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옥석 어떻게 가릴까요?
비즈니스워치, 이하은 기자, 2022.09.02.
올해 들어 전국에 미분양 주택이 대폭 증가했다. 높은 금리 탓에 대출이 어려워지고, 집값 고점 인식 등으로 관망세가 짙어지면서 수도권, 지방 할 것 없이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었다. 이같은 흐름은 앞으로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렇다면 미분양 주택은 절대 사면 안되는 걸까요? 미분양아파트 어떻게 판단해야할까요?
1. 늘어나는 미분양 3만1000가구이다.
미분양 주택은 정부로부터 분양 승인을 받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분양을 진행했지만 팔리지 않고 남은 주택을 말한다. 아파트를 짓기 전 분양하는 '선분양'이 대부분인 우리나라에서는 일반 미분양과 '준공 후 미분양'을 따로 집계한다.
준공 후 미분양은 아파트를 다 짓고 입주를 완료한 뒤에도 분양이 마무리되지 않은 경우이다. 통상 분양 후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데, 이 기간 내내 팔리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국토교통부 전국 미분양 주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3만1284가구이다. 작년 내내 미분양 주택 가구 수가 2만 가구를 넘은 적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분양한 주택들의 인기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는 얘기이다.
미분양 주택은 2021년 말부터 증가했다. 작년 11월 7388가구에서 12월 1만7710가구로 39.7% 증가했다. 올해 1월에는 2만1727가구로 한 달 만에 22.7%가 더 늘었다. 이후 2월 2만5254가구, 3월 2만7974가구로 꾸준히 증가한 뒤 7월에는 3만가구까지 늘었다. 늘 수요가 많은 서울과 경기에서도 같은 흐름이다. 서울의 경우 올해 2월 미분양 물량이 47가구에 불과했지만, 3월180가구, 4월 360가구, 5월 688가구, 6월 719가구로 매월 증가했다. 그나마 7월에는 127가구 감소해 592가구를 기록했다. 경기는 1월 855가구에서 지난 7월 3393가구까지 늘어난 상태이다.
준공 후 미분양도 늘었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7388가구로 전월에 비해 285가구(3.6%) 증가했다. 서울은 지난 6월 후분양 단지인 수유동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준공하면서 178가구(481.1%) 증가했다. 분양한 지 4개월만에 입주한 이 단지는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곧 분양가를 할인하며 매물 소진에 나섰다. 이에 7월에는 64가구 감소한 151가구로 집계됐다.
2. 고분양가에 비아파트, 결국 미분양이다.
서울의 미분양 주택들을 좀더 살펴보면 도시형생활주택·오피스텔이 대부분이고, 주택 크기가 작은 경우가 많다. 지난달 말 기준 미분양 주택이 52가구 남은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은 전용 면적이 26~48㎡로 소형이다. 총 256가구 중 245가구가 미분양된 '빌리브 디 에이블'도 전용 38~49㎡의 도시형생활주택이다.
도시형생활주택은 아파트보다 규제가 덜해 대체재 성격이 강했는데, 금리 인상 등으로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아서 고분양가 논란이 있기도 했다. 힐스테이트 청량리 메트로블은 전용 48㎡의 경우 최고 8억9970만원에 분양했고, 빌리브 디 에이블은 전용 42㎡가 9억원을 넘는다. 반면 분양가 대비 현재 시세가 크게 오른 단지에도 미분양 주택이 있다고 집계되는 경우도 있다. 과거 분양 당시에는 완판에 실패했지만, 이후 건설사가 미분양분을 팔지 않고 보유하는 경우이다.
경기 고양시 지축동 '지축역 한림풀에버'가 대표적이다. 19가구가 미분양된 이 단지는 지난 2017년 4억원 대에 분양했는데, 현재 호가는 11억~12억원이다. 지금 분양한다면 많은 시세차익이 예상되지만 한림건설은 이 물량들을 직원 숙소 등으로 사용하고 있어 분양할 계획이 없다고 설명했다.
2012년 분양한 일산동구 풍동 '요진와이하우스(미분양 44가구)', 2018년 분양한 화성시 오산동 '동탄역유림노르웨이숲(미분양 13가구)'도 분양가에 비해 현재 시세가 수억원씩 올랐지만, 미분양 물량이 남아있다.
3. 미분양 아파트도 옥석가려야 한다.
그렇다면 미분양 아파트 사도 될까요? 요새 이런 고민 하는 분들 많다. 미분양 아파트라면 분양가부터 입지, 시세 등 더 꼼꼼히 살펴야 하는 건 당연하다.
통상 건설사·시행사 등 공급 주체들은 3·6·12개월 단위로 분양실적을 가늠한다. 3개월 이내 '완판(완전 판매)'했다는 건 청약 당첨자들이 대부분 계약까지 완주했다는 의미이다. 무순위 청약 등을 통해 분양을 마무리하면 보통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상대적으로 입지 등이 떨어지는 단지는 1년간 천천히 분양하겠다는 목표를 잡기도 한다.
소비자들 입장에선 분양 기간이 길어질수록 상품성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가늠하는 것이 '초기분양률'이다. 총 분양 가구 수 대비 분양 개시 후 6개월 이내 계약까지 완료한 가구의 비율을 '초기분양률'이라고 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국 초기분양률은 87.7%이다. 서울과 부산, 대전, 세종, 전북 등은 초기분양률이 100%에 이른다. 인천과 경기도 각각 99.9%, 95.9%로 높은 초기계약률을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대구(18%), 울산(35.4%), 강원(64.6%) 등은 초기계약률이 낮은 수준이다. 이런 곳들은 미분양을 소진하는데 오래 걸린다. 실수요자라면 이런 점들을 눈여겨 봐야 할 듯하다.
미분양 아파트도 옥석을 가려야 한다. 미분양으로 안팔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반면 서울 강남 등 핵심 입지이고 중장기적으로도 유망한 지역이라면 내집마련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금은 수십억원의 몸값을 자랑하는 서울 아파트 중에도 미분양 과거를 가진 단지들이 많다. 서초구 반포자이·래미안퍼스티지, 강동구 고덕 아이파크,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등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크게 위축했던 2008~2009년 분양한 단지들이다. 당시에도 건설사들이 분양가 할인 등 각종 금융 혜택을 제공하며 미분양 물량을 털어내려 애썼다. 이때 전국에는 미분양 주택이 16만가구 넘게 있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미분양은 차차 해소돼 현재 수준으로 떨어졌다. 해당 아파트들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이하은 (lee@bizwatch.co.kr) 기사 내용을 보완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