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노트
곧은 나무는 일견 꼿꼿한 비타협의 상징으로 추앙되는 세태다. 하지만 위만 보고 치달려온 존재의 속내에 어찌 아래의 고충까지 속속들이 헤아리는 고려가 있을가
대나무는 겉보기엔 단단하고 꼿꼿한 지조의 대명사로 찬탄을 자아낸다
사람들은 잘 자란 왕대를 보면 쓰다듬으며 우러러 본다
하지만 동서고금의 시인묵객들이 노래하고 화폭에 담아낸 대나무의 본질은 속이 텅 비어있다
한마디로 무늬만 강골인 것이다
부채로나 만들어 찌는 듯 한 여름날 화락 화락 부치며 체열을 식히거나 ,어디 자연 친화적 유원지의 펜스 대신으로 무분별한 인파의 발길을 막기위해 빙 둘러치거나 , 등긁개나 주걱이나 변변찮은 소도구를 만들어 상품 가치로 좌판 위에 올리거나 하는 외엔 가치도 다른 목재에 비해 떨어진다
차라리 굽은 참나무나 소나무류가 훨씬 다양한 목재 쓰임새로 쓰여지고 있다. 아궁이에 지피면 화력도 오래간다.
대나무의 본질이 뒤도 옆도 아래도 돌아보지 않고 승승장구의 출세 지향처럼 앞만보고 치달리는 것 아닌가 . 마디마디 자기 옹고집 뿐. 압제 받은 민중들의 한과 눈물 어린 죽창이 되어 함성을 이끌어낸 전력 외에도
죽림칠현처럼 앉아서 고스란히 타죽을 지언정 절개를 꺽지 않겠다는 비타협의 상징
이리굽고 저리 굽은 활엽수들이 나무 가지를 사방으로 펼쳐 무성한 그늘 드리워 푸른 숲을 이루는 함의는 함께 더불어의 은유라면 곧은 나무는 제 한몸만 건사하는 생애가 아니던가
내 눈의 들보보다 남의 눈의 티를 먼저 보는 세상, 굴절된 인생이 타겟이 되어 버리면 집중 비난을 받아 중인 환시리에 몰매를 맞고 속속들이 까 발겨지는 세상이지만 이유있는 굴곡은 너그럽게 이해가 되는 풍토가 아쉽다
마구 치달리는 직선보다는 고려의 곡선이 깊은 생애가 아닐 것인가
직진은 앞만보고 치달리는 것이며 굴곡은 고뇌의 삶을 살아 냈다는 증좌다
돌보아야 할 곁가지들도 아랑곳없이 저 혼자만 높이높이 솟구치는 침엽수들은
지상에 그늘을 드리우지 않는다. 손바닥만 한 그늘조차 하늘 향해 있을 뿐.
구부러진 나무들은 곁의 나무들과 다투어 경쟁하기보다는 더불어 숲이다
사람들이 여름날 땀을 식히는 것도 오지랖 넓은, 스스로 몸을 굽힌 활엽수 그늘이다
. 류윤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