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생각에 사람들이 잘못 생각하는 점이 있기에 지적하고자 합니다.
황제를 칭하는 것과 왕을 칭하는 것에 대해서 그것이 무슨 대단한 차이로 인식해서 황제를 칭하면 자주적이고 왕을 칭하면 비자주적, 사대적이라는 인식이 너무도 팽배한듯 합니다.
우선 황제와 왕의 차이에 대해서 그 서열을 정한곳은 중국대륙왕조들입니다.
황제아래에 각 지역을 통치하는 제후를 왕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국대륙의 왕조들인데 문제는 중국대륙의 왕조들이 그렇게 정했다고 해서 다른나라들 마저 이런식으로 따라가야 한다거나 특별히 황제를 칭해야 국격이 커보인다거나 하는 식의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는가 의문을 제기합니다.
구태여 중국대륙왕조의 기준을 따를 이유가 없다면 황제칭호를 자주적이라고 특별히 내세울 이유도 없고 황제면 어떻고 왕이면 어떻할까요.
조선왕조가 왕을 칭했다라고 해도 황제만 받을수있다면 묘호를 사용했다라는 점에서 공식적인 외왕내제까지는 아니더라도 고려왕조에 비해서 결코 자주성이 후퇴했다라고 볼수 없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지적하고자 하는것은 황제를 칭한다는 것에 대해서 일반백성들에게 어필하기에 왕실이 무슨 신성한 존재로 인식되어져야 한다라는 권위의식이 있슬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실제 나라를 통치하는데 백성들을 잘 보살피고 지지를 받는데 있서서 그러한 신성한 권위가 구태여 필요하다고 생각치는 않습니다.
첫댓글 호칭과 존칭은 상대방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정신세계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고구려 이후로 중화와 다른 문명을 일궈냈으면 모를까 이미 중화 문명권 안에 있는 한 황제와 왕에 대한 중국의 규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조선 말기 고종 시절에 조선이 '독립국' 임을 강조하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바로 '황제국' 자처(대한제국)였음을 상기해 보시기 바랍니다. (요컨대 황제국을 자처해야 기존 조선의 상국이었던 청나라와 동급의 국가가 되어 조선의 자주성을 내보일 수 있다고 인식했다는 의미) 지금 우리가 보기엔 황제국을 칭하나 왕국을 칭하나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일 지 몰라도 당대인들에겐 그 의미가 달랐다는 이야기입니다.
다른 세계를 들어보면, 근대 이집트 무함마드 알리 왕조가 총독(헤디브)에서 술탄 칭호로 바꾼 것(당시까지 술탄은 이슬람 세계의 유일 지배자인 오스만 제국만이 사용한 칭호였음)이라든가, 나폴레옹이 유럽을 거의 정복하고 황제에 등극한 일, 프로이센 왕국이 독일 통일 직후 황제국으로 승격된 사례 등을 들 수 있겠지요.
이 글의 문제의식에 공감합니다.
황제국과 왕국의 차이가 별반 없었다면 이왕이면 황제국을 칭했겠지요. 분명 차이는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황제국을 자칭했던 시대는 자랑스러운 역사이고 그렇지 않았던 때는 부끄러운 역사인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고려 초기에는 그럴 만한 주변 정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몽고 침략을 경험한 지 얼마 안 되었던 조선 초기에는 제국을 자칭하기에는 여러 모로 어려운 시기였겠지요. 외교에서 강경책이란 함부로 할 성질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병자호란에서 보게 됩니다. 사대의 정신은 평화 외교라는 데에서 의미가 있는 것이지 존화사상에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병자호란은 왜곡된 사대존화가 어떤 결과를 보여 주는
보여 주는가 알려줍니다.
조선 시대가 필요 이상의 사대로 외교의 중심을 잃었다는 데에도 동의하고, 황제국과 왕국의 문제가 자주성 유무의 차원으로 과도하게 해석되는 것에도 반대합니다.
결코 조선왕조가 고려왕조에 비해서 자주성이 후퇴했다라는 식의 발상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제 주장의 핵심이죠.
댓글들이 체계적인 토론식이 아닌, 각기 짧은 의견 제시만 되어 있기에 자칫 도식적인 이분법이 되기 쉬울듯 하여 한 마디 남기겠습니다. 황제국과 왕국에 분명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조선시대와 고려시대를 같은 기준으로 놓고 자주성 여부를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도 맞습니다. 당연히 시대 차이가 있으니, 더 극단적인 비교를 하자면 조선조의 자주성이 고구려에 미치지 못했다고 비난하는 것은 말도 안되지요. 하지만 같은 조선시대 내에서도 시대에 따른 편차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후퇴 여부를 살펴볼 수는 있습니다. 몇몇 사례만으로 조선조가 자주성이 후퇴한 시대가 아니었다고 강변하는 것도 잘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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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신 취지에 공감합니다. 그런데 영국 사례는 좀 다릅니다. 황제를 안 칭한게 아니라 못 칭한 것에 가까워요. 유럽에서 '황제'란 곧 로마 황제와 연결됩니다. 비잔티움(동로마)제국은 자체로 로마이기 때문에 황제이고, 프랑크 제국은 교황으로부터 로마 황제 칭호를 받았습니다. 신성로마제국 역시 교황으로부터 로마 황제를 받았죠. 러시아는 정교회의 수장이던 비잔티움 멸망 후, 이제 정교회의 정통이 러시아에 있다고 주장하며 짜르를 자칭하고요. 나폴레옹 역시 스스로 관을 쓰긴 했으나 교황을 들러리로 세웠습니다.
그러나 영국은 헨리8세 이후 카톨릭과 연을 끊고 성공회를 국교로 삼지요. 교황의 승인을 받을 수 없단 얘기. 더구나 왕실 혈통도 신성로마제국 혹은 로마와 어떤 연관도 없었습니다.
결국 빅토리아 여왕 대에 가서야 '대브리튼과 기타 속령, 식민지의 왕 그리고 인도의 황제'하는 식으로 황제 호칭을 갖게 됩니다. 이것도 '인도(무굴제국)'의 황제이지 유럽에서는 황제로서 군림하지 못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