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가 많다. 메밀전병, 수수부꾸미, 수리취떡 등 예부터 즐기던 주전부리가 지금까지 사랑받는다. 보기에 화려하거나 강한 양념 대신 원재료의 고유한 맛이 특징이다.
"건강한 정선 주전부리 한 접시 하시래요."
건강한 정선을 맛보려면 정선아리랑시장(끝자리 2·7일, 토요일)으로 가자. 정선의 산과 들에서 거둬들인 먹거리가 넘친다. 곤드레, 취나물, 고사리, 다래나무 순 같은 묵나물, 수수나 기장 같은 곡류, 황기와 헛개나무 같은 약재 등이 주를 이룬다.
정선 땅이 기른 건강한 묵나물
고소한 기름 냄새를 따라가니 가마솥 뚜껑같이 생긴 번철에 하얀 전을 부치는 게 보인다. 종잇장 같은 전은 번철에 올리기 바쁘게 익는다. 얇게 부친 전에 김치, 갓김치, 무채 등으로 버무린 소를 넣고 돌돌 만다. 정선 주전부리의 대표인 메밀전병이다. 전을 부쳐서 전병을 마는 데 1~2분이면 된다. 메밀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묽게 반죽하는데 색깔이 하얗다. 껍질을 벗겨 말린 메밀을 가루 낸 것을 강원도 사투리로 '살미 가루'라 하는데 메밀전병이나 메밀부치기(부침개의 사투리)는 살미 가루를 쓰고, 메밀묵이나 국수를 만들 때는 메밀을 쪄서 가루를 내기 때문에 갈색이 돈다. 메밀전병은 담백한 메밀전에 아삭하게 씹히는 소가 잘 어우러진다.
소를 올려 말면 최고의 주전부리 메밀전병 완성
메밀부치기는 메밀 반죽에 배춧잎을 올려 부친다. 경상도에서 밀가루로 하는 배추전과 비슷하다. 심심해 보이는데 달큼한 배추가 입맛을 당긴다. 메밀은 점성이 별로 없어 아무나 부치기 어렵다. 장터에서 보면 노련한 할머니가 주로 부치고 있다.
메밀부치기는 내공 있는 할머니가 주로 부친다
찰수수 반죽을 한 숟가락씩 뚝뚝 떼어 기름 두른 팬에 올리고 숟가락으로 눌러 편 다음 팥소를 넣어 반달 모양으로 부친 것이 수수부꾸미다. 적당한 단맛에 아이들이 좋아한다. 녹두를 갈아 고소하게 부친 빈대떡, 붉은색이 먹음직한 장떡도 입맛을 돋운다. 메밀전병, 메밀부치기, 수수부꾸미, 빈대떡, 장떡 등 4~5가지를 담아 모둠전으로 판매한다. 한 접시에 여러 가지를 맛볼 수 있어 여행객에게 적당하다. 모둠전을 선보이는 식당이 많고, 메밀전병과 메밀부치기만 내는 곳도 있다. 장터에 메밀 이야기, 곤드레 이야기, 콧등치기 이야기 등 테마를 정해 골목을 나눠놓았다. 막상 들어가면 곤드레밥, 콧등치기, 메밀전병을 다 취급하는 식당이 대부분이라 어느 골목이든 상관없다.
팥소를 넣고 반달 모양으로 부치는 수수부꾸미
은은한 수리취 향이 기분 좋은 수리취떡, 쫄깃한 감자떡, 묵나물 시식 코너, 약초차 시음 코너, 문어 다리 구이, 닭강정, 황기엿, 황기족발 등 먹고 싶고 사고 싶은 것이 가득하다. 장터 공연장에서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하는 정선아리랑 공연도 볼 수 있다.
장터에서 수리취떡을 써는 상인
이것저것 맛봐서 배가 부르니 커피 한 잔이 간절하다. 정선역 바로 아래 자리한 카페 '정선커피씨'는 정선에서 가장 맛있는 핸드 드립 커피를 선보인다. 책과 커피 향이 어우러진 실내 인테리어도 좋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로 내린 커피 맛이 뛰어나 일부러 들러볼 만하다.
향긋한 핸드 드립 커피를 선보이는 카페 '정선커피씨'
정선아리랑시장에서 동쪽으로 강을 건너면 정선의 전통 가옥을 재현한 아라리촌이 나온다. 참나무 껍질로 지붕을 얹어 오래간다는 굴피집, 화전민이 산속에서 통나무를 활용해 지은 귀틀집, 소나무 조각을 얹은 너와집, 평평한 돌을 얹은 돌집, 대마 껍질을 벗기고 남은 대로 지은 저릅집(겨릅집의 사투리) 등 지붕 재료에 따라 이름이 다르다.
지붕에 굴피를 올린 귀틀집
화암동굴은 금광과 석회동굴이 연결되어 특이하다. 옛 천포광산의 갱도와 석회동굴을 테마형 동굴로 꾸몄다. 갱도에서 금을 채취하는 과정을 마네킹으로 표현한 전시를 보고, 금맥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갱도는 상부와 하부로 나뉘고, 365개나 되는 계단으로 상하 갱도를 연결해놓았다. 하부 갱도 끝에 천연 동굴이 등장하는데, 땅속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 광장형 동굴이다. 유석폭포, 석순, 곡석, 석화 등 다양한 종유석 생성물의 향연이 펼쳐진다.
광장형 동굴이 형성된 화암동굴
화암동굴에서 지척인 그림바위미술마을도 함께 둘러보면 좋다. 화암은 그림 화(畵)에 바위 암(岩)을 쓴다. 이 일대를 둘러싼 바위 절벽이 그린 듯이 아름다워 붙은 지명이다. 몇 해 전 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돼, 화암면 소재지 곳곳에 미술 작품을 설치하고 그림바위미술마을이라 부른다. 폐가가 미술관이 되고, 성당 공소가 박물관 역할을 한다.
마을에 미술을 입힌 그림바위미술마을
정선레일바이크는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옛 기찻길을 따라 달린다. 철로가 물길을 끼고 굽이굽이 이어지고, 터널과 철교를 건너는 동안 그림 같은 경치가 펼쳐진다. 편도 40~50분 걸리고, 돌아갈 때는 풍경열차를 이용해 운치 있다. 아우라지역에 도착해서 풍경열차를 타기 전까지 잠시 휴식 시간이 주어진다. 역 앞에 수리취떡 전문점이 있으니 상큼한 오미자차에 수리취떡을 먹으며 쉬어도 좋겠다.
그림 같은 기찻길 따라 달리는 정선레일바이크
아우라지에서 나전삼거리를 지나 진부 방향으로 가다 보면 높이 116m 백석폭포를 지난다. 백석봉(1170m) 정상에서 오대천으로 떨어지는 인공 폭포다. 주변 계곡물을 끌어올리는 형식이라 요즘같이 계곡물이 적을 때는 폭포 수량도 적다. 정선레일바이크가 출발하는 구절리역에서 2~3분 거리에 있는 오장폭포도 근사하다. 가파른 절벽을 따라 쏟아지는 하얀 물줄기가 시원하다. 나전삼거리-아우라지-오장폭포 구간은 드라이브하기에 제격이다.
물줄기가 약해진 백석폭포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화암동굴→아라리촌→정선아리랑시장→정선레일바이크
<1박 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 정선아리랑시장→백석폭포→아우라지→정선레일바이크(기차펜션 숙박) 둘째 날 / 아라리촌→화암동굴→삼탄아트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