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족 여름휴가
안골노인복지관 수필창작반 정석곤
지난 1월, 대가족이 괌으로 여행을 다녀와서 올여름 휴가는 없을 걸로 알았다. 그런데 며느리들이 충주시 수안보면에 있는 송림농원 펜션을 1박 2일 예약했다. 피서는 두 번째고 대가족 간의 화목이 더 도타워질 기회라 여기며 기다렸다. 8월 초순이라도 폭염특보까지 내렸다. 모두 펜션 입실시각 안에 도착했다. 참매미들은 합창하고, 목 백일홍과 백일홍은 분홍, 노랑, 빨강 얼굴로 환영했다.
수영장이 다랑논처럼 크고 작은 게 대여섯 개가 소나무와 어우러졌다. 물이 시원하다 못해 차가웠다. 손주들은 물을 만난 고기처럼 물놀이에 정신이 없었다. 각자 수영 실력도 자랑했다. 만난 지가 석 달이 넘어설까, 신이 나서 서로 붙들어 물속에 넣으려 하고 도망도 치며 사촌의 정을 쌓아가는 모습이 흐뭇했다. 세 아들과 나도 같이하니 수영장은 우리 가족으로 꽉 찼다. 아내와 며느리들은 발을 담그고 물놀이 구경과 대화로 즐겼다. 두 편으로 나누어 간이배구를 했다. 이기려 안간힘을 쓰니 비치볼도 양쪽을 오가며 수영장 밖으로 안 나가려 애를 썼다. 남자 3대가 어우러진 배구라 즐거웠다.
정문 밖 족구장으로 갔다. 넓은 마당 둘레에 높은 망을 쳐놓고 가운데 족구 코트가 있었다. 편은 막둥이 아들, 나, 손자 슬우와 둘째 아들, 큰아들, 손자 채운으로 나누었다. 심판은 아내가 보고 유치원생인 손자 태산이가 기록을 맡았다. 막둥이 며느리는 태중의 손자와 유치원생 손녀 태이와 응원했다. 초등학생 손자 이현이도 응원했다. 저녁때의 햇볕은 여전히 따갑게 내리쬐고 있었으나, 아랑곳하지 않고 족구를 했다.
처음 해본 경기라 낯설었다. 둘째와 막둥이는 운동신경이 좋아서인지 선수 같았다. 큰아들과 고등학교 1학년인 슬우는 공을 받아 보내느라 땀을 뻘뻘 흘렸다. 나와 초등학교 6학년인 채운이도 공을 살리려 애를 썼다. 경기 규칙은 3판 2승제로 조금 바꿔 재미있게 하기로 했다. 10여 분간 연습했다. 축구와는 달리 공이 나를 따라주지 않아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아이스크림콘’ 내기 경기는 날씨만큼이나 달아올랐다. 응원도 뜨거웠다. 이긴 편에 ‘잘한다!’라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왔다. 태산이는 아빠 편을 들면서 점수를 외친 뒤에 기록했다. 1회전은 점수 차가 많았다. 2회전은 동점까지 가다 우리가 2점을 먼저 얻어 2 : 0으로 이겼다. 내년에 족구를 한다면 경기의 모양새가 더 갖추어지리라.
저녁 식사를 마치고 거실에 모였다. 냉장고에서 몸을 얼린 수박은 열대야를 식혀주었다. 대가족은 명절과 우리 부부의 생일 때 만났으나 아쉬움만 쌓아놓고 헤어지곤 했다.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대가족 휴가날을 정할 때는 서로 맞지 않아 포기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이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한 게 아닌가?
오늘, 물놀이와 족구 경기로 대가족은 더 가까워졌으리라. 내년 휴가를 건너뛰자는 말이 슬그머니 나왔다. 막둥이 며느리가 낳을 손자가 어리니까 그러려니 싶었다. 내 맘엔 아들 며느리와 손주들이 있다. 형제끼리는 결혼 전, 숙질(叔姪)간은 부모와 자식, 사촌은 형제처럼 지내는 게 소원이다. 그러려면 자주 만나야 한다. 내년 여름도 대가족 휴가를 고대할 것이다.
(2019. 8.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