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웹진 9월호에서]
신종 플루 공포로 호흡기 관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세계보건기구 역시 신종 플루 대유행을 예고했다. 여기에다 가을부터 RS바이러스·코로나바이러스·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계절성 인플루엔자 등 각종 호흡기 바이러스가 극성을 부린다. 그렇다고 숨을 쉬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 4~5초에 한 번 외부 공기를 들이마셔야 하는 당신의 기관지는 안전할까.
2007년 폐렴 사망자 4536명…대부분 노인
호흡기는 외부에 항상 노출된 유일한 기관이다.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서지영 교수는 “기관지는 하루에 2000번씩 공기와 접촉해 병균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호흡기 감염은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뿐만 아니라 심장·간·신장 등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호흡기 질환인 폐렴에 의한 사망은 2007년의 경우 4536명에 이른다. 호흡기 질환은 나이에 따라 병의 위중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도 특징이다. 폐렴 사망자 중 65세 이상 사망자가 4090명인 데 반해 65세 이하는 446명에 그쳤다. 특히 65세 이상 폐렴 사망자는 1998년 2101명에서 2007년엔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면역력에 개인차가 크기 때문이다.
외부 공격을 막는 첨병은 호흡기를 보호하는 점막이다. 그 때문에 기관지 점막의 상피세포가 손상되거나 섬모 운동이 약하면 각종 병균이 침범하고 번식도 빠르다.
흡연율 높아 ‘잠재 환자’ 많아
문제는 호흡기를 약하게 하는 흡연율이 여전히 높은 데다 대기 환경이 갈수록 나빠진다는 사실이다. 흡연을 반영하는 질환이 COPD(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가 9개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1997년 COPD환자는 1251명에서 2006년 1862명으로 49% 정도 증가했다. COPD는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가 망가져 자가호흡이 어려운 질환.
가천길병원 호흡기내과 정성환 교수는 “COPD 증상은 흡연 후 10년에서 30년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과거 높은 흡연율을 반영할 경우 앞으로 환자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COPD 환자의 호흡기 감염은 치명적이다. 미세먼지도 심각하다. 수도권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당 60㎍ 정도. 보통 두세 배 이상인 150∼200㎍이면 환자가 급증한다. 정 교수는 “미세먼지가 심하게 날리는 날은 응급실 환자가 30∼40% 급증하며, 이들 대부분이 호흡기질환과 심장병 환자들”이라고 말했다.
어린이는 어른보다 치료 효과 적어
1주일 동안 아이를 데리고 동네 소아과를 다녔던 김모(서울 송파·35)씨. 단순히 감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불찰이었다. 아이가 기침을 하는가 싶더니 가래가 끓으면서 숨찬 증세를 보이자 대학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는 폐렴이었다.
어린이 호흡기는 성인이 될 때까지 성장·발육을 계속한다. 서울대병원 소아과 고영률 교수는 “가스를 교환하는 폐포(허파꽈리)만 하더라도 숫자는 사춘기, 크기는 성인이 돼야 다 자란다”고 말했다. 기도의 직경도 어릴수록 좁아 기도 저항도 크고 점액선이 밀집돼 일단 염증이 생기면 분비물이 많다.
어릴수록 호흡에 필요한 근육도 미숙하고 쉬 피로해지는 것도 문제다. 또 일단 병에 걸렸을 때 기관지 확장제 등 치료제를 사용해도 효과가 적은 것도 어린이 환자의 특징이다.
고 교수는 “특히 영·유아는 감기 증상이 있을 때 초기부터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빠른 진행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감기·몸살 증상 나타나면 병원으로
호흡기 질환은 가벼운 감기·몸살 증상으로 시작한다. 콧물·기침·가래 등 호흡기 증상이 먼저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인플루엔자만 하더라도 두통·열·인후통·근육통 등 몸살 증상이 나타난 지 하루나 이틀 지난 뒤에 호흡기 증상을 보인다. 따라서 열이 나거나 두통, 가벼운 감기·몸살 증상이 있더라도 곧 병원에서 확인해 보는 게 안전하다.
한양대병원 감염내과 배현주 교수는 “신종 플루나 계절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첫 증상이 있은 지 48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특히 기관지염· 폐기종·만성폐쇄성폐질환·천식 환자는 요주의 대상이다. 삼성서울병원 서 교수는 “이들 환자는 주치의와 상의해 가래 배출을 잘하고, 필요하면 예방적 항생제를 즉시 복용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