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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23 (일) ‘돈봉투 전달’ 송영길 보좌관… 이재명의 ‘성남 멤버’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살포’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의 보좌관이 ‘이재명 성남시’에서 이재명 대표 최측근 그룹에 속했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박모씨는 윤관석 의원이 2021년 4월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주는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검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인물이다. 당내 일각에선 “박씨가 송영길 전 대표와 이재명 대표 양측 사이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정치권에 따르면, 박씨는 이재명 대표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던 2014년 11월부터 2018년 2월까지 성남시 행정기획조정실 행정지원과 비서관(일반임기제·7급)으로 3년 넘게 일했다. 공무원 임용 시험이 아닌 경력 공채를 거쳐 합격한 이른바 ‘어공(어쩌다 공무원)’ 자리다. 당시 행정지원과엔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장형철 전 경기연구원 부원장, 이재명 대표 아내 김혜경씨의 ‘법인 카드 유용 의혹’에 연루된 배모씨 등 ‘성남 원년 멤버’들이 있었다.
이와 함께 이재명 대표 수행 비서 출신으로 과거 집단 폭행 전과가 있는데도 ‘이재명 지도부’ 체제에서 민주당 국장급 당직자로 채용돼 논란이 됐던 김모씨 역시 같은 부서에서 일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당시 행정지원과 일부 조직은 이재명 시장 친위 조직이나 다름없었다”고 했다. 전북 출신으로 과거 ‘노사모’와 ‘정통(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에서 활동하던 박씨는 정청래 의원 비서관으로 일한 경력이 있다. 별다른 경력이 없던 박씨가 성남시에 채용된 데는 정동영 전 의원과 이재명 대표를 동시에 잘 아는 한 정치권 인사의 알선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사 역시 정진상 전 실장과 같이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한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이재명 대선 후보 선대위에서 고위직으로 일했다. 박씨는 이재명 대표가 경기도지사에 출마하려고 성남시장 자리를 내려놓은 2018년 2월 다른 ‘어공’들과 함께 성남시에서 나왔다. 박씨는 이후 송영길 전 대표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돈 봉투 논란이 터진 2021년 전당대회 때 송영길 캠프에서 활동했고, 송영길 전 대표가 당선되자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임명됐다.
송영길 지도부 체제에서 치른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송영길 전 대표가 이재명 지사를 지원한다는 의미의 ‘이심송심(李心宋心)’이라는 말이 나왔다. 송영길 지도부가 이재명 대표에게 유리하도록 편파적으로 경선을 관리·운영했는데,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인 박씨가 중간에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박씨가 이재명 대표 측과 얘기가 잘된다는 말을 사석에서 여러 차례 했다고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재명 대표 측 관계자는 “박씨가 성남시에 들어온 건 이재명 대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이재명 대표 측근도 아니다”라며 “이재명 대표가 당에서 대선 후보로 뛴 이후로도 별다른 역할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송영길 전 대표가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전달되는 과정의 ‘중간책’ 역할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이 돈 봉투를 윤관석 의원에게 전달할 때마다 박씨에게 ‘전달했다’는 메시지를 보냈고, 이 사건 피의자인 강래구씨가 지역상황실장들에게 건넨 현금 일부에 대해 박씨가 중간에서 전달자 역할을 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윤대통령 해외순방 때마다 지지율 하락… 이번에는 반전될까
‘순방 외교’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에 늘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역대 대통령들도 국내 정치적 논란에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해외 순방을 통해 정국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곤 했다. 북한의 끊임없는 위협과 불안정한 한반도 정세 속에서 대통령이 ‘국가대표’ 자격으로 미국 등 주요국 정상들과 만나 국익을 챙기는 데 앞장서는 모습은 대통령 지지 여부를 떠나 범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은 지지율과의 함수관계라는 측면에서 이전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여왔다. 취임 후 지난 1년간 미·일 정상들과의 회동을 전후로 각종 논란과 구설에 휩싸이면서 지지율이 오히려 떨어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점에서다. 