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장.
정우의 모습은 형편없이 지저분하다.
옷에서 나는 냄새하고 엉클어지고 수세미처럼 엉켜 붙은 머리는 언제 물구경을 한 적도 없다는 듯 지저분하고 냄새가 진동한다.
“야!
밥 없냐?“
정우는 자신의 모습이 어떻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고 동생들에게 묻는다.
“큰형!
밥은 있지만 그것보다도 머리도 감고 씻고 나서 밥 먹으면 좋겠어!“
정원이가 말을 한다.
“짜식아!
잔소리 하지 말고 어서 밥이나 내놔!“
정우는 큰 소리를 지르며 동생들을 윽박지른다.
정원이는 부엌으로 내려가 밥을 챙긴다.
밥과 김치가 전부다.
정우는 김치뿐인 상을 끌어당기며 정신없이 밥을 퍼 넣는다.
“형, 무엇을 하는데 집에도 들어오지 않고 그토록 배가 고플 정도로 있어요?
집에 들어와 동생들과 함께 보내면 안 되는 거야?“
정만이가 밥을 먹고 있는 형을 향해서 불만을 터트린다.
그러나 정우는 정만이의 그런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밥을 먹는다.
정만이와 정원이는 그런 큰형을 말없이 지켜볼 뿐이다.
정우가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정희가 도착한다.
정희는 집으로 들어서다 코를 막는다.
“이게 무슨 냄새야?
아, 정우야!
네 꼴이 그게 뭐니?“
정우는 거의 다 먹어가는 밥그릇에 입을 대고 마지막 밥을 입안으로 넣고는 누나를 힐긋 바라본다.
“네 몸에서 이 무슨 냄새야?
그동안 씻지도 않고 다니면서 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어?어서 그 옷을 몽땅 벗고 씻어!“
정희는 소리를 높이며 정우를 야단친다.
“알았어!
씻으면 될 거 아냐?“
정우는 부엌으로 가서 아무렇게나 옷을 벗어 던지고는 온 몸을 씻는다.
자신이 생각을 해도 냄새가 지독하다는 것을 안다.
“깨끗하게 씻어!
냄새가 다 빠져나가도록 씻으라고.“
”잔소리 그만해!
씻고 있는데 자꾸 잔소리하면 어떻게 해?“
정희는 정우가 씻고 들어가 갈아입을 옷을 챙겨 놓는다.
어디로 다니면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는 동생이 불안하다.
그러나 엄마나 아빠는 정우의 그런 것에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다.
아마 신경을 쓰실 만큼 한가롭지도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엄마 아빠가 조금만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정우가 씻고 들어가자 정희는 정우가 벗어 놓은 옷들을 빨기 시작한다.
그대로 두기엔 너무 냄새가 나서 머리가 터질 것만 같다.
정우의 옷은 빨아도 빨아도 새카맣게 불이 나온다.
얼마를 더러운 곳에 뒹굴며 지냈는지 시궁창 냄새가 진동한다.
그렇게 빨고 또 빨고 나서야 지독스러운 냄새가 가신다.
정우의 옷을 널고 나서 방으로 가보니 이미 정우는 잠이 들었다.
정만이는 주변의 그런 것들에 신경을 끄고 다시 공부에 몰두한다.
정희는 그런 동생들을 잠시 보고 나서 큰 방으로 건너온다.
이제 부모님과 한 방을 쓴다는 것이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다.
잠을 잘 때도 늘 신경을 쓰며 한구석에서 몸조차 마음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새우잠을 자야 하는 것이다.
정희는 방안으로 들어와 잠시 잠이 든 정선이를 본다.
아직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는 정선이의 모습이 참으로 평화스럽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끔씩 잠결에 들려오는 엄마와 아빠의 가쁜 숨소리는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 것인지 정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런 날이면 잠에서 깨어 몸을 움직일 수도 없고 자신이 잠에서 깨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할까 싶어서 움직이는 것은 고사하고 숨소리조차 제대로 낼 수가 없는 것이다.
정희는 돈을 모아서 따로 나갈 계획을 세운다.
어차피 자신의 앞길은 자신이 계획하고 실천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해 주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정희는 매달 수입을 한 푼도 건드리지 않고 꼬박 저축을 해 나간다.
방을 얻어서 나가기 위해서 악착스럽게 돈을 모은다.
정희가 씻고 나서 잠들 준비를 하고 있을 때 부모님이 들어오신다.
“아직 안 잤니?”
김영아는 들어오면서 아직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정희를 본다.
“네, 지금 막 자려고 해요.”
“일하는 것은 어떠냐?
힘들지 않아?“
”힘들지 않아요.
그리고 너무 재미있어요.“
정희는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으면서도 그런 대답을 한다.
하루 종일 서 있는 직업이다 보니 저녁때가 되지 않아서 다리가 붓는다.
아직은 정식 미용사가 아니고 조수에 불과한 정희다.
그런 정희는 온갖 심부름도 다 해내야 하고 고객들의 차 심부름 또한 정희가 해야 하는 일이다.
지치고 피곤한 몸이지만 앞날을 위해서 모든 것을 열심히 해 나가고 있다.
“그래, 네가 재미 있어 하니까 다행이다.
어떤 일을 하던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야 하는 거야!“
김영아는 옷을 갈아입으며 딸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엄마!
