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인프라코어 등 특근도 모자라 철야까지
수주 사상 최고 행진… 금융위기 이후 V자 회복
車·IT경기 회복 덕분
지난 6월 29일 경남 창원시 남산동 창원대로. 왕복 10차선 도로의 양쪽 1개 차로씩 2.5~11t짜리 트럭 100여대가 길게 주차돼 있었다. 국내 공작기계 1위 업체인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제품을 싣기 위해 대기하는 차량들이었다. 한꺼번에 150여대가 몰리는 바람에 공장 안 빈 공간을 다 채우고도 공간이 모자라 밖으로 밀려난 트럭들이 수백m씩 줄을 섰고 7~8시간씩 기다리다 지친 트럭 기사들은 길바닥에 앉아 자장면으로 요기를 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가음정동 현대위아공장 앞 도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 앞 도로는 이날 아침부터 다음날 새벽까지 트럭이 몰려들어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뤘다.◆창원 공작기계업체 "요즘은 천국"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극심한 위기를 겪었던 국내 공작기계업체들이 최근 사상 최고 수주 행진을 이어가며 폭발적인 호황을 누리고 있다. 공작기계란 자동차나 휴대폰·LCD·반도체에 들어가는 부품을 깎고 찍어내는 기계. 밀링·선반·프레스처럼 '기계를 만드는 기계'라는 의미에서 '마더 머신'(Mother machine)이라고 불린다. 각 산업의 설비 투자가 증가하면 공작기계 수주도 늘어서 경기를 앞서 보여주는 특성이 있다.
한국공작기계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공작기계업계의 3월 수주액은 2997억원, 4월 3623억원, 5월 3806억원으로 3개월 연속 사상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공작기계업체들은 '지옥'을 헤매고 있었다. 2009년 7월에는 최근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4억원 수주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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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달 2일 경남 창원의 두산인프라코어 공장에서 이 회사 직원들이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주문한 머시닝 센터(자동차부품 가공용 공작기계)를 조립하고 있다. 현재 이 공장에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작업할 수 있는 분량의 주문이 밀려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제공
생산관리팀 조용일 과장은 "6월 27~29일까지 사흘 연속 철야를 했다"며 "지난 3월부터 하루에 평년 한달치 주문서가 쏟아져 하루도 쉴 틈이 없다"고 말했다.
김재섭 전무는 "작년 상반기 58일간을 쉬었던 직원들은 밤 10시까지 잔업으로도 모자라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달에 900대를 만들 수 있는 이 공장에는 지난 5월 1700대를 최고로 월 평균 1200대씩 주문이 몰리고 있다. 앞으로도 3개월치 일감이 밀려 있었다. 나창수 상무는 "주문이 너무 몰려 공작기계를 배달할 트럭을 구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중소 공작기계업체들도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작년 상반기 내보냈던 직원들을 다 복귀시키고도 일손이 모자라 구인난을 겪고 있다. 창원지역에서 대기업 협력업체를 하고 있는 정진호 사장은 "작년 초 전체 직원의 30%를 내보냈는데 그때 나갔던 인원을 다 복귀시키고도 인원이 20% 정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국내 자동차·IT경기가 공작기계 호황 이끌어
공작기계산업의 드라마틱한 회복은 지난해 말부터 회복이 가시화된 국내 내수경기, 특히 자동차 부품과 IT경기 덕분이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가 6단 변속기를 도입하면서 자동차 부품업계의 설비 투자가 급증했고, 스마트폰 열풍과 월드컵 특수가 겹친 휴대폰·LCD업체에서도 주문이 쏟아졌다는 것이 업체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 중 수출 비중이 가장 높은 두산인프라코어는 전체 매출 중 수출과 내수 비중이 역전됐다. 2008년 호황 때 7.5대 2.5던 수출과 내수 비중이 최근엔 3 대 7로 뒤바뀌었다.
공작기계 수요가 폭증하면서 업계는 이제 원자재와 부품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품 수급은 거의 전쟁 수준이다. 금융위기 이후 생산라인을 축소했던 부품업체들은 "부품을 달라"고 아우성치는 폭발적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공작기계의 원재료인 주물을 대는 업체들도 60% 가까운 가격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공작기계 제품 단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6월부터, 현대 위아는 7월부터 8~10%씩 가격을 올렸다. 덕분에 두산측은 매출 목표를 당초보다 30% 넘게 늘어난 8600억원으로, 현대위아측은 7000억원에서 7500억원으로 올려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