실제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지난해 9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의 뉴욕 회동을 비롯해 지난해 11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의 한·미 정상회담, 그리고 지난 3월 한·일 도쿄 정상회담까지 주요 순방 때마다 플러스 효과는커녕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만 초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21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 참석을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났을 때는 비속어 논란이 지지율에 악영향을 미쳤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9월 27~29일 조사해 3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4%로 집계됐다. 2주 전 33%였던 지지율이 1주 전 28%에 이어 또다시 4%포인트 낮아지면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목할 부분은 자신의 정치 성향이 보수라고 답한 응답자의 긍정 평가가 2주 전 57%에서 49%로 8%포인트 떨어진 것과 함께 자신을 중도로 규정한 응답자의 긍정 평가도 2주 새 27%에서 18%로 9%포인트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처럼 중도층과 보수층 민심이 동시에 동요하기 시작하면서 전체 부정 평가도 2주 전 59%에서 65%로 뛰었다. 윤석열 대통령 부정 평가 이유 중 1위로 ‘외교’가 꼽힌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지난해 11월 13일 아세안 관련 정상회의가 열린 프놈펜에서 한·미 정상이 50분간 마주 앉았을 때도 회담 결과보다는 회담 외적인 논란이 지지율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셋째 주(15~17일) 한국갤럽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 직무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29%였다. 전주(30%)에 비해 1%포인트만 떨어져 겉으로는 선방한 것으로 보였지만 9월 말 최저치 이후 30%로 반등하고 있는 시점에 다시 지지율이 꺾이며 회복세가 주춤하게 됐다는 점에서 여권 내에서도 아쉽다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이 조사에서 특히 눈에 띄는 부분은 보수층의 긍정 평가가 55%로 전주와 동일했던 데 비해 중도층의 긍정 평가는 29%에서 20%로 뚝 떨어졌다는 점이다. 당시 정치권과 여론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낀 보수층이 결집한 것과는 달리 중도층의 경우 대통령 동행 기자단 중 일부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 명단에서 배제되고 윤석열 대통령이 전용기에서 몇몇 기자와 따로 대화하는 모습 등이 윤석열 정부의 공정 기조와 맞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지난달 3월 16일 한·일 정상회담의 후폭풍도 이에 못지않았다. 지난달 3월 6일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 발표로 촉발된 논란은 정상회담 이후 일본의 비호응까지 겹치면서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월 31일 공개한 3월 다섯 째주 여론조사에서도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는 30%로 전주보다 4%포인트 떨어진 반면 부정 평가는 2%포인트 오른 60%를 기록했다.
부정 평가 이유 중에서도 ‘외교’와는 별도로 ‘일본 관계/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꼽는 응답자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이들 2개 항목이 3월 둘째 주부터 다섯 째주까지 4주 연속 부정 평가 이유 1·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특히 3월 넷째 주엔 두 항목을 부정 평가 1순위로 꼽은 응답자가 48%로 절반에 육박해 ‘일본’이 3월 한 달을 뒤흔든 최대 핫이슈였음을 보여줬다.
이제 정치권의 시선은 오는 4월 26일 백악관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 쏠리고 있다. 당장 여권에선 한국 대통령으로는 12년 만의 국빈 방문에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회담인 만큼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대통령실 주변에서도 한·일 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이번엔 미국 측도 동맹국에 나름의 ‘성의’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힘을 얻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지도부 인사는 “한·미동맹 강화라는 상징적 의미의 합의만 나와도 국내 지지율에 긍정적 효과가 있지 않겠느냐”며 “이번이야말로 순방 외교 후폭풍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반면 회담 성과가 국민적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거나 회담 후 또 다른 논란이 불거질 경우 오히려 파장이 더 클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국빈 방문과 미국 의회 연설 등 형식적인 대접만 받고 정작 경제적 실리는 챙기지 못하면 자칫 두 차례 만찬 예우에 가시적 호응 조치는 전무했던 한·일 정상회담 사례만 오버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미국 기밀문서 누출과 한국 정부 도·감청 논란이란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에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문제와 