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억대 판권의 책
아빠가 좋아하는 작가 김언수님의 대표작 <설계자들>을 이제서야 읽었단다.
지난 1월말 부산 여행 때
들렀던 부산 알라딘 중고서점에서 구입한 김언수님의 <설계자들>
그 책을 구입했던 것이 1월 28일인데,
1월 29일에 설계자들 개정판이 나왔더구나.
ㅎㅎ 뭐, 이런 타이밍이 다 있니…
조금만 더 기다렸으면 개정판으로 읽을 수도 있었는데…
…
너희들도 이 책을 보고 재미있냐고 물어봤잖아.
그럼, 이 책은 너무 재미있어서 미국에서도 억대 돈을
주고 판권을 사갔대.
그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너희들은 이 책만 보면 1억 원 책이라고 이야기 하는구나.
소문대로 재미있더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그의 가장 최근작 <뜨거운
피>와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목 설계자들…
도대체 무엇을 설계하는 것일까.
무섭게도 살인을 설계하는 것이란다.
주인공 래생은 청부살인업자야. 킬러라고도 하지.
그는 배후의 설계자들에 의해 설계된 암살 시나리오대로 타겟을 죽이는 일을 해.
쓸데없는 감정이 개입되면 할 수 없는 냉혹한 일이란다.
자, 그럼 지금부터 얼마나 재미있길래 억대 판권에
팔렸는지 이야기해줄게.
아참, 아직 어린 너희들이 보기에는 무서운 장면도
많이 있어.
너희들이 나중에 커서 이 편지를 읽는다고 생각하고 쓸게.
1.
그의 직업
래생은 서른두 살.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라는 것은 사람 죽이는 일뿐이었단다.
그가 갓난아기일 때 수녀원의 쓰레기통에 버려져서
수녀원에서 자라다가
‘개들의 도서관’이라는 독특한 이름의 도서관을 운영하는 너구리 영감에게 맡겨졌어.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글자도 혼자 배운 래생
혼자 공부해서 유명한 학자가 된다는 이야기였으면 좋았겠지만,
도서관장 너구리 영감은 사실 설계자였단다.
도서관은 그의 본업을 숨기기 위한 위장술이었어.
너구리 영감은 유명한 설계자로서 돈을 받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설계하고 있어.
너구리 영감이 래생을 데리고 온 이유도
래생을 킬러로 키우려고 했던 거야.
다른 이유 없었지.
래생은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사람을 죽였어.
그들의 세상은 규칙이 있었고, 그 규칙을 어기면 그
자신이 타겟이 된단다.
래생의 친구이자 동료였던 ‘추’도 단 한번 감정에 흔들려서
타겟이었던 어떤 여자를 살려주고 나서 자신이 죽음을 당했어.
래생도 스물두 살 때인가 고의는 아니지만 설계가 어긋난 적이 있었어.
너구리 영감의 손을 써서 잠시 이 일에 손을 떼고
숨어 지내며 공장에서 일한 적도 있었어.
그러면서 같은 공장에서 일하는 어떤 여자와 사랑을 하게 되어
난생 처음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너구리영감으로부터 복귀 연락을 받은 순간,
래생은 공장과 행복의 인연을 끊고
다시 청부 살인업자의 길에 들어섰단다.
….
2.
어긋남
서른두 살.
어느덧 이 일을 한 지 십오 년이 되었어.
이번에 그에게 주어진 일은
전원주택에 혼자 살고 있는 어떤 노인을 멀리서 총으로 저격하는 것이었어.
산에 숨어 있다가 타겟인 노인이 산에 산책 나왔다가 발견되어
노인의 집에 초대되어 밥도 얻어먹고, 하룻밤 잠도
자게 되는,
그런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되었지만, 래생은 냉철했어.
다음날 다시 산에 와서 노인을 죽였어.
이 정도의 냉철함을 가져야 진정한 킬러지.
래생이 그렇게 사람을 죽이면 보통 시신은 털보아저씨네로 옮겨져.
털보아저씨는 애완동물들을 화장해주는 일을 하는데,
실제 수입은 설계자들의 희생자들을 처리해주는 것에서 생겼단다.
래생이 이번에 죽인 노인도 털보아저씨네를 거쳐 한줌 뼛가루가 되었단다.
…
그런데 이런 일상의 일이 설계자의 의도와 다르게 처리된 것이었어.
이번 타겟인 노인을 죽인 다음 화장하지 말고
시신을 원래 그의 집에 그대로 두었어야 했대.
래생은 시킨대로 한 것인데, 이 일을 시킨 너구리
영감이 잘못 시킨 것인가.
이 일로 설계자 중에 한 명인 한자가 크게 화를 내며 너구리 영감을 찾아왔어.
한자는 최근에 크게 성공한 설계자란다.
그는 외국 유학파 출신으로 겉으로는 보안회사를 차리고 있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설계자 일을 크게 하고 있는 것이고,
이를 기업화했어. 청부살인을 기업식으로 운영하다니…
30년 이상 이 바닥의 일인자였던 너구리 영감을 밀어내고
한자는 새로운 일인자가 되어가고 있었어.
그래서 많은 설계자들과 킬러들이 그의 밑으로 이동을 하고 있었지.
너구리 영감 밑에 있는 이는 래생과 몇 안 되었어.
시나리오에 맞지 않게 일이 끝났으니
너구리 영감과 래생도 언제 한자의 리스트에 오를지 몰랐어.
…
3.
그들의 세상
래생은 집에서 혼자 지냈어.
도서관과 스탠드라 부르는 고양이 두 마리와 함께…
그런데 어느날 변기에 숨겨진 작은 폭탄을 발견하게 되었단다.
도대체 이 폭탄이 왜 여기에….
