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因緣
<제10편 슬픈 사랑>
②해후(邂逅)-33
그리하여 장차 아이를 낳고 가족이 생기어서 한 가정을 이루면, 가문이 열리게 마련이었다.
이처럼 남자와 여자의 만남은 세상을 여는 시초가 되는 신성하고도 거룩한 일이었다. 더욱이 김점룡이 경산의 친정조카 아들이 확실하다면,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였다.
이따금 그는 경산으로부터 들어왔던, 친정아버지 돌아가시었을 적에 독신으로만 대를 이어온 오라버니가 이름난 지관을 불러들이어 자손 번성하는 명당자리에 모시어서 그 발음으로 아들 오형제를 두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 가운데, 큰아들 김좌경의 맏아들이 바로 점룡인데, 초혼에 상처하였다는 그가 혜영을 만난 거도 그 발음이 후대에 미친 거란 생각이 든 거였다.
안방의 첫 교합은 두어 시간을 끌어가다 끝이 났다. 찬물혼례를 마친 뒤 반드시 거치어야할 신랑신부 동침이었다. 통상 육례를 거쳐 번거로운 혼인절차가 알고 보면, 이러한 남녀 동침을 성스럽게 이루자려는 절차일 뿐이었다.
“형님! 안방으로 내려오십시오!”
사내가 혁대도 채 조이기 전에 뒷방의 천복에게 말하였다.
“아들 날 꿈이나 꿨소?”
천복은 얼른 안방으로 내리어갔는데, 사내만 일어나 혁대를 조이고 있었고, 혜영은 벌거벗은 채 하체만 치맛자락으로 겨우 가리고 벽 쪽을 향하여 웅크리고 누워있었다.
아마도 지치어서 일어나지 못하는 거만 같았다.
“형님, 제 게 유난히 큽니다.”
“크면, 남성다워 좋은 것 아니오?”
사내가 천복의 앞에 마주앉더니, 뜬금없이 한다는 소리가 자기 물건이 유난히 크다고 입을 놀리었다. 그러나 천복은 남자다워 좋은 거지, 그게 무슨 대수냐고 대꾸하는 거였다.
“하이고, 형님 모르신 말씀입니다. 제 조강지처 말입니다. 첫날밤에 신부가 불두덩이 파열되어 염증이 생겼더래서 그 뒤 약탕관이 끊일 날이 없이 시름시름 앓더니만, 한 해도 못살고 세상을 떴더랬어요.”
사내가 이렇게 말하는데, 천복은 그 조강지처가 단명하여 그랬겠지 설마하니, 신랑과 첫날밤 지내었다고 그럴 리 없으리라 믿으면서 시큰둥하였다. 그런데, 가만 생각하여보자니, 혜영은 안 그러한지 모른다는 걱정이 드는 거였다.
“그럼, 혜영 씨는 괜찮겠소?”
그는 이렇게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괜찮은 것 같은데 모르겠습죠. 제 아내는 첫날밤에 펄펄 뛰며 난리가 났더랬어요. 오늘 그렇지 않은 게 다 형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사내는 기여 그의 덕분이라고 말하였다. 그만큼 숫처녀인 그녀를 길들이어놓았기에 순조롭게 일을 마칠 수 있었다는 말일 거였다.
“그건 그렇고, 아까 이야기하던 김좌경 씨가 아버지시라면, 혹시 아버지의 고모님 되신 분은 압니까?”
그는 사내와 혜영의 이야기를 나누자면 시간만 끌 거 같아서 얼른 화제를 돌리고, 그의 아버지 고모인 경산을 알고 있느냐고 물은 거였다.
그러자 사내가 서슴없이 입을 여는 거였다.
“제가 어렸을 때 고모할머니께서 은장도를 동생이 갖고 있더래서 뺏으려고 실랑일 벌인 일이 있어요. 그래서 얼마 전 족보를 보았는데, 경환 씨로 올라있던데요. 지금은 어디 사시는지 모릅니다.”
“그 분이 바로 우리 할머니요. 그 은장도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소.”
“옛?”
사내가 족보에 올라있더라고 말하는 김경환을 천복이 우리 할머니라고 하자, 놀라면서 눈을 키우고 있었다.
“반갑소!”
그제야 확실하게 경산의 친정조카 아들이란 사실을 알아차리자, 천복은 감격스러워 또 손을 내밀어 사내의 손을 덥석 잡았다.
“지금 우리 고모할머니는 어디 사시나요?”
“저 마장터라는 곳인데, 지금은 경산선생님으로 통하지만, 나에게는 할머니일 뿐 아니라, 스승이오. 내가 돌아가면 점룡 씨 만난이야기를 할머니께 말씀드릴 거요.”
“저도 한번 찾아뵈고 싶습니다.”
“아, 서로 알게 되었으니, 언젠가는 찾아뵐 수 있겠지요.”
천복이 이렇게 대꾸하고 그만 일어서려는데, 문득 혜영이 부스스 몸을 일으키는 거였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어 그 자리에 앉자, 하체를 가리었던 치맛자락이 벗기어지고, 알몸인 채 덩둘하니, 마주앉은 천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거였다.
“혜영 씨는 좋겠네. 좋은 남자 만났으니... 내가 가서 엄마한테 말할 게요.”
“그려라오. 신랑 만냈다고니.”
첫댓글 속전속결 모든 일이 짜놓은 각본에 따라 움직이듯 하면서도 쉽지않은 대본을 소화할 수 있늗 세 사람은 참으로 유능한 연극배우이지싶습니다~
ㅎㅎ 스토리 짜임이 그렇군요. 혜영도 행복한 모양이네요.
점룡은 완력으로 혜영을 뺏으려했으나 천복이 완력으로는
빼앗기지 않지요. 그러나 얽히고설키다보니 점룡의 욕구도
해결되고 천복은 좀 섭섭하지만 찰거머리처럼 붙는 혜영을
떼어놓을 수 있으니 시원하고 혜영이 과거가 있다고 불평은
고사하고 되레 잘 되었다고 하니 모든 게 해결되었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