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약 실수에 대하여
며칠 전 의료계 뉴스를 보면
"다이어트약 부작용 설명 책임, 약사 아닌 의사에게 있다"
소비자원 "다이어트약 먹고 녹내장 부작용, 의료진 설명 의무 엄격"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후 약에 대한 설명 책임은 약사에게 있다고 주장하던 의사에게 한국소비자원이 의사의 설명 의무 책임을 물었다. 한국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최근 다이어트약을 먹은 후 급성 녹내장이 발생한 A씨와 다이어트약을 처방한 B의원의 조정 사례를 공개했다. A씨는 다이어트 목적으로 B의원에서 2주 분의 다이어트 약 엔슬림(자율신경제), 토피라트(항전간제) 등을 처방받았다. 약을 복용한 지 8일째 되던 날 A씨는 아침에 눈을 뜨니 앞이 뿌옇게 보이고 심한 두통이 생겨 안과를 찾아 '급성 폐쇄각 녹내장'으로 진단을 받았다. A씨는 즉시 다이어트약 복용을 중단하고 안압 하강제 처방을 받아 시력을 회복했다.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들어간 한국 소비자원 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는 B의원의 설명이 부족했다며 치료에 들어간 비용 5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안과 전문위원은 "토피라트를 국제논문검색 해보면 녹내장, 망막질환 등의 눈 합병증을 유발한다는 논문, 보고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98건일 정도로 많다", 신경과 전문위원도 "B의원이 처방한 엔슬림은 암페타민 계열로 녹내장 환자에게 금기약물이고, 사용 시 급성 폐쇄각 녹내장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A씨는 녹내장 소인이 있는 상태에서 엔슬림을 복용해 증상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분쟁조정위는 전문위원의 의견 등을 종합해 "의료진은 환자에게 사전에 부작용 및 위험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 약물 복용 여부를 신중히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체중 감량이라는 미용 목적으로 약물을 처방할 때는 다른 의료행위에 비해 긴급성과 필요성이 낮으므로 설명의 의무가 더욱 엄격하게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하여 노 모 전의협회장은 주장하기를 투약 부작용에 대한 의사의 책임을 이렇게 엄중하게 묻는다면 약을 의사가 판매하고 복약 지도료도 의사에게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주장을 하였다.
임상 40여 년 동안 내가 경험한 투약 실수도 많다. 물론 나에 의한 투약 실수도 있었고 내가 관여하는 몇 군데에서 다른 의사의 투약 실수를 판단하고, 조정 및 보상한 경우도 적지 않다.
나의 경우, 이제 민, 형사 공소시효도 끝났으니 마음대로 써도 되겠다. 72년 서울대학병원 인턴 때의 일이다. 그 때 한 바이알이 당시 인턴 월급의 1/3인 급성백혈병 항암제인 빈크리스틴을 우리 병동에서 다른 환자에게 주사한 투약사고가 발생하였다. 기왕지사 벌어진 일이니 위로 보고할 것 없이 의사나 간호사의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약을 보충하기로 결정. 물론 투약 받은 다른 환자는 큰 문제없이 지나갔으니 망정이지. 몇 안 되는 우리 내과 인턴들이 얼마 되지 않은 월급에서 십시일반 돈을 모아 약을 사다가 감쪽같이 약을 보관하던 냉장고에 가져다 둘 수가 있었다.
이건 내 환자에서 일어난 더 끔찍한 경우이다. 일 인실 오후 입원한 급성 진행성 대뇌 혈전증환자에게 저녁 회진을 돌면서 유로키나제 150만 단위를 수액에 섞어 정주하라. 는 지시를 하고 퇴근하였다. 다음날 내가 책임자로 있던 인공신장실 냉장고에 보관하던 30여 병의 프로타민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물었더니 헤파린 해독제로 모두 사용하였다는 것. 환자는 정주 받는 도중 심한 자발성 잇몸출혈이 발생, 처방을 확인한 결과 유로키나제 대신 헤파린이 들어간 걸 알았다. 즉시 헤파린 5만 단위당 프로타민 한 병씩 맞추어 투여하여 헤파린의 부작용을 최소화한 것이었다. 여기 잘못을 따지면 처방 지시자인 나의 잘못, 잘못 알아들은 전공의의 잘못, 잘못된 지시를 체크한 간호사의 잘못, 그냥 불출한 약사의 잘못, 다시 이를 주사한 간호사의 잘못. 어느 한 군데라도 제대로 확인을 하였더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있는 사고가 아닌가. 즉 의사, 간호사, 약사 모두가 헤파린 150만 단위라는 어마어마한 용량의 처방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환자는 날로 상태가 호전되어 1주일 후 멀쩡한 상태로 고마워하며 퇴원한 것이다. 급성 대뇌 혈전증환자에 헤파린 대량요법? 어쩌면 증례보고감이나 어찌 그런 실수를 보고할 수가 있나요? 물론 환자가 퇴원 시에 잘못 투여된 헤파린과 프로타민 비용은 제외하였다. 지금도 그 전공의, 다른 대학의 교수요원인, 를 보면 그 생각을 하며 속으로 웃는다.
