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대란은 예고된 인재다.
추석전 '여야의정 협의체'가 불발 되었다. 명절모임에서 의사를 둔 집안과 그렇지 않는 집안간의 논쟁도 있다. 지금의 의료대란은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의약 분업 과정 에서 주먹구국식으로 의사를 축소 감축 한것이 단초다.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이 OECD 평균 14명 우리는 6명이다. 의사 수가 너무적은 것도 맞지만 증원 찬성론자들이 대표적으로 들고 나오는 게 OECD 사례이기도 하다.
○ 원죄는...
2000년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때 저항하는 의사들을 달래려고 의대 정원을 10% 감축한 밀실 합의가 지금의 의료 대란 사태의 ‘원죄’다. 그 이후 적어도 줄어든 인원은 발 빠르게 복구되었으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것이다.
○ 의대 증원의 ‘과학적 근거’
14년 전 2010년도 우리나라 의사는 1인당 연간 6500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OECD 평균의 3배였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OECD는 계속해서 한국의 의사 부족을 경고했지만 증원은 없었다.
서울대, KDI, 보건사회연구원이 방법론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결론은 현재 의료 수요에 비해 의사가 1만~1만5000명 부족하다는 결론이었다. 1년에 2000명씩 증원해도 이들이 의사로 활동하는 시기는 2031년부터다.
○ 터무니없는 숫자?
인구 10만명당 의대 정원이 OECD 평균 14명인데 우리는 6명이다. 이 또한 38개국에서 꼴찌다. OECD 평균값으로 하면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7000명이어야 하는데 현재 3058명이다. 70%를 상정할경우가 5000명 현재 정원에서 2000명 증원이라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적어도 60%선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의료 수요는 소득 증가와 고령화에 맞물려 늘어난다. 2035년까지 노인 인구가 70% 증가한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가 지난 20년간 최소 22%에서 최대 160%까지 정원을 늘린 반면, 우리는 감소 후 지금까지 정지된 상태로 왔다는게 잘못이다. 이게 말이 되는가?
○ 2000명 늘리는 건 과하다?
의약분업 타결 후 2006년까지 입학 정원을 351명 줄였다. 감축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감축하지 않았다면 2025년에 6669명(351명씩 19년), 2035년 10179명(351명씩 29년)이 자연 보충돼 굳이 증원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 증원 시도는...
정부의 증원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이명박 정부때인 2012년엔 정부와 의료계 전문가들이 TF를 꾸려 증원을 논의했지만 의사들 반대로 무산됐고, 문재인 정부 때는 10년간 400명씩 4000명을 늘린다고 했다가 전공의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무산되었다.
코로나가 발병한 시점이라 부죡한 의료진이 상황에서 정부가 두 손을 든 것이다. 의료 파업이 일어나면 환자들이 불안해하고 정부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어려우니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고 물러나는 일이 반복돼 왔다. 의사들은 적어도 자신들의 투쟁에 결코 그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이번에는 절대로 의사들 뜻대로 되어서는 안된다.
○ 총량이 많으면 배분도 수월하다.
증원 시도 때마다 의협은 ‘총량이 문제가 아니고 배분이 문제’라고 하지만 총량이 많으면 배분도 수월해지는건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 의술을 시장 논리로?
의사가 많아지면 경쟁으로 인한 과다 진료로 국민의 의료비 부담이 높아진다 주장하는건 의사가 부족한 한국에선 맞지않는 말이다.
의사에 대한 초과 수요로 의사의 보수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이는 다시 의료 서비스 수가에 반영돼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높인 것이 지난 20년 환산 지수 계약 체제의 경험치이다.
○ 한국 의료의 민낯 전공의
IMF 외환 위기를 지나고 의대 정원까지 줄면서 의사라는 직책의 희소가치가 급상승했다. 실제로 351명 감축된 2006년 의사들이 현장에 나오게 된 2015년부터 연봉이 급격히 올라간다.
평균 40~50% 올랐고 현재 의사의 평균 소득이 3억원 안팎이다. 지방 공공의료원은 연봉 4억, 5억원을 줘가며 의사를 모셔 가야 한다.
파업 명분으로 의사들은 필수 의료 붕괴 우려가 70%, 소득 감소 우려가 30%라고 하지만, 의대 증원으로 의사의 희소가치가 떨어지는 것, 사회지정학적 위치가 낮아질 것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는 근거다.