대만 이슈라는 민감한 이슈까지 더해지면서 가변성은 한층 더 커진 모양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지난 전당대회를 통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을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연동시켜 놓은 만큼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더해 최근엔 잇단 당내 갈등과 설화에 최대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지층마저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 조사 결과 4월 첫째 주 37%였던 TK 지역의 윤석열 대통령 부정 평가 비율이 둘째 주엔 53%로 한 주 만에 16%포인트나 급증하기도 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하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박정희대통령기념관을 찾는 등 여권이 보수층 결집에 집중하는 가운데 나온 결과라는 점에서 위기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이번 정상회담이 무난하게 마무리될 것이냐, 아니면 또다시 악재로 작용할 것이냐는 여권은 물론 전체 총선 구도에도 중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곧장 5월부터는 총선 정국에 본격 돌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4월 말~5월 초 지지율 추이에 따라 여야 어느 쪽이 첫 주도권을 쥐고 총선 레이스를 시작하게 될지 가려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 결과는 물론 회담 이후 여론이 과연 어떻게 반응할 것이냐에 용산과 여의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삼국유사를 품어낸 비슬산… 분홍빛으로 물들다
대구 달성군 비슬산 정상은 국내 최대 참꽃(진달래) 군락지이다. 대견사에서 대견봉(해발 1035m)에 이르는 99만여 ㎡(약 30만평)의 고원에 진홍색 주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군데군데 푸른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온통 진달래 꽃대궐이다. 대구 달성군 비슬산 정상은 국내 최대 참꽃(진달래) 군락지이다. 대견사에서 대견봉(해발 1035m)에 이르는 99만여 ㎡(약 30만 평)의 고원에 진홍색 주단을 깔아 놓은 듯하다. 군데군데 푸른 소나무를 제외하고는 온통 진달래 꽃대궐이다.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김동환 ‘봄이 오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이원수 ‘고향의 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김소월 ‘진달래꽃’). 진달래는 우리나라 봄을 대표하는 꽃이다. 수많은 시와 동요, 가곡에서 한국인의 정서에 깊이 박힌 꽃이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지천으로 피어나는 진달래는 이른 봄에 피지만, 해발 1000m가 넘는 고산지대에서는 지금이 제철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 축제’가 열린 대구 비슬산에 다녀왔다.》
● 참꽃을 먹고 즐기는 화전놀이
대구·경북에서는 진달래보다 ‘참꽃’이란 이름이 더 친숙하다. ‘먹을 수 있는 진짜 꽃’이란 의미다. 철쭉을 ‘개꽃’이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되는 이름이다. 철쭉은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봄이 오면 음력 삼월 삼짇날에 경치 좋은 곳에서 진달래꽃을 찹쌀가루에 반죽해서 부쳐 먹는 ‘화전(花煎)놀이’를 즐겼다. 대구 달성군에 있는 비슬산은 99만여 ㎡(약 30만 평)에 이르는 국내 최대 참꽃 군락지다. 비슬산은 해발 1000m 고지대여서 진달래가 늦게 핀다.
산 아래쪽 비슬산자연휴양림 입구에는 벌써 철쭉이 피어나고 있지만, 산 정상 부근에는 진달래꽃이 주단을 펼쳐 놓은 듯 장엄하게 피었다. 14, 15일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참꽃문화제가 열렸다. 그러나 참꽃 군락지에 가까이 가서 보니 군데군데 꽃이 시들어 말라 있는 모습도 보였다. 올해 꽃이 만개하기 직전에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일부 진달래가 꽃봉오리째 얼어버리는 동해(凍害)를 입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견사에서 대견봉에 이르는 능선 전체를 뒤덮은 꽃대궐 속에서 사진을 찍는 상춘객들의 표정은 밝기만 하다.
비슬산은 ‘비파 비(琵)’에 ‘큰 거문고 슬(瑟)’자를 써서 ‘비슬산(琵瑟山)’이라고 불린다. 산 정상의 바위 모양이 신선이 거문고를 타는 모습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비슬산 정상 부근에 대견사(大見寺)가 있다. ‘크게 보고, 크게 느끼고, 크게 깨친다’는 뜻의 사찰 이름이다. 대견사 주변에는 중생대 백악기에 만들어진 ‘비슬산 암괴류’가 여러 갈래 물결처럼 흘러내린다. 부처 모양의 바위와 3층 석탑이 아슬아슬한 낭떠러지 끝에서 세상을 굽어보며 온 우주를 품고 있는 형상이다.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대견보궁 왼쪽에는 산신각과 암굴이 있는데, 암굴에 새겨진 작은 마애불의 미소는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암굴 옆의 가파른 돌계단을 오르면 대견사 뒷마당에 본격적인 꽃대궐이 펼쳐진다. 비슬산을 오르려면 휴양림 주차장에서 대견사 주차장까지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휴일에는 1시간 이상 탑승을 기다려야 한다. 등산이나 트레킹을 원한다면 유가사 쪽에서 대견사로 향하는 길을 추천한다.
