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0616 무등, 소태역-바랑산-매봉-탑봉-마집봉-장군봉-자주봉-소태역

[범고개]

연수출장에서는 먼저 나왔다.

소태역 주차장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대아아파트 두로 오르는 길은 사람이 다닌 흔적이 별로다.

지그재그 참나무 길을 돌아 30분쯤 오르니 바랑산이라고 안내판이 붙었다.

바랑산 끝에는 들르지 않고 매봉 쪽으로 진행한다.

길을 덮은 관목들이 몸을 할킨다.

군데군데 멧돼지 똥이 수북하다.

몇년 전 아침 도화의 작은 산을 올랐을 때 날짜가 다른 듯

마른 정도가 다른 똥들이 수북하여 멧돼지 화장실인가 했더니

과연 그런 모양이다. 구멍을 파 놓고 입구에 배설을 했다.

멀리서 멧돼지의 컹컹이는 소리가 들린다.

엉겅퀴를 보다가 길을 덮은 조록싸리 까치수염 꽃을 보다가 호흡을 고른다.

책가방을 맨 등짝은 금방 땀이 찼다.

매봉까지 45분 가량 걸린다.

빗방울이 몇 개 떨어진다.

풀잎과 나뭇잎에 남은 물이 바지와 신발을 적신다.

탑봉 아래 주남마을에서 올라오는 길을 만나니 그나마 길 흔적이 잘 보인다.

마집봉유뮨암 동굴이라는 안내판을 본다.

이 봉우리는 탑봉인지 마집봉인지 집게봉인지 정확하지 않다.

지금은 탑보이라는데 공식적인 안내판에는 마집봉이고

또 마집봉은 1km이상을 가야한다고 표시해 두었다.

다락방 기도터와 십자가 표시가 잇는 벽을 본다.

몇 번 잠잤던 동굴 안의 세멘트 흔적은 깨끗하다.

뒷벽으로는 돌아가지 못하고 돌아나오며 누군가 긁어 새겨 둔 청룡암 한자를 본다.

탑봉 오르기 전에 그리고 탑봉 위에서 바람을 쐬며 구름 가득한 무등산을 본다.

산줄기들이 명도차가 또렷하다.

탑봉에서 마집봉 가는 길은 더 덮였다.

마집보 옛 헬기장은 풀에 덮였지만 주변 조망이 조금 보인다.

여기저기 나 있는 고삼 꽃을 본다.

내가 자주 앉는 새인봉 전망대까지 나가볼까 하다가 자주봉 쪽으로 내려간다.

쓰러져 썪어가는 나무와 딱다구리가 쪼은 흔적의 나무 기둥을 본다.

멧돼지 똥들이 더 많다.

건너 탑봉 능선에서 또 멧돼지 소리가 들려온다.

장군봉 오르기 전 벤치가 있어 앉아 쉰다.

그러고 보니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고 세 시간 가량 사람 하나 만나지 않고 걸었다.

장군봉을 지나 오는데 한 사나이가 라디오 소리를 크게 하고 오다가 날 보고

시끄럽게 해 미안합니다. 하고 소리를 끈다.

자주봉 오르는 길에 한 남자의 뒷모습을 보고 오른다.

그는 자주봉 정자에 앉아 쉬고 난 그를 사진 찍고 참나무 길을 잡는다.

전망 테크 난간이 부서진 위에 올라 담양쪽의 병풍지맥을 본다.

정수장 쪽 대아아파트 쪽으로 내려와 소태역으로 걷는다.

무등중 운동장엔 드러난 햇볕 속에 야구선수들이 뛰고 있다.

소태역까지 가는 길에 분식집이 많아 들어가 소주나 막걸리를 들이키고 싶은데

신호등을 기다리며 최원장이 가르쳐 준 허리 운동을 한다.

발바닥이 아프다.

산으로 도피하였다가 다시 도시로 왔다.

광주극장의 오베라는 남자는 시간이 맞지 않고, 내일 저녁 바보와

영화보러 가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