이번 전공의 파업 사건도 대형 병원의 30~40%를 차지하는 전공의가 없으면 의료 체계가 멈춰서는 민낯과 의료 개혁의 방향성을 온 국민에게 분명하게 보여줬다.
○ 증원 해야하는 이유
이공계 수능 1등부터 순차적으로 의대부터 지망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한민국 의료가 세계 최고라지만 최근까지 우리 의료를 이끌어온 기성세대 의사들이 요즘 수능 기준으로 1등급 받던 학생들만은 아니었다.
하이테크 분야면 몰라도 일반 의사직에 극도로 뛰어난 두뇌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그런 인재들은 이공계로 가야지 의사의 자질은 입학 성적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달려 있고, 환자에 대한 마음, 의술에 대한 철학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때도 일부 의술인들은 여실히 보여주었다.
윤석열 정부가 역대 정부처럼 시늉에 그치지 않고 의대 증원의 물꼬를 튼 것을 높이 평가해야 한다.
우리의 의료 제공 체계는 의사의 판단과 처방에 전적으로 의존한다. 이렇게 중요한 의사의 수급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는 멈춰 선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사의 유일한 공급 루트인 의대 정원이 20년 전부터 반대 방향으로 달려왔던건 사실이라 늦었지만 이제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
자기들 ‘허락’ 없이 의대 증원은 무조건 안 된다는 건 어느 직종이든 상상할 수 없는 오만이다. 적어도 감축한 인원만큼은 증원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국민들은 의사에 대한 인식은 많이 달라졌다. 신성하다는 의술도 장사꾼같은 속성에 정치꾼 같은 모습도 있구나 하고 말이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의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더이상 않된다는걸 분명히 보여주고 인식시켜야 한다.
전 세계 그어느나라 의사가 지금의 대한민국 의사들처럼 행동할까? 어떻게 의사들의 숫자를 의사가 결정하는가? 그것도 신성하다는 의술을 볼모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처럼 계속 된다면 의사들은 국민들은 냉혹한 심판을 받을것이다.
정치인들은 입버릇처럼 말하는게 "민심은 천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지금의 사태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정파를 떠나서 민의는 증원하라는데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야말로 정치인들의 협치로 풀수있는 대표적인 난제일 것이다. 그런데도 안한다. 국민들이 나서서 해야할 판이다.
○ 혁언삼취(革言三就)하라
혁언삼취(革言三就)란 고친다는 말이 세 번 나온다는 말로(革 고칠 혁, 言 말씀 언, 三 석 삼, 就 나아갈 취)
구삼 정흉 정려 혁언삼취 유부(九三 征凶, 貞厲, 革言三就, 有孚.) 구삼은 정벌하면 흉하고 곧으면 위태로우니, 개혁하자는 말이 세 번 나와야 믿음이 있다.(周易 第49卦)
주역에서 혁신을 상징하는 괘는 택화혁괘이다. 혁은 바꾸고 고치는 혁신의 의미이다.
혁신은 부르짖기엔 좋은 단어이지만 그 전후의 사정이 쉽지 않다. 혁괘에서는 그 전후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해 주고 있다.
1. 혁신의 명분과 의지를 확고히 다지는 과정이다. 어느 누구와 토론해도 그 명분과 의지를 확실히 해야 한다.
2. 혁신의 기간을 설정하는 과정이다. 혁신의 시간표를 짜는데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기일을 잘 구상해야 한다.
3. 혁신을 실행에 옮기는데 주위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남들이 다 원치 않는데 자기 혼자 고치겠다고 하면 그건 독재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적어도 여러 의견을 물어보면서 숙고를 해봐야 한다. 그런 다음 결행을 한다.
4. 결행을 한 단계이다. 혁신을 실행에 옮기는데 사람들의 신뢰가 따라주고 잘 진행이 되도록 가속하는 단계이다.
5. 누가 보더라도 이의가 없을 정도로 혁신을 한 단계로 마치 호랑이가 가을철 접어들며 털갈이를 하듯 변신함을 말한다.
6. 혁신의 결과에 대한 평가단계이다. 평가결과 둘로 나뉘는데, 한 그룹은 제대로 진행이 된 반면 한 그룹은 겉만 바꾸었을 뿐 속은 그대로이다.
이 가운데 혁언삼취는 세 번째 단계이다. 삼세판이라는 말이 있듯이 혁신에 대한 강한 신념이 굳어지는 단계인데 이 단계를 거치면 무언가 화끈하게 고치는 일은 잘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