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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 이야기
신정 연휴가 지나고 일본 토오쿄오의 새로운 어시장인 도요스 시장의 혼마구로 첫 경매에서 혼슈와 홋카이도 경계해역인 쯔가루 해협에서 잡힌 278kg의 참치 한마리가 34억원 상당의 고가에 낙찰되었다는 뉴스를 듣고 에도 시대의 니혼바시에서 80여년 전에 이전하여 우리에게 익숙했던 쯔끼지 시장을 거쳐 새로이 이전하여 개장한 도요스 시장이 새로운 토오쿄오의 수산시장 역할을 하며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일본 요리의 식자재 고급화와 함께 일본 요리 자체를 한 차원 더 높은 곳으로 끌고 갈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우리도 함께 즐기고 있는 스시의 발전 단계를 한번 정리해 보고 싶어 글로써 남겨 봅니다.
에도마에(니기리)스시
1. 스시의 기원에 대하여
스시의 기원은 고대 동남아시아 고산 민족이 생선과 곡물을 섞어서 장기 보관하는 저장식에서
유래되어 중국을 거쳐 7세기말 나라시대에 일본에 전해졌다고 한다.
일본 국내에서는 지금도 남아있는 시가현의 비와호 주변의 후나스시, 후쿠이현의 헤시코, 도야마, 니이가타 현의 가부라스시 등이 스시의 기원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다. 동절기 생선 잡기가 어렵고 농지가 부족하여 겨울철 식량을 구하기 힘든 지역적인 특성으로 성수기에 잡은 생선과 밥을 함께 섞어 유산균 발효를 통한 장기 보존식으로 만들어 겨울철 주요 식량으로 사용하게 된 것이 그 시초라고 전해지고 있다. 처음에는 밥의 역할이 유산균 발효를 위한 식초 역할을 위해 넣었기 때문에 1~4년에 걸친 장시간의 발효 기간이 필요하였으나 차츰 다른 발효제의 발견 등으로 시간이 단축되어 무로마찌 시대에는 2주 정도 지나면 맛있는 스시로 만들어 지게 되었다고 한다.
그후 관서 지방 중심으로 상자에 초밥과 생선을 넣어 눌러서 만드는 하꼬스시로 발전하고 에도시대 토오쿄오만 앞바다에서 잡힌 생선과 기타 수산물을 재료로 에도마에 스시로(니기리 스시) 발전하며 지금 우리가 즐기는 스시의 모습을 찾아가게 된다. 17세기에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진 식초의 등장과 메이지 유신의 산업화로 등장한 제빙 기술은 스시의 대중화와 발전에 큰 계기가 되었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맛의 스시의 등장은 1820년대라고 하니 긴 세월 동안 진화를 거듭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최근 스시의 크기와 모양은 1947년 이후에 정착된 것으로 의외로 그 역사는 길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1923년 관동 대지진이 관동 지방 중심의 에도마에 스시를 일본 전국에 퍼지게 한 계기가 되었음도 기억해 둘 만하다.
2.에도 시대의 스시는 패스트푸드였다.
인구 100만의 에도에는 지방 출신의 많은 독신 남자 들(대부분 지방 다이묘들이 충성을 서약하며 볼모로 파견한 사무라이나 가족들)이 에도 중앙 정부의 공사 현장이나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며 살고 있었는데 에도마에 스시의 등장은 이런 부류의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식사로 발전하게 된다. 지금으로 치면 길거리 포장마차 같은 곳에서 싼 가격에 바로 구입하여 그 자리에서 한 끼의 식사를 마칠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고 한다. 다만 현재의 스시 보다는 크기가 달랐다고 한다. 1개의 크기가 요즈음의 오니기리와(삼각 김밥) 비슷하여 보통 3~4개를 먹으면 한 끼로 충분했다고 하니 지금의 한 개와는 비교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스시용 생선은 식초나 간장에 절여서 보관하며 판매하였다고 하니 지금의 스시와는 맛이 같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 후 제빙 기술의 도입으로 연중 얼음이 생산되어 점점 지금과 같은 형태의 스시로 발전하게 된다.
3. 스시의 진화
메이지 유신으로 산업화가 진행되며 얼음이 시판되자 일본의 식문화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한다. 식자재의 보관이 가능해 짐으로서 식자재 자체에서 발현되는 맛을 알게 되자 스시는 혁명적인 변화를 보이게 되고 이때부터 소위 스시 장인들이 등장하게 된다. 생선을 보관하게 되면서 깨닫게 된 생선의 숙성, 밥으로 옮아가며 알게 된 식초의 중요성 등으로 생선과 초밥의 조화를 찾아가는 장인들이 등장하면서 관서 지방의 하꼬 스시(오시스시)를 완전 제압하고 에도마에 스시가 일본의 스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된다. 이때 등장하며 스시를 일본 식문화의 중심에 놓는 역할을 하는 것이 어시장이다. 에도 시대 부터 니혼바시 강가에 어선들이 잡아온 수산물을 파는 어시장이 형성되어 토오쿄오의 수산시장 역할을 하고 있었는데 이곳에 좋은 품질의 생선을 구하는 스시 장인들이 나타나서 중간 상인들에게 좋은 생선을 부탁하는 현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중간 상인들은 유통의 중간 역할을 넘어 양질의 수산물을 선별하여 스시 장인의 요구에 부응하며 스시의 수준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여 일본 음식문화의 중요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동시에 에도 마에 스시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토오쿄오 유명 스시집의 스시 장인의 제자로 들어가 스시를 배우는 현상도 생기게 된다. 1923년 9월1일 관동 대지진으로 어시장이 파괴되고 토오쿄오가 폐허로 변하자 많은 제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에도 마에 스시 집을 열어 전국적으로 현재의 스시집이 퍼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꼬스시
4. 전후 식량 부족이 가져 온 변화.
