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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이 친구들과 농구하는 틈틈이 유경을 훔쳐본다.
동진 앞을 지나가는 어떤 놈,
유경이 낑낑대던 허들을 번쩍 들고 옮긴다.
동진. 다정하게 걸어가는 유경과 ‘그놈’을 본다.
농구공이 동진의 얼굴로 날라온다.
비듬 터는 어린 동진
편지를 넣을까 말까.... 갈등 중 이다.
들려오는 여자애들의 목소리.
돌아보면 여학생 세명이 들어오고 있다.
동진이, 급하게 편지를 주머니에 쑤셔넣고 빠져나간다.
유경:'널 좋아했으니까...'
동진. 다른 사람들의 말을 적당히 흘리고, 웃어주면서 맞은편의 유경을 흘깃본다.
유경은 아줌마1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물어봐라. 이동진. 아무렇지도 않게. 자연스럽게....
동창끼리잖어. 물어봐도 돼. 결혼은?'
(다른 말끝에 유경에게)너 결혼은 했어?
나이스!!
유경:아직.
동진. 남 몰래 안도한다.
아줌마1:그래. 일찍 결혼해봐야 좋은 거 하나 없어.
일찍 늙을 뿐이지. 난 벌써 학부형이잖아. 징그러워.
동진:'자자.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고,'
아줌마1:애인은 있어?
'그래.
니가 학교 다닐 때부터 성적에 비해 질문은 잘했지'
......아니.
(자기도 모르게 큰소리로)건배.
아줌마1:잘됐네, 요즘 동창회에서 눈 맞는 애들 많다며,
여기서 찾아봐,
동진:(아줌마1을 은근히 바라보며)'기특한 녀석.'
아줌마1:보자...(주위를 둘러본다)
준표야. 공준표
유경이 팝콘 바구니 밀어버림ㅋㅋㅋㅋ
동진이 유경을 위해서 택시를 잡는다.
합승을 원하는 택시가 잠깐 멈춰서지만 방향이 다른지 그냥 가버린다.
동진, 인도에 서 있는 유경에게 다가온다.
큰길로 나가 볼까?
좀 더 기다려보지 뭐
'
결혼한 사람들은 주위에 솔로가 있으면 불안한가봐,
내가 혼자라고 하면 이리 저리 짝짓기부터 시작하더라.
(농담처럼)짝짓기 대열에도 못 끼는 이혼남은 비참해.
오히려 편할 것 같은데....
유경이 씁쓸하게 웃는다.
동진이 유경의 옆모습을 흘깃 쳐다본다.
유경:동창회 자주 하나봐?
동진:가끔 하나본데 난 자주 빼먹었어.
유경:왜? 난 동창회 오고 싶었는데 중간에 전학가서 그런지 뻘쭘하더라구,
오늘도 올까 말까 고민 많이 했어.
동진:3학년때 전학갔지?
부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셔서 할머니댁으로 이사갔거든.
(몰랐다)아...
(아무렇지도 않게)
전학가기 전까지 아침에 책상앞에 앉을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렸어.
(앞을 본채 빙그레 웃으며)오늘은 편지가 있을까?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알고 있었어?
유경, 웃고 만다.
아까 한말...... 나 좋아했었다는거
진짜야?
유경이 동진을 슬쩍 보며 웃는다.
'수학여행때 단체 도시락 먹고 반 전체가 식중독 걸려서
신문에도 나고 그랬었잖아.
그때 병원에서 니가 내 옆자리 있었어.'
중학생 동진이 링거를 맞으며 책을 보고 있다.
동진은 책에 푹 빠져있다.
유경, 동진에게서 시선을 돌리지 못한다.
동진:(믿기지 않는다)울었어? 내가?
유경, 고개를 끄덕인다.
동진:무슨 책 읽고 있었는데?
유경:잊을 수 없는 너!!
동진. 놀란다. 설마하는....
유경:나중에 읽어봤는데 내 취향은 아니더라구,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운명적인 사랑. 뭐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 니 옆모습이 괜찮았어. 콧날이랑.
동진. 자기 콧날을 만져보면서 유경을 슬쩍본다.
유경은 봄밤을 즐기고 있다.
시선을 느끼고 우경이 돌아보면 동진이 우물쭈물 시선을 돌린다.
'용기를 내라!! 이동진. 지금은 책상앞에 설때다
편지를 집어 넣어.'
저쪽에서 빈 택시가 오는 걸 유경이 먼저 발견하고 손을 든다.
택시가 멈춘다.
동진, 갑작스런 택시의 등장에 당황했다.
(너무 긴장해서 조금 샛된 아주 빠른 목소리로)언제 저녁 같이 먹을까?
아니 그냥 뭐....동창끼리....
