이 있어 산을 찾는 이들이 잊지 않고 들르는 삼수령은
빗방울 하나의 떨어지는 자리에 따라 낙동강, 한강 아니면 오십천의 물줄기가 되겠다.
눈은 그치고 환한 햇살이 눈부신 한낮에 찾은 덕구온천은 그닥 붐비지 않아
조용히 즐기는 온천욕으로 가족들의 얼굴엔 웃음꽃이 피었고,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서는 흰 포말을 일으키며 모래톱에서 부서지는 바다를 찾는다.
죽변항의 오후는 한산하여 간혹 그물을 펴놓고 손질하는 어부 몇 보이고
펄펄 뛰는 생선들을 부리던 고깃배도 낮잠에 들었다.
한밤중이나 되어서야 바다로 나가 고기를 잡아서는 새벽에 항구에 부리니
바닷가 사람들의 오후는 쉬는 시간이다.
통통한 대게를 찾아 모처럼의 찜에 산촌의 식구들은 또 행복하다.
애시당초 울진은 강원도 땅이건만 육십년대 어느 해 경상도 땅이 된다.
울진 땅에 왔으니
불영사는 어드메냐
길고도 긴 불영계곡을 오른다.
예로부터 구불구불 구부러진 물줄기와 산을 일러 구절양장이라 하였던가
끝없는 불영계곡은 구절양장이고
구비구비 돌 적마다 나타나는 기암괴석은 신비롭고
소나무는 끝없이 울창하다.
태극의 모습을 두른 산에 쌓여 불영사는 고즈녁한데
길손을 맞는 늙수구레한 비구스님들의 합장은 그윽한 미소와 함께 한다.
일찌기 산태극 수태극이라 하여 풍수에서는 길지 중의 길지로
불영사가 자리한 땅을 말함이라 문외한의 눈에도 범상치 않고,
대웅전에서 바라보는 연못에 합장한 관음상의 그림자가 보이니
앞산에 신비로이 서있는 바위의 모습이다.
수 백년 묵은 거목은 잎을 모두 떨구어 나뭇가지 사이에 하얀 반달이 걸렸고
대웅전을 돌아 들려오는 목탁소리 맑고도 청아하다.
절에는 나무꾼과 맺은 또 하나의 인연이 있어
어둠이 깔리니 그 인연을 따라 밤을 보낸다.
모처럼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처럼 울진의 밤은 왁자하고
하하 호호 웃음소리 끝이 없다.
겨울 동해바다의 물빛은 맑고
파도는 거칠다.
날다 지친 갈매기는 작은 포구 선창에 앉아 나래를 쉬고
선창에는 아침햇살에 녹은 비릿한 갯내음이 자욱하다.
임원을 지나 구불구불 바닷가를 끼고 도는 옛 7번국도를 따라 내려서니
열댓 호 옹기종기 모여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작은 방파제 하나 있어 갈남 항이다.
부산서 시작되어 고성 통일전망대에서 끊어지는 7번국도는
시작부터 끝까지 바다를 끼고 달리니 길을 잃을 염려없고
한 굽이 두 굽이를 돌 적마다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바위에는
꿈같은 소나무 몇 그루 앉았다.
항구에서 내려다보는 바다의 밑바닥은 불가사리 몇 마리가 햇빛으로 선명하게 보이고
방파제에 부딛는 파도소리 우렁차다.
참나무를 가득 넣어 불을 지핀 삼척 하장 숙희네집은
따뜻하고도 포근하다.
눈내리니 커다란 들창 앞에 앉아 소리없이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도란도란 사연들이 풀어지고
긴 여행을 끝내고 돌아온 정선에서는
또 다시 나무하러 산으로 들어간다.
첫댓글 저도 몇해전에 인간극장을 본 기억이 납니다...
아마도 꽁지머리를 하지않으셨나?하는~~
처음부터 본것이 아니라 그 기억이 정확한지 장담이 안되지만요...
암튼 산골에서 오순도순 살아가실 님들이 마냥 부럽습니다...
꽃피는 봄이오면 꼭 나들이 가고 싶네요.. ㅎㅎ
그렇습니다. 나무꾼은 꽁지머리에 수염도 길렀고 꽃순이 형수는 눈덮인 개울 얼음장 밑에서 물긷고 빨래하고...
우와~
그렇습네까?
내 한 번 꼭 가볼테니까니 우리 만납시다레~
그럽시다레~ㅎ
이크~~
한발 늦었네요.^^
제가 가족여행일지를 쓸려고했는데~ 오라버니가 한발 빨랐습니다.
전...오라버니글 감상만 할렵니다.
가족 사진,잘나왔습니다.
