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과 인도, 대화의 가능성 시사
파키스탄 EMERICs - - 2023/02/03
☐ 파키스탄과 인도 간 대화의 가능성 실마리 보여
◦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UAE) 측에 인도와의 대담을 요청
- 2023년 1월 17일 샤흐바즈 샤리프(Shehbaz Sharif) 파키스탄 총리가 TV 인터뷰를 통해 UAE 순방 중에 UAE 측에 인도와의 대화 자리를 마련할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샤리프 총리는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Mohamed bin Zayed Al-Nahyan) UAE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위와 같은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리프 총리는 관련해서 모하메드 대통령이 인도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므로 파키스탄과 인도 사이의 협상을 중재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2023년 1월 12일 샤리프 총리는 모하메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파키스탄과 인도가 세 차례의 전쟁을 겪으며, 이로 인해 양국 간 관계가 악화되고 국민들이 고통을 겪었다는 점을 언급했다. 샤리프 총리는 이러한 역사로부터 교훈을 얻었으며,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특히 샤리프 총리는 카슈미르(Kashimir) 지역을 특정해 모디 인도 총리와 해당 지역의 영토 분쟁 문제를 논의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모디 총리와 카슈미르 문제와 같은 쟁점을 두고 진지하고 진실된 논의를 이어가기를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 파키스탄과 인도, 실무적 차원의 교류는 이어져
- 파키스탄과 인도의 관계는 경색되어 있지만, 실무적 차원에서의 교류는 이어지고 있다. 2023년 1월 1일 인도와 파키스탄은 적대 행위 시에도 공격할 수 없는 핵시설 리스트를 교환했다. 두 나라는 1992년 이후 매년 1월 1일을 기해 핵 시설 목록을 교환하는 관행을 지속해오고 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성명을 통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Islamabad)에 위치한 인도 대사관을 통해 해당 목록을 전했고, 인도 측도 뉴델리(New Delhi)에 있는 파키스탄 대사관에 목록을 전했다고 발표했다.
- 두 나라는 각국에 구속되어 있는 상대국 국민의 명단도 교환했다. 파키스탄 외교부에 따르면 파키스탄에 수감된 인도 국적자는 총 705명이며, 이 중 654명은 어부, 51명은 그 외 일반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정부 역시 인도에 수감된 파키스탄인이 434명이며, 그중 95명은 어민, 그 외 339명이 일반인이라고 밝혔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2008년 이뤄진 합의에 따라 구속된 상대국 국민의 목록을 주기적으로 공유해오고 있다. 참고로 인도와 파키스탄의 어민들은 종종 상대국 해안에서 어업을 하다가 상대국에 구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인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파키스탄 초청… 관계 개선 가능성에는 평가 엇갈려
◦ 인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 초청
- 인도가 상하이협력기구(SCO, 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정상회담에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을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 측은 2023년 5월 인도에서 개최될 SCO 정상회담에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Bilawal Bhutto Zardari)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이 초대되었음을 확인했다. 2023년 1월 26일 뭄타즈 자흐라 발로치(Mumtaz Zahra Baloch) 파키스탄 외교부 대변인은 인도가 자르다리 장관을 초청하였으나, 파키스탄 정부는 아직 자르다리 장관의 SCO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 인도는 파키스탄에 여러 차례 초청을 보내왔으나 파키스탄은 약 12년간 인도의 초청을 거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장관이 인도에 방문하게 될 경우, 이는 파키스탄 외무장관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인도를 방문하는 것이 된다. SCO는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의 4개국이 결성한 국제기구이며, 인도와 파키스탄, 이란이 추가로 회원국으로 가입한 바 있다. 동 국제기구는 국경 구획, 경제 협력, 대테러 대응 등의 다양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2017년에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하였다.
◦ 인도-파키스탄 관계 진전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평가 엇갈려
- 인도와 파키스탄 관계를 쉽게 낙관할 수 없는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오랜 세월 누적되어 온 잠무 카슈미르(Jammu and Kashimir) 지역을 둘러싼 영토 분쟁뿐 아니라 비교적 최근까지도 인도와 파키스탄 간에는 상호 비난이 오갔다. 2022년 12월 15일에는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Subrahmanyam Jaishankar) 인도 외교부 장관이 국제연합 안전보장이사회(UN 안보리) 회의 이후 공개적으로 파키스탄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다. 이 자리에서 자이샨카르 장관은 파키스탄이 조언을 수용하지 않는 국가이며, 오늘날 세계가 파키스탄을 테러의 중심지로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은 파키스탄이 테러의 피해국가이며, 오사마 빈 라덴이 사망한 지금에도 구자라트(Gujarat)의 학살자가 존재한다며 그가 곧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총리라며 반박했다.
- 이러한 까닭에 전문가들은 인도의 파키스탄 외무장관 초청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인도의 뉴델리(New Delhi)에 위치한 자미아 밀리아 이슬라미아 대학(Jamia Millia Islamia University)에서 국제관계학을 가르치는 아제이 다르샨 베헤라(Ajay Darshan Behera) 교수는 SCO와 같은 다자기구에서 주최국은 모든 회원국을 초청할 의무가 있고, 단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로 인도가 파키스탄 외무장관을 초청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이어서 두 나라가 모두 각국이 속한 다자회의에 참석하지만, 최근 몇 년 간 양자 관계는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인도가 카슈미르의 특별한 지위를 규정한 헌법 제370조를 일방적으로 폐지한 이후 양국 관계는 냉각되었다고 덧붙였다.
- 인도의 현지 매체 더 프린트(The Print)에서 전략연구 전문가인 프라카쉬 메논(Prakash Menon) 전 인도군 육군 중장은 파키스탄은 인도와의 평화가 필요하며, 인도와의 평화를 추구하는 것은 그 평화를 중앙아·서아시아·남아시아 사이의 무역 허브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만 유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아가 그는 파키스탄이 인도와의 평화를 시도할 수 있으려면, 인도 역시 파키스탄에게 얼마간의 확신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도의 현지 매체 인디안 익스프레스(The Indian Express)는 인도-파키스탄 관계에서 해빙의 기회가 온다면 인도가 놓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 감수 : 권기철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e Indian Express, SCO meet: India must not miss an opportunity to improve relations with Pakistan, 2023.01.26.
Al Jazeera, India invites Pakistan foreign minister to attend SCO summit, 2023.01.26.
Business Today, First time in 12 years, India invites Pakistan's foreign minister for SCO summit, 2023.01.25.
The Print, Pakistan’s peace calls with India scream strategic desperation. It won’t bear results, 2023.01.24.
DAWN, PM says he asked UAE to facilitate dialogue with India, 2023.01.18.
Anadolu Agency, India, Pakistan exchange lists of nuclear facilities, prisoners, 2023.01.01.
AP, India, Pakistan envoys trade heated accusations of terrorism, 2022.12.16.
[관련 정보]
1. 인도,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담에 파키스탄 외교부 장관 초청 (2023. 1. 30)
2. 파키스탄 총리, UAE 측에 인도와의 대담 요청 (2023. 1. 20)
3. 인도와 파키스탄, 핵시설과 재소자 목록 교환 (2023.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