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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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사다.
힘도, 빽도 없는 교사다.
여기저기에서 얻어터져도 '다 니들 업보야' 라는 조롱을 듣는
나는 교사다.
온라인이건 오프라인이건 내가 교사라는 걸 밝히지 않고 산지 10년이 훌쩍 넘었었다.
그런데 오늘은 내가 교사임을 밝히고 한스러운 소리를 하고 싶다.
얼마나 힘들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그렇게 죽고 싶지 않았을텐데.. 아직 창창한 인생 즐겁게 살고 싶었을텐데..
아이들 예뻐해주면서 즐거운 추억 만들고 싶었을텐데..
세상 사람들은 갑질한 학부모가 어느 당 국회의원인지 구의원인지 신상캐기 바쁘다.
하지만 나는 그저 미안하다.
내가 처음 교직에 발을 들였던 20년 전과 지금 뭐가 달라졌을까?
아무것도 바꾸지 못해 미안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 교사들은 생각보다 많다.
매일같이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 아이들, 야단을 치거나 지도하면 득달같이 민원을 넣는 학부모,
민원에 벌벌 떠는 관리자, 사태 파악은 커녕 도움 줄 생각도 없는 교육청까지
학부모 민원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 참 싫다.
생각보다 교사를 괴롭히는 방법은 쉽다.
아동학대.
만능이다. 현재 상황에서 아동학대에 걸리지 않는 교사가 있을지 정말 궁금하다.
은근히 이걸로 협박하는 학부모도 만나봤다.
어이가 없어서 그냥 웃었지만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면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통지표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들은 모두 완벽하다.
하지만 억지로 지어낸 말이 많음을 아는지 모르겠다.
수업을 방해하고 친구들을 괴롭히는 아이는 '성격이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부산스러운 아이는 '호기심이 많고..' 등등
'아이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가급적 좋은 말로 작성해주세요' 라고 명령 아닌 명령을 받는다.
그럴거면 뭐하러 1년동안 지켜보고 지도하게 하는걸까?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너희만 힘드냐? 세상에 쉬운 일이 있냐? 너네는 방학 때 놀면서 월급 받고 여행이나 다니면서 무슨 불만이냐?
맞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각자 나름의 힘듦을 가지고 있을 뿐. 그러니 교사의 어려움도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우리도 정말 힘들다..
한 교사가 생을 마감했다.
그 교사를 만났어야 할 수많은 아이들이 있었을텐데
부디 좋은 곳으로 가 편히 쉬길 바란다.
부끄러운 선배는 미안하단 말도 차마 못하겠다.
댓글 중---
남우조연 23.07.20 16:34
23년차 교사의 남편입니다
저희 집사람도 정신과 치료 받다가 지금은 병가내고 쉬고있습니다
불과 한달도 안됬네요
교사하지말고 연수받고 점수 받아서 교감되던가 교육청 들어가라고해도 가르치는게 좋고 애들이 좋아서 평교사로 남고싶다고 합니다
그런데, 교육에 애정이 있고 진심인 교사들이 하나둘 학교늘 떠나고 정신과 치료를 받는게 현실입니다
예전 우리 자랄때 촌지 받고 무조건 싸대기 날리던 시대를 혼돈해서 생각하심 안됩니다
학생한테 큰소리로 꾸짖기만해도 부모가 아동학대라고 협박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세상입니다
집사람 선후배가 모두 교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대변하고 이해하게되었네요
그들은 어디가서 절대 본인이 교사라는 티도...말도 안꺼냅니다
이게 대한민국 공교육의 현실이기도합니다
묵묵히 애들이 좋고 가르치는게 좋아하서 이길을 선택한 사람들일 뿐입니다
첫댓글 보배 댓글 중---
유령이나르샤 23.07.20 13:18
저도 초딩 키우는 부모입니다.
90%의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정상입니다
꼭 반에 1~2명의 이상한 아이들과 그 1~2명의 부모들이 또라이들이에요.
그 1~2명의 또라이 부모 년놈들이 지 새끼가 학교에서 통제안되고 애들 괴롭히고 또라이 짓거리 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우리애는 안그래요~~ 이지랄하면서 피해망상에 빠져 선생이 우리애만 차별한다
우리애를 혼내서 애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딴 개소리로 사람을 못살게 합니다.
죠죠 23.07.20 13:19
지금 학교홈페이지에 저 검은 리본 사진을 올렸다고 학부모 항의가왔답니다.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정말 세상이 미쳐가는건지 학부모가 미친건지 어지러운 세상이네요.
'내 아이'가 물론 세상 무엇보다 중요하겠지만 저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악영향 운운하는
학부모 인성을 보면 참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