늘~~ 건강하시고,행복하시길 바래요.^^*
먼저 쓰겠다 말하지...ㅎ
집에오자마자..
남편은 화목난로에 불짚히고,
저는 저녁하고,잠시 잠을 자고 일어나보니..그새 올리셨는데요 뭐~^^
정선에 한번 가보고싶네요~~~
한번으로는 부족하다는...ㅎ
7번국도타고 전국일주를 한게 4번,겨울만 되면 다시 가보고싶어지는 곳이 동해의 겨울바다인데~~~~부럽네여 ^^
지금의 7번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생겨 옛날의 구불구불한 바닷가길은 한적하지요. 언제 가보아도 좋은 그 곳...
저는 주로 꾸불꾸불 해안도로를 타지여, 항구에 들르구 마을에 들르구 시골정취가 듬뿍 묻어나는 곳으로여^^
여행은 뭐니뭐니해도 국도나 지방도를 이용해야 제멋이지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름다운 이야기라 평해주시니 그저 감사하기만...
꽃순이와 나무꾼 인간극장 봤어요
나그네님도 그들이 살아가가는 모습을 실제로 봤으니
산속의 삶이 얼마나 청아한지 느끼었겠네요?
울진은 울 작은 아들이 군 복무하던 곳,
울진 게도 유명하구요
겨울바다 구경 끝내주고요
강원도은 관광 코스로 참 좋은 것 사실입니다
그 분들의 생활은 세상사람이 아니랍니다. 그리고 강원도야 이제는 관광코스뿐만 아니라 살기에도 좋은 곳이지요.
이 글을 보니 예전에 울진에서 근무하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부구에 있는 덕구온천 그 앞 나곡리 바닷가...
겨울철 죽변항의 풍성한 대게들...
가을철 송이버섯들...
여름철 피서지 불영사와 불영계곡...
울진에서 삼척 호산지나 태백 가는길과 덕풍계곡...
울진에서 호산지나 임원항의 수 많은 횟집들...
조만간 이 길을 따라 가보고 싶네요!!
좋은 글에 감사를!!!
글로 모두 표현이 아니 되어 그렇지 우리나라 이 곳 저 곳을 돌아보면 언제나 가슴 벅참을 느끼지요.
한자한자 수놓듯이 풀어주신 자연의 모습을
머리로 그림을 그려봅니다..여행가방님과
참 행복하고 정겨운 여행길이셨네요~~
훈훈하고 따듯한 강원도 정선을 저도
마음의 여행을 다녀옵니다.
눈많이 오는데 나무하러 가실때 조심하세요
아침엔 추위도 쫓을 겸 하여 나무하러 갑니다. 도끼질 몇 번 하면 몸이 훈훈해지니...ㅎ
좋은 인연만들어 가시며 곱게 살아가시는모습 보면서, 이다음에 아이들이 자라고 나면 님계신곳처럼 자연과 접할수있는곳
가서 살아보리라 생각을 합니다.
그러자면 준비를 차근차근 하셔야...
여행 잘 하고 갑니다..자연과 행복하신 지인분들과..그렇게 사시는게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일상 탈출을 꿈꾸며.. 회색빛 하늘의 싸늘한 아스팔트를 밟는 도시에선 ..부럽지요..
정선을 다시 찾는 날, 단임골로 안내합니다.
정선 가족들이 여행을 다녀 오셨군요...남편이 부구중학교에 근무 했기에 죽변 어시장에서 회를 떠와 학교 사택에서 따뜻한 밥이랑 먹으니 어느 회맛이 그리 맛난답니까>>???ㅎㅎㅎ 병곡 중학교 근무 할때는 죽변항에도 낙시 하러 갔구요...그때는 고기도 잘 잡혔는데.지금도 잘 잡힐지..지금 어딘지 기억은 안나는데 대단한 청정지역에서 미역도 사고 놀다 온 기억이 있는데 다시 여행 한번 가면 그쪽으로 죽 둘러 볼 계획이랍니다...ㅎㅎㅎ 순박하고도 욕심없는 웃음들이 들려집니다...행복하세요..
산에서 사니 바다에 가면 또 별천지라 바닷가에서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납니다.ㅎ 좋은 추억여행하시길...
예전에 인간극장보며 울옆지기 눈을 동그랗게뜨고 저기가어딘가??
관심보였던 분들이 그분들이였는데 이웃하고사시는군요
불도안들어오는 골짜기에서 살고싶다고 늘 입에달고 말했었거든요
그럼 전 추운데서 못산다고 들은척도안했었구요
볼수록 들을수록 매력있는곳이네요
그땐 홀로사시는듯했었는데요 그래서 무서워보였어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