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수별이」 l004-happy@hanmail.net
바람이 매섭게 분다. 꽤 쌀쌀한 날씨다.
조금 춥지만 참을 만 했다.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그를 기다렸다.
두 손으로 볼을 감싸안고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그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저기 그가 뛰어온다. 난 반가운 마음에 먼저 손을 흔들었다.
"연성아!"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 추웠던 내 몸이 금새 따뜻해 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연성이는 내 행동에 얼굴이 붉어지며, 내게 말했다.
"왜 그래, 쑥쓰럽게."
"치, 우리 사이에 뭐가 어때서."
나는 고개를 들어 그에게 말했다. 삐죽거리는 내 입을 본 연성이는 내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그리고 내 왼쪽 손을 잡고는 다른 한 쪽 손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난 그 손가락이 향하는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영화관, 영화관이다. 난 활짝 웃으며 연성이를 쳐다봤다.
연성이도 웃고 있었다. 우린 빠르게 영화관을 들어갔다.
"어른 2명이요."
들어 갈 시간이 될 때 까지 한 의자에 앉아 있기로 했다.
난 연성이가 사온 영화표를 보며 말했다.
"이거 슬픈거 아냐?!"
"응, 친구들이 꽤 슬프다고 하던데? 얼마나 슬픈지 보고 싶었어."
"히히, 나두 애들이 이거 반응 좋다고 하던데. 솔직히 슬픈 건 싫지만 이건 보고 싶었어."
연성이는 말 없이 웃었다. 나도 그를 따라 웃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드디어 영화를 보러 들어가게 되었다.
컴컴한 상영실로 들어갔다. 중간 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꽤 사람이 많았다. 난 사람 구경을 하느라 고개를 수 어번 휘저었다.
옆에서 연성이가 갑자기 내 머리를 딱 잡더니, 자신 쪽으로 돌려버렸다.
"응?"
"바보야, 오랜만에 데이트 하는 거 잖아. 나 또 출장 간단 말이야."
"쳇, 맨날 출장가?!"
"미안……. 그래도 일이 많은 걸 어쩌겠어."
"알았어, 일 같은게 우리 사랑을 방해 해 봤자 얼마나 하겠어!"
연성이는 무슨 말을 꺼내려다 시선을 돌려버렸다. 난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려 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바람에 물어 볼 기회가 되지 않았다.
사람들이 고요해 지고, 영화는 시작했다.
생각 했던 것 보다 슬픈 영화였다. 삼류 영화라는 조금 비교가 되는 영화였다.
남자와 여자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여자, 또 혼자만 아파하는 남자. 남자가 너무 불쌍해 졌다.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버렸다.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들의 울음 소리도
들려왔다. 훌쩍거리며 영화에 집중 하고 있을 때 였다.
옆에서 연성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잠깐, 나 화장실 좀."
"응……."
영화에 빠져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얼렁뚱땅 대답해 버렸다.
거의 영화가 끝나갔다. 난 고개를 돌려 연성이를 찾았다.
그런데, 연성이가 자리에 없었다. 큰 볼일인가?!
난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영화를 봤다.
상영실에 불이 켜지며, 영화가 끝남을 알렸다. 아직도 연성이가 오질 않았다.
아무래도 내가 나가서 연성이를 찾는 것이 좋겠다.
상영실을 나와 화장실 쪽으로 향했다.
화장실 쪽으로 가고 있는데, 저 편에서 사람들이 웅성 거렸다. 난 가던 걸음을 멈추고
그 곳을 쳐다봤다. 엄청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걱정스런 눈길로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난 그것이 궁금해서 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아…….저, 저…."
머릿속이 백지가 되었다. 얼굴 빛도 창백 해 진 것 같다.
온 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영화관에 구급차 소리가 들렸다. 하얀 구급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그 사람을 실고 병원으로 향하려는 듯 보였다.
고통스런 얼굴을 한 그 사람은 겨우 말을 하는 듯 보였다.
바로 내게 말이다.
연성이가 내게 말이다.
"미…안, 미안해."
그리고 그 사람은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따라가려 했지만 몸이 움직여 지질 않았다.
한 걸음 조차 뗄 수 없고, 한 마디 조차 말 할 수 없었다.
…………
…………
'슬퍼하지마. 영화관에서 처럼 그렇게 울지마.
너무 슬퍼하지마, 가장 슬픈 건 나 니깐….
잘 지내, 잘 있어야되. 내가 못 보니까 더 잘 지내야되.'
………
……………
꿈이 었을까, 무엇 이었을까?
귓 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윙윙 거리는 사람 목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난 벽에 기대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몇 몇 보였다.
사람들은 한 액자에다가 절을 하고 있었다. 하얀 꽃을 놓아주기도 하고 통곡을 하며
중얼거리다 사라지곤 했다.
멍한 표정으로 그 액자를 바라봤다. 눈을 떼지 못하고 한 동안 그 액자에 들어있는
사진을 쳐다봤다. 그러다 몸을 힘들게 일으켜, 그 쪽으로 다가갔다.
옆에 있는 한 남자가 일어나 나를 가로막았다.
그 액자에게로 다가가고 싶었다.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비켜‥요."
"영아씨."
"비켜…요, 제발."
그 남자는 끝까지 비키지 않고 날 막았다. 난 힘없이 그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
남자가 제 자리로 돌아가자, 내 눈 앞에 그 사진이 들어왔다.
그 사진속의 남자가 날 향해 웃고 있었다. 소름 끼칠 정도로 말이다.
사진 속의 남자가 금방이라도 내게 와 줄 것만 같았다. 아무 것도 아닌 것 처럼 내게
웃어주길 바랐다.
"정말 말도 안 되……. 말도 안 되는 거라구요!!"
옆에 남자에게 빽 하고는 소리를 질러댔다. 자연스레 눈물이 고여졌다.
난 바닥을 보며 서럽게 울었다. 한 남자의 이름을 불러댔다.
불러봤자 들어 줄 그 사람이 없지만, 연신 그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그 남자, 우리 연성이의 이름을 말이다.
"연성아, 연성아, 정말 날 떠나가 버린거‥니……?"
인정하고 싶은 죽음이 내 마음을 적셨다. 한 남자가 내 마음을 울렸다.
그리고 비워놓았다. 텅텅 비어 버린 마음은 시리기만 했다.
너무 시려서 시린 느낌 조차 나질 않는다. 마음이 너무나도 시리다.
……
조금 짧나요?
단편소설 쓰는 것이 너무 재밌네요. 아무래도 한 동안은 단편소설
매력에 빠져 나오지 못 할 것 같아요.
이 소설은 남자 번외를 써야 할 것 같아요.
아무튼 읽어주시는 분들 너무나도 감사하고, 저번 소설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고맙습니다.
첫댓글 ㅜㅜ 어떻게 해요 ㅠ]
꼬릿말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슬퍼요ㅠㅠ 남자번외 써주세요ㅠㅠ
네, 조만간 쓰도록 하겠습니다.
재미있어요,번외도 기대할게요.
네, 감사합니다.
어머 여기 있는 분들은 어쩜 이렇게단편소설을 너무나 잘쓰세요??비결좀알려주세요~.. 이거 보면 눈물 나올 것 같아요...
과찬이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