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봄날다운 봄날이어서
하늘만 바라보아도, 그저 바깥 경치만 온 몸으로 받아들여도
저절로 행복해질 그런 날이다.
그런 날,
행복에 행복을 더하게 된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 어울릴 것이다.
그 금상첨화가 오늘 내게 주어졌다.
한동안 명상심리 지도사 시험공부하느라 집안 일이 뒷전이었던 까닭에 정신이 책에 가있으면서도
늘 마음이 불편하기는 했다...성질대로라면 뒤집어 엎어가며 대청소를 적어도 몇번은 했어야 하는데
차일피일 미루며 겨우 일주일에 하루 대청소를 하고 간이 청소만 해대었더니 아직도 추운 산골 봄날인
무설재 인지라 여전히 벽난로에 장작을 때야 해는 너른 집에는 먼지만 풀풀 쌓여가고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해서 오늘,
그야말로 신선이 출장 간 사이에 이불부터 시작해서 커텐을 비롯한 겨울철 묵은 빨래들과
동시다발로 벌이는 대청소 난리굿....사실은 미리 정해진 약속이 있었지만 그것도 무산되어버리고
그 약속 때문에 오늘의 수업 참관에 참석치 못하게 되어 이래저래 낭패였지만 그럴 수 있지 뭐 로
마음을 다독이며 잘됐다 싶어 온통 뒤집어 엎고 대청소를 하려는 찰나,
예정에 엎던 우리의 pinks님께서 점심을 함께 하자며 전화를 했다...대청소 중이라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같은 하늘아래 안성에 살면서도 서로 바빠 얼굴을 보지 못하니 모처럼의 제안을 거절 할 수는 없는 법.
청소하던 복장으로 망설임없이 내리닫이로 달려가니 벌써 자리를 차지한 채 책을 읽으며 앉아 있다가
반색을 하니 친구란 그저 얼굴만 보아도 좋기만 한 것 맞다.
물론 한끼 식사라 할지라도 검증된 곳이 아니면 가질 않는 성격탓에 나물 성찬이 지천인 가마솥 들밥집에서
부담없이 식탐을 즐기며 이런 저런 밀린 이야기를 하던 끝에 재미있는 우편 등기를 하나 받았노라 고
pinks님이 자랑삼아 혹은 의미심장한 편지 내용을 들려주는데 그야말로 편지 하나에도 재미로울 수 있는 기발함과 센스가
돋보이는 그 편지는 얼마 전에 아들을 결혼 시킨 우리의 친구 인실이의 정성이었다.

게다가 그 등기 편지에는 핑크님에 걸맞는 사연과 아웃백 사용권이 들어있었노라는 말을 전하면서
친하지 않은 친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친구 아들의 결혼식에 찾아주어서 고맙다고 보냈을까? 라며
의문부호를 남겼으나...그저 사연을 알 수 없는 우리는 아는대로 추측성 대화를 난무시킬 수밖에 없고
정작 친하다고 하는 쥔장은 등기를 받지 못한 상태라 글쎄...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마침 점심 후 카페로 장소를 옮겨 못다한 마무리 이야기까지 하고 무설재로 돌아오는 길에
교차하면서 만나게 된 우체부는 등기가 있으니 기다리라는 것이다.
무설재 들러서 나오는 길이라며 등기를 내어밀며 헛걸음 치고 돌아가는 가 싶었는데 다행이라며 웃는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등기를 받아들자니 익숙한 친구의 이름 손인실 배상...
그 등기는 바로 pinks에게 조금 전에 점심을 먹으며 들었던 그 사연의 등기였음이니
바쁜 마음으로 돌아와 등기를 개봉하는 순간...울컥 또 울컥 하고 가슴 한 켠의 마음이 올라온다.