자신을 노린 것이 분명했지.
친구이자 트래커를 하고 있는 정안에게 폭탄의 추적해달라고 했어.
트래커는 말 그대로 뒷조사를 하는 거야.
정안도 너구리 영감 밑에서 일하는 전문 트래커였단다.
며칠 뒤 정안은 그 폭탄은 어떤 편의점 알바생이 만든 것 같다고 했어.
뭐, 편의점 알바생?
거기에 의대 출신의 여자라고?
이름은 미토.
부모가 어렸을 때 설계자들에 의해 교통사고로 위장되어 죽은 것 같다고 했어.
그리고 여동생은 그 교통사고로 불구가 되어 휠체어 타고 생활해야 했대.
멀리서 지켜본 바로는 미토는 활발한 성격같았어.
래생이 불쑥 편의점에 들어섰을 때 전혀 알아보지 못한 미토를 보고
래생은 잘못된 추적인가 싶어 잠시 물러났단다.
…
자신의 변기에 폭탄을 설치한 자가 누가 되었든
그것의 배후에는 한자가 있을 거라 확신한 래생.
한자와 한판 뜰 생각을 하고 있었어.
너구리 영감은 래생의 계획에 반대했지.
래생은 한자를 직접 찾아갔어.
폭탄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지만, 래생과 정안에게
경고를 했단다.
….
래생은 정안의 정보로 미토의 동생 미사가 운영하는 뜨개질 가게를 찾아갔어.
그런데 첫만남인데 미사가 래생을 알아보았어.
자신의 언니 미토의 애인으로 말이야..
아, 이것 봐라,,
래생은 속으로 생각했겠지.
래생은 미토의 애인인 척 미사와 이야기도 나누고,
틈을 타서 그곳의 비밀 다락방가 갔다가 자신의 사진으로 도배되어 있는 벽을 보았어.
음….
잠시 후 뜨개질 가게에 미토와 또 다른 여자가 들어왔어.
그런데 또 다른 여자도 래생이 알고 있는 여자가 들어왔어.
다들 놀랬지…
미토와 함께 들어온 여자는 너구리 영감의 도서관에서 5년째
일하던 사서였어.
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뜨개질만 뜨던 수민….
그녀도 사실 미토와 한패였던 거야.
래생은 계속 꺼려했지만, 미토가 래생만 따로 데리고
가서 이야기를 했어.
미토는 자신도 설계자라고 했어.
자신의 부모님에 대한 복수를 알아보다가 설계자가 되었다고 했어.
그리고 래생에서 협조를 요청했어.
한자와 너구리 영감이 구축한 이 시스템을 없애려고 한다. 도와달라.
그 일환으로 래생을 죽이려고 했던 것 맞다…
래생은 한칼에 거절하고 미토와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왔어….
4.
마지막
얼마 후 래생의 친구 정안의 시체가 도서관에 도착했어.
한자가 계획하고 이발사가 솜씨를 부린 것이 확실했어.
래생은 이발사를 찾아갔어.
결투를 했지.
래생은 치명상을 입고 죽기 직전
이발사의 아내가 나타나서 이발사를 말려서 구상일생으로 살았어.
미토가 정신 잃은 래생을 데리고 왔으며,
이후 미토의 작은 별장에서 한달 넘게 치료를 받으며 요양을 했어.
그곳에 있으면서 미토와 미사와 정이 들고 왠지 모를 작은 행복마저…
그곳에서 미토의 계획을 다시 듣게 되었어.
한자의 장부와 영감의 책자를 빼와 달라는 것이었어.
래생은 미토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지.
래생은 한자의 본거지에 잠입하여 장부를 빼와 미토에게 건네주었어.
그리고 래생은 다시 친구 정안의 복수를 위해 이발사를 찾아갔어.
다시 처절한 결투…
이발사를 끝내 죽였지만, 자신도 중상을 입었지…
한편 미토의 최종 목표는 한자를 죽이는 것이었어.
자신의 죽음까지 각오한 계획이었지.
그러면서 자신의 동생을 일본으로 안전하게 빼돌리기까지 하고
래생에게 동생을 부탁하기도 했어.
하지만, 래생의 자존심으로 한자는 자신이 처치하고
싶었어.
미토를 기절시키고, 한자를 찾아갔어.
래생의 작전도 좋았어.
한자를 거의 다 제압할 뻔했는데,,, 한자는 한자였지…
한자의 부하의 총에 그만….
래생이 이왕 마음 먹은 거 준비도 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예를 들어 방탄복이라도 입고 가든지…
무슨 멋이라고…..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소설은 끝을 맺었단다.
….
이 소설은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질 것 같아.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 소설에 호평을 하고 있으니 말이야.
김언수님의 장편소설은 이제 모두 다 읽은 것 같구나.
데뷔하신 지는 꽤 되는데, 작품수는 그리 많지가 않아..
신중에 신중을 기해 완벽을 추구하는 분이신가…
원양어선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구나.
…
연일 미세먼지로 답답한 날들의 연속이구나.
바깥에 나가지도 못하고…
환기도 제대로 시키지 못하고..
내일도 극심한 미세먼지가 예고되어 있고…
휴, 숨막히는 세상…
방법이 정말 없는 것인가.
PS:
책의 첫 문장 : 노인이 마당에 나왔다.
책의 끝 문장 : 래생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그의 오랜 전매특허처럼 허공을 향해 피식 웃었다.
책제목 : 설계자들
지은이 : 김언수
펴낸곳 : 문학동네
페이지 : 424 page
책무게 : 551 g
펴낸날 : 2010년 08월 20일
책정가 : 12,000 원
읽은날 : 2019.02.17~2019.02.20
글쓴날 : 2019.03.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