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방귀 잡자’ 뭉치돈 몰린다
여름에는 폭염과 가뭄, 겨울에는 살인적 한파. 전지구적 기후 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되자 세계 곳곳이 메탄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소의 방귀나 트림에서 나오는 메탄이 화석연료 못지않게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주범으로 꼽힌다. 미국의 억만장자 빌 게이츠는 사료를 통해 소가 배출하는 메탄의 량을 줄이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각국 정부는 ‘소 방귀세’ 도입에 나서고 있다.
CNN, 가디언 등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1월 24일(현지시간) ‘루민8’은 성명을 통해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가 주도한 자금조달 라운드에서 1200만딸라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는 친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게이츠가 2015년 설립한 벤처캐피털이다.
2021년 오스트랄리아에서 설립된 루민8은 소의 방귀와 트림, 배설물에서 나오는 메탄의 량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중이다. 이 사료 첨가제에는 가스 생성을 막는 붉은색 해초인 홍조류가 함유돼있다. 2021년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소량의 해초를 소에게 먹이면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의 량이 8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루민8은 자체의 실험 결과 자사의 사료 첨가제가 소가 배출하는 메탄량을 최대 95%까지 줄인다고 발표한 바 있다.
브레이크스루에너지벤처스의 대변인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소가 온실가스의 주범이지만 축산업은 여전히 전세계적으로 가장 저렴한 단백질 공급원중 하나”라면서 “이는 기존의 소 공급망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량을 줄이는 기술이 현재와 미래에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메탄은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이산화탄소 만큼 큰 온실가스이다. 배출량은 이산화탄소보다 적지만 열을 가둬두는 온실효과는 8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대형 초식동물인 소는 되새김질하는 과정에서 메탄을 만들고 이를 호흡과 트림, 방귀 등으로 배출한다. 소 한마리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메탄가스는 70~120킬로그람에 달하는데 소형차가 1년간 내뿜는 메탄의 량과 맞먹는 수치이다. 세계 5대 육가공 업체와 10대 락농 업체가 배출하는 메탄량은 유럽련합(EU) 회원국 전체 배출량의 80%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유엔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등은 기후변화를 막을 방법중 하나로 육류 소비 줄이기를 제안하기도 했다.
세계적인 락농 국가들은 ‘소 방귀세’에 대한 론의도 활발하게 진행중이다. 에스또니야는 이미 2009년 ‘소 방귀세’를 도입했다. 아일랜드와 단마르크는 각각 소 한마리당 18딸라와 110딸라의 세금을 매기고 있다. 세계 최대 락농 수출국인 뉴질랜드도 소의 방귀와 트림을 통해 배출되는 메탄에 세금을 매기는 법안을 추진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