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의 미래
양자컴퓨터 혁명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필자 ‘미치오 카쿠’의 약력은 책에 없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새로운 혁명의 시대가 다가온단다. 초대형 사건은 양자컴퓨터라는 신종 컴퓨터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언급한다. 이 시장은 수백억 달러까지 치솟으리라 전망하고, 단지 시간문제이다. 양자 기술 개발에 뛰어든 나라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라 영국 정부도 지원하고 나섰다. 양자 컴퓨터의 잠재력을 이해한 기업은 지금 당장 뛰어들어야 한다. 화학, 의학은 물론 석유, 가스, 운송, 병참, 은행, 제약, 사이버보안 등은 곧 전대미문의 지각변동을 겪게 될 것이다. 디지털컴퓨터로는 불가능했던 복잡한 화학 및 생물학의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의 효능을 테스트하는 ‘가상 실험’로 대체될 것이다. 과학자 중에는 자신이 할 일을 양자컴퓨터로 통째로 빼앗길지 모른다며 전전긍긍하는 사람도 있다. 2012년 양자 우위라는 단어를 처음 언급했을 때, 많은 사람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개개의 원자를 이용하여 계산하는 것은 실리콘 웨이퍼에서 계산하는 것보다 어렵다. 양자컴퓨터가 완성되면 모든 보안 코드를 뚫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정보를 보호해야 하는 기관으로서 양자컴퓨터는 악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포브스> 에기고 된 글이다. 사실 현대인이 하는 행위 중에는 컴퓨터와 무관한 것이 거의 없다. 우리의 일상생활이 지나칠 정도로 컴퓨터에 의존하고 있어서 모든 컴퓨터가 어느 날 갑자기 작동을 멈춘다면 지구 문명 자체가 극도의 혼란에 빠질 것이다. 양자컴퓨터에 촉각을 세우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실리콘(반도체)에 기반을 둔 ‘무어의 법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물리법칙으로 초래된 필연적 결과이다. 반도체 컴퓨터는 우려먹을 만큼 우려먹었다. 실리콘밸리는 머지않아 ‘러스트 벨트 rust belt’(전성기가 지난 최악의 불황을 맞이한 산업단지) 로 전락할 운명이다. 조만간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다.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스스로 되뇌고 있는데, 어느 날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완전히 딴 세상이 되어 있다면 얼마나 황당하겠는가? 이런 일이 현실 세계에서 머지않아 일어날 것이다.
양자컴퓨터의 위력. 예를 들면 인터넷 연결 상태는 bps(1초당 전송되는 비트의 수)라는 단위로 나타나는데 ‘1기가 bps’라고 하면 초당 10억 비트의 정보가 당신의 컴퓨터에 전송되어 영화나 이메일, 디지털 문서를 볼 수 있다는 뜻이다. 양자컴퓨터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큐비트를 구성하는 원자들이 일제히 같은 모드로 진동하도록 배열되어야 한다. 이 상태를 ‘결맞음’ 상태라 한다. 외부의 불순물이나 교란이 개입되면 원자의 결어긋남(결 깨짐) 상태로 붕괴하고 계산은 엉망진창이 된다. 양자컴퓨터가 디지털컴퓨터를 보다 좋은 점은 다음이다. ①검색엔진, 과거는 석유나 금으로 부를 평가했다면 지금은 데이터가 부를 가름하는 척도로 부상하고 있다. 방대한 정보를 골라내려면 엄청난 계산을 수행해야 하므로 이때 필요한 것이 양자컴퓨터이다. ②최적화, 검색엔진을 조정하여 이익 같은 요소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양자컴퓨터는 수십억 달러가 오가는 금융시장의 미래를 거의 시간 단위로 예측할 수 있으며 여기에 기초 변수를 최적화할 수 있다. ③시뮬레이션, 예로 제트기와 여객기, 자동차 등에 유체역학 방정식을 풀면 마찰과 제작비용이 적으며 효율이 높은 형태를 알아낼 수 있다. 기상학에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고, 향후 지구온난화가 국가 경제와 개인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미리 알 수 있다.④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의 결합. 인공지능은 실수로부터 배우는 장치므로 경험이 쌓일수록 어려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산업과 의학 분야에서 검증된 사실이다. 연산 능력의 한계 때문에 가치를 입증하지 못했다.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터가 결합했을 때 발휘되는 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디지털 시대의 종말. 1901년 ‘에게해’에서 유물이 발견된다. 여러 개의 톱니바퀴와 기어가 정교한 기계장치였다. 2천 년도 넘은 옛날의 정교한 장비에 놀랍다. 청동으로 제작된 37개의 톱니바퀴가 태양과 달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차기 일식이 일어나는 날짜를 계산한다. 하늘의 법칙을 ‘안티키테라’에 완벽한 형태로 재현해 냈다. ‘튜링’과 인공지능의 탄생. ‘튜링’은 “기계는 생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시작한다.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10⁹비트를 저장할 수 있는 프로그램용 컴퓨터가 등장할 것이다. 이런 기계로 이미테이션 게임을 할 경우, 질문자가 5분 동안 질문을 던진 후 사람과 로봇을 식별할 확률은 70%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또 하나의 혁명이 불어닥치면서 결정론적 세계관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미래의 컴퓨터는 물리학에서 말하는 불확실성을 다뤄야 할지 모른다. 우리는 과연 양자적 튜링머신을 만들 수 있을까?
