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주말여행법
weekend trip
17_증평
한 박자 느리게
증평 밤티마을
한국관광공사
청사초롱
2018. 9 vol. 495
충북 증평군은 2003년 괴산군에서 분리 독립한 군이다.
1읍(증평읍)·1면·27법정리를 가진 미니 지자체다.
충북도에서 가장 작다.
이름난 경관은 없지만, 구석구석 짭짤한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들이 숨어 있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그만큼 한적하고 대접받는 여행을 누릴 수 있다.
남북으로 긴 증평군의 남쪽 구석,
구석산·구라산(구녀산)·좌구산에 둘러싸인 골짜기에 밤티마을(율리)이 있다.
느림의 미학이 배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느리고 우직한 삶, 대기만성의 인생이 무엇인지 알아보며 누리는 1박 2일 여행은
자녀 동반 가족 코스로 알맞다.
write 이병학(한겨레 신문 ESC팀 선임기자) photograph 이병학, 박은경
Course
추천 대상_ 느리고 더딘 삶의 가치를 배우고 싶은 자녀 동반 가족
삼기저수지 둘레길⇒(등잔길) 산책⇒별천지공원⇒김득신 이야기길⇒좌구산휴양랜드⇒좌구산천문대⇒율리 손두부
삼기조아유마을 농촌체험
산세가 거북(또는 개) 형상이라는 좌구산의 서북 자락, 삼기저수지(율리저수지) 밑에 있는 농촌체험마을이다. 청주·괴산·증평 세 지역의 기가 모이는 곳이라 해서 ‘삼기’다. 행정구역상 남차리 장내마을에 속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휴가여행지로 추천한 체험마을이다. 남차리·덕상리 주민들이 힘을 모아 다양한 농촌체험 행사를 벌인다.
팥·계피·콩으로 3색의 고물을 올리는 3색 인절미 만들기, 참깨 털기, 에코백 만들기, 비누 만들기, 사과 따기, 사과잼 만들기, 천연염색 등 체험을 진행한다.
1만원 안팎의 체험비를 내면, 만들고 수확한 것의 일정량을 가져갈 수 있다. 체험관이자 숙박시설인 ‘삼색마을 공동체회관’에서 묵으며 식사도 할 수 있다. 4~6인실 성수기(9월까지) 평일 8만원, 주말 10만원. 예약 주문하면 백반, 비빔밥, 버섯찌개, 오리백숙, 닭백숙 등 식사도 할 수 있다.
어린이들을 위한 야외 물놀이시설(퍼니짐 물놀이장)도 마련돼 있다.
삼기저수지 둘레길(등잔길) 산책
주변 마을에 농수를 공급하는 아담한 저수지다. 산자락 숲과 물가를 따라 저수지를 한 바퀴 돌 수 있는, 3km 길이의 순환산책로가 마련돼 있다. 대부분 완만한 나무 데크
길이어서, 천천히 걸으며 초가을
호숫가 정취를 맛볼 수 있다.
이 둘레길을 등잔길이라고도 부른다. 과거시험 보러 떠났던 선비를
기다리던 처녀가, 밤길에 선비가 넘어질까 걱정되어 밤마다 등잔불을 켜 들고 3년을 기다리다 망부석이
되었다는 전설에서 따온 이름이다.
둘레길을 걸으며, 마모가 심하게 된 고려 때의 석조 불상(율리 석조관음보살입상), 소품 가게 겸 카페인 ‘자연등잔길’을 만나게 된다.
별천지공원
밤티마을 (율리) 도로변에 조성한 소공원이다. ‘별천지’는 별 (좌구산천문대)과 자연경관 (좌구산)을 합성해 지은 이름이라고 하는데, 공원 조형물의 주요 테마는 ‘느림’이다. ‘느림’은 이 마을 출신 조선 중기 시인 백곡 김득신(1604~1684)의 대기만성의 삶을 상징한다. 김득신은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글을 수십, 수백 번 읽어도 외지 못하는 둔한 아이였다.
유명 점술가였던 부친(김치)의 배려와 격려로, 책 한 권 한 권을 무수히 되풀이해 읽은 끝에 그는 조금씩 글을 깨치게 된다. 수십 권의 책을 각각 수만 번씩 읽고 왼 그는 나이 59살에 이르러 마침내 과거에 급제하게 된다. 그가 지은 시는 ‘당대 최고’ 라는 평가도 받는다.
대기만성형의 전형적 인물이다. 공원엔 김득신 조형물, 거북과 토끼 조형물, 김득신이 지은 시를 새긴 빗돌 등이 설치돼 있다.
김득신 이야기길
밤티마을 뒷산에는 김득신의 묘가 있다. 마을길·산길을 잇는 길을 만들어 ‘김득신 이야기길’이란 이름을 붙였다.
김득신 묘는 부인 묘와 나란히, 부친인 김치의 묘 아래에 있다. 빗돌과 한 쌍의 동자석이 옛 모습 그대로다. 묘 아래쪽엔 ‘독서왕’
김득신의 삶의 이야기를 적은 장식벽과 정자, 시비 등도 세워져 있다.
마을 도로변에도 머리 나쁜 김득신이 우직하고 성실하게 공부한 끝에 꿈을 이루는 과정을 그린 만화 벽화를 설치했다.
