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의 덕수궁
(23.3.15)
종교가 없는 한국 유학생이
미국 크리스천 가정에 신세를 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집 주인이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영어가 아닌 한국어로 해도 괜찮으니
식사 기도를 해달라고 부탁했다고 합니다.
잠시 망설이던 유학생은
기지를 발휘하여 자신이 암송하고 있던
시를 읊조렸다고 합니다.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이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기도를 마치고 눈을 뜨자 함께 있던
미국 사람들이 모두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인지
지어낸 이야기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아마 그만큼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미학적으로
완벽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생각됩니다.
그 진달래꽃을 오늘 덕수궁에서 만났습니다.
아직은 좀 이르겠지 생각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정관헌 앞 모퉁이를 돌아섰는데
첫날밤 보낸 새색시처럼 수줍은 듯
옷고름 입에 물고 미소를 짓고 있는
진달래꽃을 만났습니다.
그 순간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처음 들었던
미국 사람들처럼 괜스레 코끝이 찡하고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산수유는 흐드러지게 피었고
개나리도 고개를 삐죽 내밀고
미선나무꽃은 이미 만개하여
눈부신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며
석어당의 살구나무 가지 끝이
도톰하게 부풀었고
초여름이 되어야 꽃을 피우는
배롱나무는 벌써부터 꽃필 준비로
시끌벅적 부산스럽고
진달래꽃 마저 무대에 섰으니
누가 뭐래도 바야흐로 봄입니다.
이제부터는 하루가 멀다하고
봄꽃들이 다투어 피고 지고 떨어져
사뿐히 즈려 밟고 다닐 날이 그리 멀지 않았습니다.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아름다운 봄날을 한순간도 놓치지 마시고
마음껏 누리시기를 바라며
제가 만난 봄꽃들을 소개합니다.
첫댓글 저는 어제 친구들과 같이 창덕궁과 후원
그리고 창경궁을 산책했습니다.
신장로님은 그 시간 덕수궁을 걸으셨네요.
다음 주간에 저도 가보아야 하겠습니다.
좋은 글과 사진, 감사합니다.
벌써 예쁜 봄꽃이 이렇게 많이
피었네요
찬란한 봄꽃이 앞다투며 피기
시작하나봅니다
꽃사진이 넘넘 예쁩니다
예쁜꽃 멋진 사진으로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