패전 후 일본은 물자 부족으로 엄격한 식량 관리체제로 들어가 스시 점의 영업은 금지 되어 한 동안 스시를 팔지도 사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쌀도 생산되면 관청의 통제 하에 출하 판매되어 좋은 쌀을 시장에서 마음대로 골라서 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더욱이 전쟁 중 해군의 바다 길 통제와 전후 미군의 항만 통제로 어로 작업이나 수산물 유통에도 많은 제약이 생겨 스시 점의 경영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다. 1947년 토오쿄오 스시점포 조합이 제안한 쌀 1합(180 그램)을 갖고 오면 스시 10貫(10개)를 만들어 주는(김초밥의 경우 4줄) 일종의 위탁 가공 방식을 관청이 승낙하여 영업을 재개하게 된다. 절반의 쌀로 밥을 지어(밥을 지으면 무게가 2배로 됨) 스시 10개를 만들면 나머지 쌀은 스시집의 몫으로 남게 되기 때문에 에도시대의 스시 크기에서 지금의 크기로 작아지면서 스시 1인분이 10관(10개)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스시 한 개의 밥 무게는 보통 18그램). 물론 생선이 부족하여 오이 등 야채를 이용한 스시도 많이 개발되어 보급되었고 억척스러운 생산지 주부들의 암시장 활약으로 양질의 쌀이나 생선이 몰래 스시 집으로 반입되어 스시집의 명맥은 계속 유지될 수 있었다. 그리고 토오쿄오의 스시 점포 영업 형태를 도입하는 지방 스시 가게도 늘어나서 니기리 스시(에도마에 스시)의 전국 확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5.고도 성장기의 스시
고도 성장기에 접어들며 쯔끼지 수산 시장과 가까운 심바시, 긴자를 중심으로 수많은 스시 집이 생겨나 일본인 들이 즐겨 먹는 외식 메뉴의 하나로 자리 잡았지만 엄격한 위생 관리법의 등장으로 포장마차에서의 스시 판매가 금지되고 스시점포의 각종 장비도입에 의한 원가 상승으로 값 비싼 고급 외식으로 되어버려 서민들이 자주 접할 수 있지는 못했다.
1958년 오오사카에서 탄생한 ‘廻る元禄寿司(돌아가는 겐로쿠스시)’라는 상호의 회전 스시 집은 스시의 서민화에 큰 획을 그은 일대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스시 집이었다. 지금도 회전 스시 체인의 톱클래스에 위치한 이 스시 체인은 가족들이나 친구들과 함께 갈 수 있는 부담없는 스시 집을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6. 그 후의 변화
일본의 경제 발전과 1980년대 말까지의 버블 경제 시기 까지 일본의 수산물 소비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스시의 대중화도 큰 역할을 하게 되었다. 많은 회전 초밥 체인이 생기고 이곳을 겨냥한 스시용 수산물 가공회사의 등장으로 가격을 싸게 하는 일반 스시집도 운영이 가능하게 되었고 일반 수퍼마켓에도 스시판매 코너가 생겨 이제는 아무런 경제적 부담없이 스시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
7.일본 요리(和食)의 세계 무형 문화 유산 지정과 스시의 세계화.
우리나라의 김장과 김치처럼 일본 요리도 유네스코 세계 무형문화 유산으로 지정되자 일본요리의 대표 주자인 스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도도 더욱 높아져서 일본에 오는 외국인 관광객의 인기 메뉴가 되었음은 물론 세계 유명 도시에 분점을 차려 직접 경영하는 일본의 유명 스시점도 많이 생겨나게 되었다. 파리의 오페라좌 부근이나 맨하턴 등의 유명 점포에는 항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성업 중이다. 이런 외국 점포에 현지에서 구하기 힘든 생선은 토오쿄오에서 직접 공급하는데 그 역할을 수행하는 곳이 수산시장의 중매 회사들이다. 냉동이 아닌 생물 수산물을 상자에 넣어 신선하게 해외로 납품하는 그들의 기술과 노력이 있기에 최고급 스시를 파리나 뉴욕에서도 즐길 수 있게 된 것이다.
