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그냥 추천방에 많이 올라와 있길래 호기심에 읽어봤어요.
솔직히 제목도 끌리고, 조회수도 꽤 되더라구요...
학교 다녀와서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그냥 클릭했는데,
배고픈 거 못참는 제가 3시간동안 물도 입에 안 대고 읽을만큼 매력적이고
시험 일주일 앞뒀는데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만큼 재미있고
글자 한 글자 한 글자 읽기만 했는데도 눈물이 날 만큼 슬프고
제 친구들에게 모두 추천해주고 싶을 만큼 완성도가 높은 소설이예요.
중간중간에 살짝 읽기 불편한 문장 간격들도 다 뛰어넘었고
더워서 땀 삐질삐질 흘리면서도, 한시간마다 풀리는 로그인 다 해가면서
계속 읽었어요... 그랬는데도 지금, 북받치는 감정을 다스리질 못해서 감상글을 써요.
사실, 추천감상방 글 하나하나 읽어보시는 분들 많이 없을 거예요.
다들 저처럼 제목 보고, 댓글수 보고 소설 찾아 읽으실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감상글을 정말 제대로 쓰고 싶었어요.
왜냐면, 이런 소설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을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글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작가님처럼 아름다운 묘사를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렇게 훌륭한 단어들만 고르지 못한다고 해도. 그래도 저는 글을 쓰고 싶었어요.
이 소설에는, 정말 한정된 인물들이 나와요.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삶에선 주인공이 아닌 여자 한 명이랑,
흔히 꿈꾸는 왕자님과는 다르지만 그 여자가 너무 사랑했던 남자 한 명이랑,
진짜로 나타난다면 심장이 멈출 것 같을 또 다른 남자 한 명.
그리고 누나를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잔인해져버린 불쌍한 남동생 한 명.
물론 다른 인물들도 많지만, 흔히들 말씀하시는 '조연급'이라 언급하지 않을께요.
줄거리는, 직접 읽어보시는 게 빠를 것 같아요.
여기는 감상방이니까, 그냥 제 감상이나 한 번 얘기해 볼께요.
소설을 읽을 때,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보고 싶은 장면이 있잖아요?
다 읽고 나서도 다시 한 번 되돌아가서 주의깊게 읽고,
또 읽어보고.... 그렇게 하고 싶은, 말하자면 명장면.
<바람이 분다>는요, 모든 장면이 그런 장면이예요.
초반부에 여자주인공인 윤주가 가슴아픈 사랑을 할 때 조차도,
무조건 슬프거나 아픈게 아니라, 순식간에 윤주도, 읽는 사람도 들었다 놨다 하는 심리묘사.
중간에 자신을 감싸주는 서혁이와의 시간을 보내는 윤주의 모습은
정말 한 마디 한 마디를 간직해두고 싶을 만큼 아름다워요.
그만큼 좋은 장면들이 참 많은데, 그 중에서도 제가 가장 감명깊었던 부분은
후반부에, 윤주가 너무 울어서 말라버렸을 즈음. 그 때의 윤주의 모습, 서혁이의 모습이예요.
아직 읽지 않으신 분들의 감동을 줄이지 않기 위해 더 이상은 말하지 않을 건데요,
진짜 너무너무너무 슬퍼서 울음은 안 나오는데, 숨이 턱턱 막히는 거예요.
이상하게, 실제 있었던 일도 아닌데 눈물 대신 진짜 슬플 때만 느끼는,
숨이 막히는 감정. 그걸 글로 표현하신 어둠속양초님을 존경해요.
그리고, 문체.
이 소설의 문체가 어떤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냥 슬프고, 애달프고, 어떤 때는 한없이 예뻤다가 어떤 때는 한없이 잔인해요.
글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글을 읽고 있으면 글자가 보여야하는데,
전 왜 글자가 아니라 상황이 눈앞에 영상처럼 펼쳐지는 걸까요.
소설을 읽고 있는데, 왜 영화를 본 것 같은 걸까요.
미스터리예요.
음, 마지막으로, 묘사?
진짜로요, 이 소설은.