허겁지겁 겉봉을 읽는 순간에도 마음은 가슴 한 켠을 치고 나가는데
눈길은 급하게 편지지에 곱게 담긴 내용을 읽어대고 그 사이에 아련하고 어슴프레
저 건너편 기억이 새삼스럽게 몽글거리며 올라오면서 잊고 살았던 너무 많은 추억들이
기어나오기 시작한다.
내가 이럴진대 찾아 준 친구들과의 소중한 기억 하나 하나를 되새기며 긴 실타래를 풀어가듯이
지나간 추억의 단편조각을 모으며 일일이 친구들에게 알맞는 답례 편지를 썼을 그 친구의 마음은 어땠을지,
이런 하나 하나의 정성으로 친구를 기억하는 내 친구 인실이의 마음 씀씀이는
과거를 회상하며 편지 쓰는 마음이 즐겁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면서
아슴슴함으로 또 얼마나 마음을 색깔을 물들였을까 생각하니
더더욱 가슴이 뭉클하면서도 아릿아릿하게 저려온다.
세상에...내 친구 인실이.
한참 만에 만나도 어제 만나 것처럼 늘 변함없으면서도 언제나 뒷자리에서 묵묵히 제 할 일을 다하는
듬직한 친구이기도 하거니와 그 이면에 감춰진 넘치는 감성 마인드는 또 웬만한 글쟁이 못지 않지만
그도 지금의 몫이 아니려니로 간단히 치부하면서 담담히 당당히 살아간다.
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성과 상관없이 살아지는 인생이라는 것을,
누구나 그러하다....현실은 현실의 온도로 삶을 가차없이 재단하고 형태를 변형시킨다는 것을.
하지만 또 그런 세월일지라도 무차별적으로 밀려나거나 소외되지 않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는 것을.
어제 시험을 치뤘다...열공한 직후라 허탈하기도 하고 허무하기도 해서 심란스럽던 마음이었지만
각자 다른 성향의 두 친구로 부터 서로 다른 위로의 선물을 받는다.
고맙고도 고맙다...여전히 마음이 짜안하고 찡하다.

* 꽃잔디

* 금낭화

* 3일천하 목련꽃

*개나리는 아실테고 * 산벚꽃
봄날의 꽃들이 무설재 뜨락을 묻들인다...아주 많은 꽃들이 우후죽순으로 솟아나
제 빛깔을 드러내며 여기저기서 뜨락을 점유하고 자랑질이지만

* 앵두꽃 * 복숭아꽃

* 살구꽃 * 자두꽃

* 홍매화 * 청매화

* 배꽃
그 한켠에 유실수로서의 본분을 잃지 않는 꽃들도 제법 제 향기를 뿜어낸다.
그 유실수꽃을 구별하는 것...쉽지 않다.
구별이 쉽지 않은 가운데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옛날에 부르던 동요가
그냥 지어진 노랫말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에서야 안다...이제서야 눈여겨 보는 나이듦이므로.
아름다운 계절이다.
청춘이 지나가버린.....
그러나 쓸쓸하지 않다.
유유상종의 좋은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과
그래도 스스로 잘 살아왔다 자부하는 오만함으로도.

내일은 친구 신주희가 보내준 그녀의 여동생-도쿄타워를 번역했고 에쿠니 가오리 책을
주로 번역했다는 신유희님- 이 옮겼다 는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더불어
다담을 즐기고자 찾는 발길이 있다면 금상첨화 일 터.
첫댓글 무릉도원이 따로 없으리오
오색 영롱한 빛 풀꽃 나무꽃 만발하고
맑고 향기로운 꽃향기 은은히 머물며
새들의 속삭임은 천지사방 메아리로 퍼지네
쥔의 후덕함에 시인묵객의 발길은 끊김이 없고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 할 까
그곳이 천국이 아니라면 어디란 말이오
그러게나 말입니다...무설재를 두고 다른 곳으로 여행하는 것이 미안하다 여겨질 지경이지만
때론 집을 떠나 길 위를 떠도는 것, 역마살의 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신 글들이 절절이 더 아름답습니다...고맙구요.
친구~~
이름만 불러보아도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지지요~
귀한 친구분과의 아름다운 우정 오래도록 간직하시며 행복한 여정이 되시길요~
맞아요...친구는 언제 어느 때 만나도 무심히 그러나 애정이 넘치면서도 과하지 않은.
허물없이 반겨주는 만남이 늘 좋은 것 같아요.
멋진 남자님에게도 그런 좋은 친구분들이 많으실테고
덕분에 어젠 행복이 두배였습니다 그려~!
이 행복을 오늘도 꺼내 쓰고 있어요.
난 어제 학교 카페에 인실 편지 이야기 일것 다 쓰고 나니 순간 날아가 버리더이다~!
헛참~! 오늘 다시 써야 하니... 끙~!
ㅎㅎㅎㅎ 좌우지간 사단이 벌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 아시죠?
다음 주 화요일을 기대하겠습니다 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