내가 조정한 건 수 하나는 젊은 여자환자가 질소양증으로 산부인과에 왔다. 이 의사는 소양증의 원인이 되는 캔디다증에 대하여 항진균제와 소양증 자체에 대하여 항히스타민제를 복합투여 한 후 몇 번 처방된 약을 먹지도 못하고 환자는 사망하였다. 부검을 하지 않아 정확한 사망원인은 알 수가 없었으나 급작스러운 악성 부정맥인 Torsades de pointes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WHO에서도 경고한 바 위 약제의 복합 투여 시에 발생 가능한 부작용이었기 때문이었다. 의사에게 부과된 약 2억 원의 배상액을 의사 1/2, 약사 1/2로 조정하였다.
또 다른 한 건은 중년의 여자환자가 이비인후과 외래에 와서 급성 인후염으로 진단을 받았다. 투여된 항생제는 린코마이신 근육 주사, 다음 날 환자는 엉덩이가 산처럼 부어올라 병원에 투약 부작용을 따지러 왔다. 환자는 현 병력에서 나도 잘 아는 모 병원의 순환기내과 교수에게 항응고제인 와파린을 처방받아 계속 복용중인 환자. 환자를 정확하게 보는 이 교수가 환자에게 와파린 복용 시 일반적인 주의 사항을 일러 주지 않았을 리는 없다. 즉 근육주사를 피하고, 발치, 내시경, 수술 등에서 반드시 시술자에게 말하여야 한다는 사실을. 잘 못은 환자의 현 병력을 물어 보지 않은 의사의 책임과 이를 말하지 않은 환자의 책임 역시 반반이다.
경북 중소도시에서 개인병원에서 발생한 사고는 우리가 얼마나 환자에게 투약을 할 때 주의를 기우려야 하는가? 를 시사한다. 외래에서 시행한 혈액화학검사에서 고지혈증으로 진단되어 스타틴계열 약제를 처방하였다. 환자는 약을 먹은 뒤 며칠 되지 않아 몸살증상과 소변 색이 적갈색이 나온다고 병원을 찾아왔는데. 의사가 계속 더 복용하라고 지시 후 환자는 스타틴계열의 가장 심각한 부작용인 횡문근 융해증(rhabdomyoysis)로 급성신부전이 온 것이다. 대학병원으로 이송하여 몇 주간의 혈액투석으로 회복할 수가 있었다. 이는 전적으로 그 의사의 잘못이다. 즉 근육통인 몸살증상과 소변 색이 변하기 시작하였을 때 즉각 투여 중단하고 처치를 하였더라면 혈액투석까지는 가지 않았을 것을.
위의 예를 든 것처럼 투약 사고는 의사와 약사의 공동책임도 있고, 심지어는 간호사까지,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도 있으니 사례별로 나누어 생각하여야겠다. 첫 예처럼 앞으로 발생하는 유사한 사고의 책임소재를 가리는데 문제가 되나 아마도 그 이상의 액수를 요구한 것을 치료비 50만원에 조정된 것은 한국소비자원의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
결론으로 투약 사고는 의사들이 항상 주의하여야 한다. 더불어 노 모전의협회장이 주장처럼 의사가 약을 판매하라는 것은 기왕 잘 실시되고 있는 의약분업이니 필요 없으나 복약 지도료의 반은 의사에게 속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사견이다.
첫댓글 좋은 정보입니다. 우리 직원들에게도...상기 시키고, 나도 상기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