월요일은 수업이 있어서 안 되고, 화요일은 괜찮은데...
........(한 템포 늦게 이해한다) 화요일? 그래 화요일 좋다. 전화할게.
알람이 첫소절을 막 울리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눌러끄는 동진의 손.
얍! 소리가 날 정도로 벌떡 일어난다.
정화가 책더미를 낑낑대며 들고 간다.
어느새 나타난 동진이 반 넘게 뚝 잘라 들고 간다.
스텝을 밟듯 경쾌한 동진의 뒷모습을 보며 정화, ‘흥 그래봤자 늦었네’하는 표정이다.
아무려나 동진은 행복하다. 웃음이 새나온다.
횡단보도를 경쾌하게 뛰어오는 동진.
동진이 커피와 도넛츠를 먹으면서 책을 읽는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러내릴것처럼....
마침내 동진이 하품을 쩌억한다.
입 뒤집어지겠다.
너 여기 안온다며?
은호:나만 결심하면 뭐해? 그쪽에서 협조를 안하는데....
(책 제목을 보면서)뭔데 반응이 리얼해?
내가 한때는 이 책을 보며 울었다는데.
내가 변한건지 시절이 변한건지
(문득 생각난 듯 뒤집어놨던 책을 다시 읽는척 하면서)
야 봐봐, 멋있냐?
은호:뭐?
동진:나 책 읽는 모습, 옆에서 봐봐.
누구야? 그런 헛소릴 한게?
은호:(문득 생각났다)저번날에.....
동진:(동시에)나 말이야....
은호:뭐?
동진:먼저 얘기해. 내 얘긴 좀 길거든.
은호:그래?.....동창회에서 첫사랑 만났다며
동진:(놀랐다)어?..........어.
축하해. 당신 얘기 해봐,
(겸연쩍게 긁적긁적)동창회에서 첫사랑 만났다고,
뭐가 긴 얘기란 거야?
원래는 책상이랑 허들이랑, 여러 가지가 등장하는 아름다운 이야긴데
니가 망친 거잖아.
그래서? 또 만나기로 했어?
(그렇다는 듯 흥흥 웃는다)....
(놀리듯)아이고 행복하셔라
그 여자.....이뻐?
한번 볼래?
은호:내가 왜?
동진:솔직히 내 첫사랑이 어땠는지 궁금하지 않어?
은호:저언혀!
동진:만나서 내 칭찬 좀 해주고 그럼 좋잖아.
외동아들이라 고집 세고, 지기 싫어하고, 우기기 좋아하고, 귀찮은거 못참고,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동진:(전혀 모르겠다는 듯)누구 얘기야?
은호:(픽 웃으며)이혼한 부인이 칭찬해봤자 먹힐까?
그런가?
커피를 마시는 동진을 은호가 물끄러미 바라본다.
환청처럼 들리는 소리
동진:'가지마라.'
은호, 부드럽게 한숨쉬는데
이제 니 발목 잡을 염려도 없어졌구, 어때? 날아갈 것 같지?
은호:어쩐지 몸이 가볍더라.
동진:교수선생이랑은 진도 좀 나갔어?
이혼은 어떻게 돼가고 있대?
알아서 하겠지. 별게 다 궁금하네.
바람 무지하게 부네
여기 또 올거야?
글쎄
아주 안만난다고 생각하면 좀 그렇지않어?
자연스럽게 하자구,
서로 진행상황도 보고하고,
누가 더 빨리 가나 내기 할까?
간다
멀어지는 동진의 뒷모습이 경쾌해보인다.
그걸 바라보는 은호는 ‘편안한슬픔’같은걸 느낀다.
굉장히 뻣뻣한 자세로 킥판을 잡고 수영중인 윤수,
손끝에서부터 발끝까지 힘이 들어갔다.
기우뚱거릴뿐, 힘이 너무 들어가서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탈의실에서 나오는 윤수,
휴게실에서 회원자료를 보고 있는 은호를 발견한다.
윤수, 주위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하고 은호에게 다가간다.
은호, 올려다본다.
별일....없죠?
예?
영인이.....제 아내한테서....
아....예....
(안심한다)하도 제멋대로인데가 있어서 걱정했거든요.
설마 별일 있겠어요.
윤수:저기 다음 쉬는 날이....
바람둥이:아우 어깨아퍼...
윤수:(태도 돌변 정색하며)그럼...
바람둥이:(엄살떨면서)유팀장, 어깨 좀 만져줘. 삐끗했어. 아우 되게 아프네...
은호:(회원의 어깨를 눌러주면서)무리하더라....여기요? 여기요?
바람둥이:(므흣한 얼굴로)아우 좋다.
동진. ‘첫번째 데이트에서 성공하는법’ 따위의 책을 들여다보고 있다.