좌구산휴양랜드
좌구산 자락 숲 속에 다양한 휴양시설이 마련돼 있다. 밤티마을에서 천문대를 향해 오르면서 좌구산 캠핑공원, 사계절 썰매장, 좌구산 숲 명상의 집, 좌구산 구름다리 등이 이어진다. 길이 1.2km의 좌구산 줄타기(집라인)도 즐길 수 있다. 명상의 집에서는 생태공예·꽃차 만들기·천연염색, 명상, 숲 해설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좌구산 구름다리(명상의 다리)는 폭 2m, 총 길이 230m(출렁다리 구간 130m), 높이 50m의 출렁 다리다. 휴양림에는 숲 속의 집 3개 동(4·8·15인용), 별무리하우스 3개 실(3·4·8인용) 등의 숙소가 있다.
좌구산천문대
휴양림에서 산길 따라 잠시 더 오르면 증평군에서 운영하는 좌구산천문대가 나온다. 주관측실·보조관측실·천체투영실·VR체험실 등을 갖췄다. 1시간 30분에 걸쳐 태양의 흑점·홍염 관측(낮), 달·행성·성단·성운 관측(밤) 등을 진행하는 일반 관람, 금·토요일에 각 1회씩 천체 관측을 진행하는 가족캠프 (2시간 30분) 등의 프로그램이 있다. 예약 필수.
율리 손두부
우리 전통음식은 대개 오랜 시간 만들고 숙성시켜 먹는 슬로푸드다. 두부도 콩을 삶고 갈아 끓이고 식혀 굳히는, 긴 과정이 필요한 음식이다. 율리의 ‘율리손두부식당’과 ‘체험마을식당’은 매일 두부를 직접 만들어 손님상에 내는 곳이다.
구수하고 순하며 담백한 순두부, 얼큰한 두부전골, 비지장, 두부전, 청국장 등을 맛볼 수 있다. 두 식당은 순두부와 모두부 맛도 훌륭하지만 인심 좋고, 반찬도 맛깔스럽다.
OTHER 여행이 풍성해지는 플러스 코스
좌구산에서 멀지 않은 곳에 맛보고 구경하고 체험할 수 있는 또 다른 여행지들이 기다린다. 삼기저수지 부근에서 차로 10~20분 거리에 있다. 증평 지역은 아니지만, 초정약수로 이름난 초정리가 율리삼거리(남차리)에서 고개 하나 넘으면 나온다. 증평읍 쪽으로 가다 보면 다양한 불교 유적들을 만나게 된다. 최근 문 연 증평민속체험박물관은 온 가족이 다채로운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증평민속체험박물관
증평 지역의 역사와 전통문화를 만날 수 있는 대규모 전시·체험 공간이다. 증평의 대표 무형문화유산인 ‘장뜰 두레 농요’에 대해 알아볼 수 있는 두레관, 증평 지역의 민속품·유물을 전시한 향토자료관, 도자기 체험관인 공예체험관, 전통 한옥 구조와 살림살이를 알아보는 한옥체험관, 그네·널뛰기 등 민속놀이를 해볼 수 있는 야외 민속놀이마당 등으로 이뤄졌다.
문화체험관에서는 매주 금요일 전통 붓 만들기(1만~5만원, 11월 9일까지) 체험이 진행된다. 도자기 체험(백제 와당 만들기) 프로그램에서는 와당
메모꽂이 만들기, 연필꽂이 꾸미기, 도자기 만들기 등을 할 수 있다. 두레관에서는 북·장고·꽹과리 등 전시된 전통악기 다뤄보기, 디딜방아와 절구 찧어보기를 해볼 수 있다. 주말에는 한복도 빌려준다.
남하리 절터 불상 탐방
증평읍 남하리 일대에선 다양한 형식의 불상들을 만나볼 수 있어 탐방 테마로 잡아볼 만하다. 충북도 유형문화재들이다. 앞서 증평민속체험박물관 곁에도 3구의 불상이 있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남하리 석조보살입상’이다. 높이 3.5m의 불상과 각각 1.3m, 1.5m 높이의 불상 2구가 나란히 세워져 있다. 옛 절터에 세워졌던 큰 불상 옆에 작은 불상들을 모아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남하3리 염실마을 뒷산(남하리 산 35-2) 자락에서는 바위에 새긴 마애불상군과 삼층석탑을 함께 만날 수 있다. 고려 초기에 만들어진 ‘증평 남하리사지 마애불상군’과 ‘남하리사지
삼층석탑’이다. 마애불상군은 삼존불과 반가사유상, 여래입상 등 5구의 불상을 삼면의 바위에 새겼다.
20m 옆에 있는 삼층석탑은 자연 암반을 기단석 삼아 세운 아담한 석탑이다. 가물 때 주민들은 이 탑의 대석 방향을 조금 틀어 비를 기원했다고 전해온다.
초정약수
초정약수는 세계 3대 광천수의 하나로 꼽히는 천연탄산수다. 청주시 내수읍 초정리에 있다. 구라산성으로 알려진 구라산(구녀산)의 북쪽 지역이다. 초정약수는 600년의 역사를 지녔다. 세종대왕이 이곳에서 60일을 머물며 눈병을 치료했다는 기록이 <동국여지승람> <조선왕조실록> 등에 있다. 세조도 초정약수로 피부병을 치료했다고 한다.
약수에 라듐 성분이 많이 녹아 있어 다양한 치료 효과를 보인다고 한다. 약수가 솟는 원탕은 보호각으로 보호되고 있다.
달지도 않고 쓰지도 않은 알싸한 맛의 천연탄산수를 맛보고 가자. 주민들 말로는 옛날보다 톡 쏘는 맛이 뚜렷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입 안에 감기는 청량감은 여전하다. 목욕탕에서 탄산수 목욕도 할 수 있다. ‘초정약수원탕’ 옆 식당 앞에는 ‘약수물 뜨는 곳’이 있다. 누구나 초정약수를 마실 수 있는 수도시설이다. 개방 시간은 아침 8시~저녁 9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