정우에게 신경을 좀 써주시면 안 될까요?“
”정우는 그냥 내 버려둬!
아무리 말을 해도 도통 들어먹지를 않으니 어떻게 하겠니?“
”이젠 정우가 들어오기만 하면 지독하게 냄새가 나고............“
“오죽하겠니?
밖으로만 나돌아 다니는데 왜 안 그렇겠어?
엄마도 아빠도 해 볼만큼 다 해봤지만 속수무책이다.
어디를 어떻게 싸돌아다니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밥이나 제때에 챙겨먹고 다니고 있는지 늘 걱정스럽지만 짐승새끼이니 매 놓을 수가 있니 가두어 놓을 수가 있니?“
”...........................“
“나이가 한 살 더 들면 정신을 차리겠지.”
이미 김영아는 정우에 대해서 포기를 했다는 듯한 말투였다.
정우 하나로 인해서 삶 자체를 포기할 수도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그들 부부다.
정우 말고도 여섯 아이들의 부모가 되는 그들로서는 말을 듣지 않고 제 멋대로 엇나가는 맏아들을 위해서 생활을 바꿀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그들은 새벽같이 일어나 나가면 한 밤중까지 일을 해야만 한다.
그런 그들에게 정우의 일에 시간을 내어 따라다닐 수가 없다.
자식이 많다 보면 이런 자식이 있기 마련이라고 생각하면서 체념을 한다.
정희 또한 그런 부모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달래고 말을 해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정희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정우가 절대로 동생들에게 폭력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정희의 마음을 다소 편안하게 해 주고 있다.
이미 정우는 담배를 피우고 있다.
정우의 옷 주머니에서는 담배꽁초와 라이터가 나오는 것이 벌써 한참전의 일이다.
아빠는 지금까지 담배를 피우시지 않으신다.
술은 마시곤 하시지만 담배는 입에 대지 않고 살아가시는 아빠만을 보아오던 정희로서는 많이 당혹스럽고 놀라운 일이기는 했지만 자신의 힘으로 그런 정우를 말릴 수 있는 힘이 없다.
수없이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말을 했지만 그때마다 정우는 일관된 침묵으로 누나의 말을 묵살하곤 한다.
그러나 집에 들어와서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정우다.
집에 있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집에서는 일체 담배를 피우지 않는 것만으로도 정희는 조금 안심이 된다.
이제 집은 자신의 손이 아니더라도 그런대로 유지를 해 나간다.
이모가 가끔 돌봐주시고 동생들 역시 사내아이들이지만 자신들의 일을 알아서 해 나가고 있다고 생각을 하니 정희로서는 안심을 하고 방을 얻어서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집에 돌아와서도 연습을 할 수가 없기에 늦게까지 미용실에 남아서 마지막 정리를 하고는 커트 연습과 퍼머 머리를 말아보곤 한다.
마네킹을 사서 집에서 해 보고 싶지만 그럴만한 공간이 없다.
언제까지 조수로서 일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조수를 벗어나려면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정희는 잠시도 쉴 틈이 없이 손을 놀리곤 한다.
미용실 주인은 그런 정희의 노력을 기특하게 생각을 해서 마네킹과 연습을 할 수 있도록 퇴근 후의 시간들을 허락해 준다.
정희는 자신이 하지 못했던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검정고시 준비를 하며 공부를 해 나간다.
정희의 그런 노력을 아는 미용실 주인은 자신의 아들이 배웠던 교과서와 참고서등을 가져다준다.
정희는 틈만 나면 공부를 한다.
미용실 주인이 허락한 일이기에 그 누구도 그런 정희를 나무라지 않는다.
정희는 일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틈틈이 그렇게 공부를 해 나간다.
자신의 학력으로서는 동네 미용실밖에는 일 할 곳이 없다.
동네 아줌마들을 상대로 푼돈이나 벌면서 살아가는 길 외에는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왕이면 남들 못지않게 멋진 미용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며 공부를 하는데 전념을 한다.
공부와 연습 그리고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정희다.
집안은 그런대로 아이들이 각자 자신의 할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서로 힘이 되어가며 끼니를 챙겨먹곤 한다.
영아의 언니 영숙은 그런 아이들을 보면서 대견해한다.
가끔 들려서 청소와 빨래를 해주고 반찬을 만들어 놓으면 사내아이들일망정 제 끼니를 찾아서 해 먹곤 하는 것이 신통하고 대견스럽다.
이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정원이가 여자애처럼 꼼꼼하고 부엌일도 곧잘 한다.
둘째인 정만이는 어떻게 하든 공부에만 몰두를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늘 상을 펴놓고 공부를 하는 정만이의 모습이다.
다른 아이들처럼 학원을 다니지 못하는 정만이는 스스로 노력을 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방법이 있을 리가 없다.
남들보다 노력을 해서 그런지 늘 상위권의 실력을 유지하고 있는 정만이다.
이제 고등학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정만이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잠시의 시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있는 노력파다.
벌써부터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결정을 해 놓고 그것에 맞추어서 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정만이다.
정만이는 기업의 오너가 되고 싶은 것이 꿈이다.
기업을 이끌어 가는 경영자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을 하고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생각만이 정만이의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늘 불만이었지만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정만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가난한 이 가정에 축복이 가득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