책을 들고 들어오는 재범,
(책을 정리하다가)주임님. 복권 맞았죠.
요즘 실실 쪼개시는게 수상해요.
복권 맞았으면 내가 출근을 왜 하냐?
.........너 첫사랑 기억나냐?
예? 첫사랑요?
당연 기억나죠.
언제 했는데?
중학교때 친구누나요.
진짜 이뻤는데.... 얼굴은 하애갖고,
눈이요, 예술이었어요.
쌍거풀이 싹 들어간게...
그 눈으로 웃잖아요. 사람 미쳐요. 아....지금도 가끔 생각나는데....
(꿈꾸듯)남자한테 첫사랑은...
(역시 꿈꾸듯 말을 잇는다)....로망이지
어얼....주임님. 뭘 아네.
알긴 쥐뿔을...
언제는 홑쌍꺼풀이 좋다며?
당황한 재범, 동진 때문에 이렇게 됐다는 듯 원망스럽게 쳐다보다가 정화를 쫓아간다.
‘대신 니가 내 마지막 사랑이잖어’ 이런말을 날리면서...
(핸드폰에 대고) 유경?......어 나.....오늘 어디서 볼까?
미안, 오늘 갑자기 일이 생겨서 안되겠다....아니....늦게 끝날거야. 미안해.
지금은 좀 바빠서....
다음에 연락할게.
그래.....뭐...
갑자기 내리는 비.
준표:(앞을 보면서)우산 안챙겼냐?
지호:....
준표:넌 유비무환의 정신도 모르냐? 충무공 5대정신!!
지호:...
준표:(나름 멋있게)할 수 없지. 기다려, 차갖고 올게
준표. 막 뛰쳐나가려는데,
그들앞에 서는 차.
차문이 지익 내려가더니 젊은의사가 얼굴을 내민다.
지호야.... 타.
지호, 준표를 쓰윽 쳐다보고는 차에 탄다. 그것도 앞자리에...
차 출발하면 쪽팔리고도 어이없는 준표.
아니 이럴거면 나 좋아했었다는 말을 왜해?
(동진의 말이 귀에 안들어온다)한밤중에 전화해서 좋아한다고 한게 누군데.
(역시 준표의 말이 귀에 안들어온다)
화요일날 만나자고 내가 그랬어?
타래니까 냉큼 타. 지가 언제부터 앞자리에 탔다고?
책상 얘긴 왜해? 사람 헷갈리게...
뽀뽀도 지가 먼저 했으면서.....내 순결한 입술에다가....
동진:누구 얘기냐?
준표:.....(말하려다가)있어.... 넌 누구 얘긴데?
동진:정유경.
준표:정유경?
(하다가 생각난듯)무열이가 오늘 유경이 만난다던데...
뭐? 오늘?
어..
누가 그래?
(아무렇지도 않게)걔가 그러더라구
(아무렇지도 않게)낮에. 동창회일루 통화했거든.
걔 유경이한테 꽃혔던데.
(더 열받았다)정유경. 걔 뭐냐?
은호가 물끄러미 한정식 요리사를 바라본다.
윤수:(돌아보며)뭘 그렇게 봐요?
은호:(정신을 차린다)아뇨....그냥 분위기가 좋아서...
제 입맛엔 맞는데...한번 보시겠어요?
잘모르는데..
윤수:뭐하는 짓이야?
영인:밥먹으러 온거?
영인:아니면 불륜 남편의 뒤를 밟은거?
은호:잠깐 화장실 좀...
영인:(은호에게)참 그거 알아요.
우리가 왜 별거하게 됐는지?
(윤수에게)말 했어?
우리집에 찾아왔던 대학원생.
스물네살짜리.... 꽤 귀여웠었잖어.
아무일도 아니였습니다
그건 그쪽에서 일방적이었던 겁니다.
(영인에게)당신도 나중에 확인했잖아.
그래 확인했어.
하지만 당신 입으로는 한마디도 못들었지.
그때 우린 이미 끝난 상태였으니까.
저 여자와는 시작할거니까 서둘러 변명하는거구?
은호가 돌아오자 자리에서 일어나는 윤수,
영인의 테이블엔 코스 음식이 나오기 시작했다.
영인:뭐 좋을 대로 해. 그 대신 한가지만 말해둘게
(은호와 윤수를 번갈아 보며 놀리듯 빙글대면서)
두사람 사귀든 동거를 하든 맘대로 해.
그렇지만 난 이혼은 안해. 절대로 안해.
(은호에게 확인하듯)알겠어요?
가시죠
첫댓글 재밌다!! 드라마 다시 보고싶어졌엉
글써줘서 고마워!!!!
으 동진이 왜저래!!!!!! 여시 글쪄줘서 너무 감사해요!!! 넘나리 재밋는것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