8.유명 스시 장인들의 노력
스시가 고급 요리로 격이 높아진 과정에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점은 스시 장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최고의 맛을 지향하는 그들의 직업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들은 우선 최고의 재료를 구하기 위해 쌀 생산지, 수산시장 등을 직접 다니며 맛보고 직접 선택하며 믿을 만한 공급처를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수산시장의 중매회사 중에는 유명 스시집이나 식당에만 식자재를 공급하는 곳이 있는데 거의 품목별로 전문화되어 있다. 새우만 취급하는 회사, 참치만 취급하는 회사 등 한 두 품목에 전문화되어 새벽부터 당일 입고되는 품목 중에서 최고급만 사들여 고급 식당으로 납품하는 것이다. 최고의 식초, 간장, 최상의 생강, 김등의 선택에도 스시 장인들은 전혀 소홀함이 없다.
최상의 재료가 들어오면 미각을 자극하여 인간을 황홀경에 빠지게 하기 위한 그들의 노력은 과학자들의 연구실에서의 과정과 흡사하다. 숙성 시간과 재료에서 만들어지는 핵산의 종류와 양의 변화, 다른 재료와의 조화를 연구하며 개발도 하고 개선도 해 나간다. 시행착오를 거듭하여 만들어진 스시를 고객이 맛보며 감동할 때 그들은 무엇보다 큰 행복을 느낀다고 하니 모두 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9.스시잔마이(三昧)의 참치 신년 경매 낙찰에 대하여
에도 시대까지는 고급 어종으로 취급받지 못하던 참치가 냉동 기술의 발달과 숙성 기술의 발전으로 최고급 스시 어종으로 부상하여 전 세계의 참치 중 최상등급인 혼마구로가 일본으로 수산시장으로 모여들게 되었다. 우리나라 원양 어선이 세계 각국의 어장에서 잡은 참치 중 가장 좋은 혼마구로는 대부분 일본으로 팔려가고 우리나라에는 다음 등급인 눈가다량어(매바찌)가 주로 팔려 혼마구로를 맛보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동기회 모임에 가끔 혼마구로 파티를 열어 주시는 구대장의 특별한 노력에 동기 여러분 들이 정말 감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최근 동절기에 지중해산 참치가 비행기로 실려와 고급 일식집으로 판매되기는 하지만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구입하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일본 혼슈의 최북단 해협에서 동절기 혼마구로 외줄 낚시하는 일본의 낚시 프로그램이 유선 방송으로 종종 소개되기도 하여 잘 알고 계시는 분도 많겠지만 아오모리 지방의 어부들은 300kg 정도의 참치를 잡아 센다이나 쯔끼지에서 kg당 10,000엔 정도의 가격으로 낙찰 받아 150~200만엔 정도의 수입을(지역 수협과 어시장 수수료 제외한 금액) 올리는 게 그들은 복권 당첨과 같은 횡재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연말연시의 출항에서 잡은 참치의 토오쿄오 수산시장 새해 첫 경매에서의 최고가 낙찰 가격이 최근 10년 정도 새해 화제의 뉴스로 보도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스시잔마이라는 스시가게 사장의 광고 전략이 숨어 있었다.
쯔끼지 입구 및 토오쿄오 주요지역에 스시점을 운영하는 스시잔마이의 기무라 사장은 자신의 가게 선전을 위하여 2010년 초반부터 신년 첫 경매에서 300~400kg의 참치를 평소 가격 보다 훨씬 높은 1억엔 전후로 낙찰 받아 신년 연휴 일본 매스컴의 주요 뉴스의 주인공이 된다. NHK를 비롯한 전 민영 TV의 주요 뉴스 시간에 이틀 정도 보도되어 5~6억엔 의 광고 효과를 본다고 하니 낙찰 가격이 비싸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2018년 긴자의 유명 스시집이 1억5,500만 엔에 낙찰 받아 8연패를 저지하자 금년에는 도요스(豊洲) 수산시장 이전 후 첫 경매이기도 하여 3억3,360만 엔으로 가격을 올려 낙찰 받았다고 한다. 잡은 어부에게는 약 1억7천만 엔이 지급되었다고 하니 해마다 아오모리 오오마 항의 어부들에게는 신정 로또 같은 이벤트로 될 것이 분명하다.
스시잔마이 쯔끼지 점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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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저 집에 스시 먹으러 가즈아~~~~!
함께 아까미 스시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빨리 오기를 기대합니다~^^
좋은 내용 감사합니다. 일본의 스시집에 가면 생선 이름이 아직도 일본말로 익숙하지 않아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
문제는 생선 이름을 한국말로도 잘 모른다는 점이지요. 공부하는 좋은 비결이 있으면 공유합시다.
너무 전문적인 분야라서 올리기 주저스러웠는데 괜찮으시다면 네타(스시용으로 가공한 생선등의 재료)이름과 기타 스시점 카운터에 앉아서 골라 즐기는 방법, 기타 스시집의 서비스 종류에 따라 즐기는 방법도 정리하여 올려 보겠습니다 ~
좋지요,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