● 삼국유사의 땅
비슬산은 ‘삼국유사’를 쓴 일연 스님과도 인연이 깊다. 대견사는 신라 헌덕왕 때(810년) 보당암(寶幢庵)이라는 이름으로 창건됐다. 일연은 22세 때 승과에 합격한 뒤 22년 동안 보당암(대견사), 묘문암, 무주암 그리고 인흥사와 용천사를 거쳤는데 이 모두가 비슬산에 있다. 비슬산은 일연의 득도처이자, 삼국유사가 구상되고 집필된 곳이다. 일연은 중국과 국내의 고전 역사서, 비문(碑文)과 옛 문서까지 총망라하고 전국의 역사 현장을 답사하고 이야기를 채집해서 삼국유사를 썼다.
‘삼국유사 길 위에서 만나다’의 저자인 한양대 고운기 교수는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연대별 사건 서술에 주력한 반면 일연은 하찮은 현장이라도 직접 둘러보고 생생한 기록으로 남겼다”며 삼국유사를 ‘길 위의 책’이라고 평가했다. 고문기 교수는 “‘삼국유사’는 지배층의 정치사뿐 아니라 당시 고려 백성의 염원과 신화, 전설을 폭넓게 담아 한민족의 정서와 세계관을 집대성한 역사서”라며 “서양의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연극과 드라마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하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의 보고(寶庫)”라고 설명했다.
대구 달성군 화원읍 본리리에 있는 삼국유사의 산실인 ‘인흥사’는 현재 3층 석탑이 있는 절터로만 남아 있다. 인흥사지는 고려 말 원나라에서 목화씨를 들여왔던 문익점(1329∼1398)의 18대손이 거주하기 시작하면서 남평 문씨 세거지가 되었다. 인흥마을에 주차하면 가장 먼저 문익점 동상이 눈에 들어오고, 뒤편에는 목화밭이 조성돼 있다. 지난가을 열매를 수확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에 눈처럼 하얀 목화솜이 가득한 밭이 인상적이다.
인흥마을의 첫머리에 있는 수백당(守白堂)은 봄이면 매화와 산수유, 여름에는 능소화가 멋들어지게 피어나는 집이다. 요즘 마당의 담장 밑에는 모란꽃이 활짝 폈다. 김영랑이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에서 오월을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고 노래했는데, 사월에 이미 활짝 폈다. 수백당 오른쪽의 협문을 통과하면 약 2만 권의 서책과 책판이 보관돼 있는 ‘인수문고(仁壽文庫)’가 있다.
수백당 담장을 끼고 오른쪽에 있는 광거당(廣居堂) 안에도 1만 권의 책을 비치한 ‘만권당’이 설치돼 전국의 수많은 문인, 학자들이 토론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광거당 누마루에는 추사가 적은 ‘수석노태지관(壽石老苔池館)’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수석과 묵은 이끼와 연못이 있는 집’이라는 뜻이다. 지금은 연못이 메워지고 없지만, 광거당 앞에 분홍빛 꽃을 피운 모과나무가 드리우는 그늘만으로도 운치가 넘친다.
올해 9월 대구시에 편입될 예정인 경북 군위군은 ‘삼국유사의 고장’으로 불린다. 일연이 삼국유사를 완성하고 삶을 마무리한 인각사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인각사 주변 해발 800m 정상에 자리 잡은 화산마을의 행정구역 이름도 군위군 ‘삼국유사면’이다. 마을에는 1709년 조선 숙종 때 병마절도사 윤숙이 외적의 침입에 대응하고자 쌓기 시작한 화산산성 일부가 남아 있다. 고랭지 채소 재배로 살아가는 이 농촌 마을은 요즘 군위댐과 풍력발전소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포토존으로도 유명하다.
동화 속 풍경처럼 빨간색 지붕의 풍차가 세워져 있는가 하면, 캠핑장에는 일출과 일몰, 운무와 새벽하늘 별빛이 이루는 장관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끊임없이 찾아온다. 군위 한밤마을은 돌담이 쌓인 골목길 산책을 하기에 좋다. 제주가 현무암 돌담이라면, 한밤마을의 돌담은 화강암에 낀 이끼가 고색창연한 빛을 발한다. 부림씨(缶林) 홍씨의 집성촌인 한밤마을에서 가장 오래된 가옥은 남천고택(南川古宅)이다. 고택 옆에 있는 정면 5칸, 옆면 2칸짜리 ‘대율리 대청’은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쉬어 가기에 좋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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