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한학기가 지나고 영상예술의 이해 수업도 종강시간을 맞았다. 이제 마지막 과제만이 남아있는건가. 이번과제는 내 인생의 영화, 감독, 배우 중 하나를 택해 올리는 것. 난 내 인생의 영화를 하기로 결정했다. 제목부터 거창하다. 내.인.생.의.영.화. 라.. 섣불리 내 기억에 떠오르는 재미있었던 영화나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를 주제로 적기엔 주제가 너무 부담스러웠다.. 고민 끝에 결정한 영화는 로베르트 베니니 각본,연출,주연의 <인생은 아름다워>이다. 이 제목은 러시아의 혁명가 트로츠키(Leon Trotskii)가 암살당하기 직전에 남긴 글, '그래도 인생은 아름답다'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었다.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자면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맹위를 떨치던 1930년대 말, 유태인 귀도는 초등학교 교사 도라를 만난다. 도라에겐 약혼자가 있지만 자신의 사랑을 운명이라고 생각한 귀도는 그녀와 함께 마을을 떠난다. 귀도의 순수함에 이끌린 도라는 그와 결혼하여 아들 조슈아를 얻고 귀도 가족은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독일의 유태인 말살 정책에 따라 귀도와 조슈아는 강제로 수용소에 끌려간다.
남편과 아들을 사랑하는 도라는 유태인이 아니지만 자원하여 그들의 뒤를 따른다. 귀도는 조슈아를 지키기 위해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하나의 놀이라며 그를 속이는데, 자신들이 특별히 선발된 사람이라며 1,000점을 제일 먼저 따는 사람이 1등상으로 진짜 탱크를 받게 된다는 귀도의 설명을 장난감 탱크를 좋아하는 조슈아는 사실로 믿는다.
두 사람은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기며 끝까지 살아남는다. 그리고 마침내 독일이 패망하고 전쟁이 끝나지만 귀도는 수용소 탈출 도중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당하고, 홀로 포로수용소에 남은 조슈아 앞에 요란한 소리를 내며 탱크 한 대가 다가온다.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 사실 난 이런 세계사적 사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고 이탈리아 영화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영화 전반부에 나타나는 귀도와 도라의 결혼, 조슈아의 출생등 너무나 평화롭고 행복한 나날들. 그 모든 것들은 그 후에 닥쳐올 비극을 견디기 위한 한바탕 놀이에 지나지 않는다. 귀도와 조슈아는 수용소에 잡혀가고, 조슈아가 험난한 수용소 생활을 견디도록 배려하는 귀도의 거짓말은 폭소를 자아내지만 어느 순간에 이르면 그 웃음은 폐부를 찌르는 아픔으로 돌변한다. 체제의 폭압에 희생당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쾌하고도 절박하게 옹호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독일이 패망하고 전쟁이 끝났을 때 귀도가 탈출을 시도하지만 독일군에게 발각되어 사살 당하게 되는데 이때 조슈아는 나무 궤짝 안에 숨어있었다. 귀도는 끝까지 ,죽으러 가는 그 순간까지 아들을 위해 게임인척을 한다. 아 정말 부모님의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
이 리포트를 쓰면서 정말 놀란 것은 각본,연출,주연 이 한 사람이란 사실이다. 어느 한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닐텐데 정말 재능이 넘치는 것 같다. 특히 그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이다. 이 영화는 1998년 제51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1999년 제71회 아카데미상 7개 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주연상·외국어영화상·음악상을 수상하였다고 한다. 난 이러한 감상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많은 감동을 선사한 이 영화를 내 인생의 영화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학기 동안 재미있는 강의와 특유의 위트있는 강의로 끊임없는 웃음을 선사해 주신 교수님께 감사를 드린다. 이 강의를 들으며 쓴 몇장의 감상 레포트를 통해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이 조금이나마 싹튼 것에 대해 너무나 만족한다.
첫댓글 그래도 지구는 돈다지만, 정말 인생은 아름다울까? 박하사탕에서 설경구가 한 역설적 대사도 생각나네. "삶은 아름답다. 그치요?" 정말 인생은 아름다울까? 아마 평생 작성해야할 레포트가 아닐까?
비록 제 자신이 한없이 행복한 지금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긴 하지만, 문득 한 친구의 말이 떠오르네요. "숨쉬는 것 만으로도 감사". 이 역설적 세상 속에서도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앞으로 평생의 레포트가 하나 생겼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