떠오르는 양자. 계산을 해보니 재앙과 같은 결과가 얻어졌다. 뜨거운 물체에서 방출된 에너지가 높은 진동수에서 거의 무한대로 나온 것이다.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기에, 물리학자들은 이 결과를 ‘레일리-진스 파탄’이라 불렀다. 어느 날 ‘프랑크’는 엉뚱한 아이디어로 원자에서 방출되는 에너지가 연속적인 것이 아니라, ‘양자 quanta’라는 작은 덩어리 단위로 방출된다고 가정한 것이다. 이것은 에너지를 연속체로 간주한 ‘뉴턴’의 물리학에 위배되는 가정이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양자가설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증거는 쌓여갔다. 이 대표적 사례가 ’광전효과‘라는 것이다. 이 이론을 설명한 사람은 스위스 특허청의 서류를 정리하며 사는 가난한 물리학자였고 이름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다. 여기서 탄생한 것이 ’빛의 이중성‘이라는 개념이다.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으로 계산된 공명 진동수는 실제 공명 진동수와 정확하게 일대일로 대응된다. 여러 화학자가 발견한 100여 가지 화학원소의 특징을 수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놀라운 성과였다. “이로써 물리학의 상당 부분과 화학 전부를 다루는 데 필요한 수학 법칙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미시세계와 거시세계. 미시세계와 거시세계의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 주장한 사람이 수학자 ’존 폰 노이만‘이다. 우리의 우주는 의심할, 여지 없이 양자적 우주이다. 우리는 양자적 효과를 눈으로 볼 수 없다. 우리의 몸은 수조 개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어서, 이들이 만들어 낸 양자효과가 거의 상쇄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양자 요동은 플랑크상수 규모에서 일어나는데, 앞서 말한 대로 플랑크상수는 지극히 작은 값이면서 인간의 감각으로는 감지할 수 없다. 전쟁의 비극. 상아탑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양자역학이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새로운 ’파워‘로 부상한 것이다. 전쟁의 잿더미 속에서 발명품이 탄생한다. 원자의 막강한 힘을 이용하여 이 땅에 평화를 가져올 발명품은 트랜지스터였다. 1956년 벨연구소에서 ’존 바딘‘과 ’월터 브래튼‘ 그리고 ’윌리엄 쇼클 리‘가 발명한다. 모든 것이 왔다가 사라진다. 수십 년 동안 전성기를 구가했던 실리콘 시대도 마찬가지다. 실리콘 시대가 사라진 후 ’양자 시대‘가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 이 변화를 60년 전에 예견한 천재가 있으니 바로 ’리처드 차인 먼‘이다.
나노기술의 탄생. 거시세계에 적용되는 물리법칙은 원자 규모에서 무용지물이 되기 때문에 새로운 가능성의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것이 신호탄이다. “원자를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배열해 주는 작은 기계를 만들면 된다.” 자연은 고전적이지 않다. 그러므로 대 자연을 흉내를 내려면, 양자역학적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파이만‘은, 이 강연에서 놀라운 아이디어를 제안했는데 혈관을 타고 이동하면서 다양한 병을 치료하는 초소형 로봇이다. 파이만은 언젠가는 ’볼 수 있는‘ 슈퍼현미경이 등장하리라 예측했다. 파이만의 경로적분과 양자적 경로합. 미로에서 출구를 찾는 쥐는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어느 길로 갈지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양자 쥐는 모든 가능한 경로를 동시에 탐색할 수 있다. 양자컴퓨터가 고전 컴퓨터보다 월등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음 잠시 ’프로스트‘의 시를 감상해 보자.
“노란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나는 두 길을 모두 걸을 수 없음을 아쉬워하면서
덤불 속으로 이어지는 한쪽 길을
오랫동안 서서 바라보았다.” (시는 자신의 결정이 삶을 바꿨고, 발길이 뜸한 길을 선택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었음을 회고하면서 마무리된다.)
한 번의 선택은 개인의 삶을 넘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라고 필자는 주장한다.
2024.07.14.
양자컴퓨터의 미래
미치오 카쿠 지음
김영사 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