진짜 멀티미디어 소설이예요.
한 장면 한 장면이 다 드라마고, 다 노랜데.
진짜 좋아하는 노래를 들을 때엔 그 노래를 듣고 있다는 것조차 잊어버릴 때가 있잖아요?
저는 그럴 때가 있어요. 좋아하니깐 익숙해지고, 익숙해져서
어느 순간 그 노래가 그냥 그 상황에 섞여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끊기기 전까진 흘러나오고 있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때가 있어요.
<바람이 분다>는요.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잊게 만들어요.
그냥 내가 윤주가 돼서, 슬픈 일도, 기쁜 일도 전부 당하고.
읽는동안 벌써 창밖은 어두워졌고, 오늘 할 공부도 미뤄버렸는데도
소설 결말만 생각하게 되는거예요.
전화벨이 울려도 안 받게 되고.
소설이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그냥 제가 없는 사이에 흘러가버릴
진짜 상황처럼 느껴져서요.
아마도, 제가 감수성이 지나치게 풍부해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수도 있어요.
벌써 이 글 쓰는데만 40분이 걸렸는데,
시간이 남아돌아서 하릴없이 그냥 쓴 글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저도 솔직히 쓰고 보니까, 뭐 이런 칭찬을 소설에 쏟아부어도 될지....
이런 조심스러운 마음도 들어요.
근데요, 확실한건요.
제가 <바람이 분다>를 끝까지 읽은 그 순간,
아쉬워서 이 글을 썼다는 거예요.
딱 The End 라고 써 있는 걸 본 순간,
진짜 너무 아쉬워서 이게 끝이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 들고,
번외편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고.
근데 진짜 끝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깐 이 감정을 어디에 풀어야 할 지 막막할 정도로
아쉬워서 감상방에 오게 된 거예요.
그런 걸 보면, 그냥 할짓없는 고등학생이 괜히 이 글을 쓴 건 아니겠죠?
전요, 가서 한 번 읽어보시라고, 직접 겪어보시라고 이 글을 쓴 거예요.
그러니까 얼른 한 번 읽어보세요...ㅎㅎㅎㅎㅎ
졸지에 추천글이 됐네요.
첫댓글안녕하세요 어둠속양초입니다. 아, 전 제가 쓴 글 보다도 지금 랑은님이 주신 섬세한 감상이 더 가슴 깊게 와닿았습니다. 정말로 뭐라고 해야하나요. 가장 저에게 확 와닿았던 부분은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삶에선 주인공이 아닌 여자 한 명'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이었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요. 정말 감상글이자 추천글인데 읽는 제가 과연 이런 감상을 받을 자격이 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동시에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고요. 뭔가 복합적인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 좋자고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독자님과 소통할 수 있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그리고 독자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들 수 있는 글이었다는 게 절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정말 이 감상은 제가 세 번 넘게 읽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귀한 감상이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첫댓글 안녕하세요 어둠속양초입니다. 아, 전 제가 쓴 글 보다도 지금 랑은님이 주신 섬세한 감상이 더 가슴 깊게 와닿았습니다. 정말로 뭐라고 해야하나요. 가장 저에게 확 와닿았던 부분은 '주인공이지만 자신의 삶에선 주인공이 아닌 여자 한 명'이라고 되어있는 부분이었답니다. 뭐라고 해야 하나요. 정말 감상글이자 추천글인데 읽는 제가 과연 이런 감상을 받을 자격이 되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되고 동시에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더라고요. 뭔가 복합적인 생각이 들게 됩니다.
저 좋자고 쓰기 시작한 글이었는데 이렇게 독자님과 소통할 수 있고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게, 그리고 독자님 마음을 조금이나마 흔들 수 있는 글이었다는 게 절 너무나도 행복한 사람으로 만들어줍니다. 정말 이 감상은 제가 세 번 넘게 읽었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정말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될 만큼 귀한 감상이었어요!! 정말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
제가어둠속양초님의소설을읽으면서행복했던만큼,어둠속양초님도제감상을읽고행복하셨으면하는바람에서쓴글이예요^^세번이나읽어주셨다니제가더감사한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