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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하게 흐르는 강물 위에 붉은 윤슬이 강가의 풍경을 더욱 황홀하게 만들던 새벽 한강,,
강화에서 거슬러 한강 물길을 따라 가야하는 김포 제방도로에는 붉은 사과빛깔처럼 아름답고 고혹적인 일출이 이루어지고 있었지.
이틀밤 외도를 마치고 새벽 집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강가 풍경에서 눈을 뗄 수 없어 노견에 차를 세워놓고 가만히 그 풍경을 바라보며 몰려 오는 잠을 깨웠어.
카메라를 가지고 가지 않았던 터라 연식이 오래된 휴대폰에 풍경 한장 담아 올리고 내 기억 창고에 넣어두고 싶은 한 장면은 기록 해 두었거든..
붉게 채색되어진 강가 풍경이 정말 신비롭더라구. 동해 바닷가의 일출만 보았던 내게는 생경스럽지만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이었지..
전류리 포구에 단촐하지만 정박되어있었던 배 몇 척 위로 떨어지는 붉은 윤슬이 강물 위에 붉게 선을 그리며 낯선 풍경을 만들고 있었고, 한산한 도로 위엔 오가는 차량도 없어 한적함을 느끼게 했어,
사흘간 공방에 말동무도 없이 그저 묵묵히 일귀신처럼 일을 하면서 한 밤중에 올려다 본 하늘엔 수퍼문이라 무척 밝을거라는 이야기를 증명이라도 하는듯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어둠을 밝히고 있는 붉고 상서로운 달빛 속에서 마치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고계실 것 같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고, 그 곳은 편안한 곳인가를 여쭤보고, 늘 평온하신가도 여쭤보고, 살아 생전에 나와 나누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떠 올리며 되돌려 보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렇게 깊고 푸른 하늘 속으로 나도 함께 걸어드는것 같았지.
혼자 온종일 서서 일하느라 애쓴 다리를 쭉 펴고 땅바닥에 주저 앉아 밤하늘에 펼쳐진 깊고 푸른 하늘빛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눴었지.
이틀밤을 그곳에서 지내면서 두어시간도 눈을 붙이지 않았어도 피곤함을 못느꼈드랬는데 불때기 다 마치고 돌아오는 새벽 그 시간에 졸음이 쏟아지드구먼, 그래 비몽사몽 간에 강가에 앉아 있으며 정신도 가다듬고 아름다운 풍경에 압도당해서 잠시 황홀했구.
일에 빠져 지내는 시간은 길게 느껴지지 않는데 불을 다 땐 후의 기다림의 시간은 늘 길게 느껴지거든,
그렇지만 모든 욕심 다 내려 놓고 그저 최선을 다해 정성껏 불때는 동안 집중했던 그 자체만으로 내 몫의 한계까지 충분히 노력했음을 느끼는 것 만으로도 선물을 받는 일이거든.
나는 내일 금요일 오전에 공방엘 들어가네. 그리고 가마 문을 열게 되네. 기물을 요출 하기 전에 설레임. 가마 문 고리를 잡고 문을 여는 순간,,
감동과 실망이 교차되기도 하는 순간이란 것을 수없이 반복 경험하면서도 또 그 순간을 기다리게 되는것이 나의 일상이야.
궁금해 했지? 그 순간의 그 느낌들은 더러는 행복함으로,, 더러는 또 한번 다시 시도해야 하는 과제로 내게 다가오곤 해.
5월도 벌써 중순을 항하네. 하루 하루 다람쥐 쳇바퀴돌듯 느린 행보로 걷는 나의 일상은 그런 그림을 그리고 지나가고 있어,
잘 지내지? 벗이란 이래서 좋은가보다.
어떤 말도, 생각도 가감없이 주절거리듯 펼칠 수 있고, 부끄러움 조차 별로 영향받지 않을만큼 익숙하고 편안함을 주고 받는 사이말이야.
법정스님의 글을 떠 올리는 새벽시간이었어. 아름다운 마무리..
그 글 내용이 이랬지.
아름다운 마무리는 삶에 대해 감사하게 여기는 것이다.
내가 걸어온 길 말고는 나에게 다른 길이 없었음을 깨닫고
그 길이 나를 성장시켜 주었음을 믿는 것이다.
자신에게 일어난 일과 모든 과정의 의미를 이해하고 나에게 성장의 기회를 준 삶에 대해 감사하는 것이 아름다운 마무리다.
- 법정스님의 '아름다운 마무리에서 -
봄이 간다. 낮으로 더워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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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흘간 공방에서
가마에 불을 지피고....그리고 가마 문을 열때의
그 설레임과 진지함......
잘 구워진것도 있도 때론 아쉽다 하는것도 있겠지요
그래도 그 과정이 소중하다 하겠습니다.
새벽녁, 전류리의 포구에서
살아아감을 반추해보며 혼자만의 사유하는 시간을
가지셨네요.
수고 하셨어요^^
늘 차향 가득히 건안 하세요~^^*
설레임과 기쁨, 실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겸허히...
파아란님의 일상이 그 누구보다 향기롭게 닥아 옵니다.
부러운 삶, 따라하고 싶은 살이 !!
역시....
아름다운여인
칭구 그 심정 공감이 가고도 남습니다.
하늘에 은모래를 뿌린듯 촘촘히 박혀있는 별들과 그냥 떠있는 달과 다 알수없는 새소리 벌레소리들을
가소롭다는듯 우는지 노래하는지는 모르지만 깨구락지 소리에 장단맞추다보면 언제갔는지 시계는 업고있답니다.
한 참에 시간이 지나고 나면 향좋은 그것이 나올 때 남모르는 웃음도 난답니다.
늘 존경스런 파아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