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元山칼럼}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이수만(언론인, 한국속기학원원장)
또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많은 지인들한테 메시지를 보냈다.올해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이 서로 싸우지 말고 마음이 평안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는 ‘역지사지(易地思之’ 즉 ‘입장 바꿔 생각해보자’ 운동을 거국적으로 전개하기를 희망한다.
오래전부터 결혼식 주례를 섰을 때도, 칼럼을 쓸 때도 자주 쓰고 있으며, 카톡의 구호도 ‘易地思之’이다.
‘역지사지’의 유래에 대해서 살펴본다. 옛날 하우와 후직은 태평성대를 누리던 시대였지만 나랏일을 하느라 너무 바빠서 자기 집 문 앞을 세 번씩이나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자신과 자신의 가족보다 백성들을 더 아끼고 보살폈다.
주위 사람들이 매번 그들에게 “몇년만에 집 앞을 지나시는 것 아닙니까? 이대로 가시는 건가요?”라고 권하면 하우와 후직의 대답은 한결같이 “내가 물길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여 물에 빠진 이가 있으며, 내가 일을 잘못하여 백성들이 제대로 먹고 마시지 못하는 걸세. 어찌 내가 우리 집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겠는가”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 살던 안회(顔回)는 누추한 골목에서 살며 한 그릇의 밥과 표주박에 담긴 물로 끼니를 때웠지만 덕을 갖고 닦는 일은 그만두지 않았다.
훗날 맹자가 제자들을 가르칠 때 하우와 후직, 안회를 칭찬하면서 “하우와 후직은 태평성대 시대에 살았고, 안회는 힘든 시대를 살았지만 그들이 가는 길은 모두 같았다. 서로 처지가 바뀌었더라도 모두 그리 행동하였을 것이다.”라고 말을 한데서 유래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두 쪽으로 편이 갈라진 게 너무나 많다. 남한과 북한, 여당과 야당, 진보와 보수, 젊은이와 늙은이, 노동자와 사용자가 갈라져서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다.
이 모두가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지 않고 자기 입장만 생각하기 때문이다. 핵가족 시대에다가 젊은이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을 한 사람도 자식을 한 두 명밖에 안 낳아서 왕자나 공주로 키웠기 때문에 자기밖에 모른다.
그래서 상대를 남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자기 자식과 손자는 응가를 해도 무조건 보기가 좋으나 남의 자식은 그렇지 않은 너무나 이기적인 풍조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대로 안 되면 쉽게 자살과 이혼을 감행한다. 부모와 형제 친구를 한 번이라도 생각한다면 어찌 감히 자살과 이혼을 생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이 때문에 화합과 통일을 아무리 외쳐봐도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윤리도덕’이 밑바탕에 자리하지 않고는 해결이 어렵다고 본다. 서로 화합이 안 되므로 경제 발전이 어려운 게 사실이고, 여러 단체에서 화합과 통일을 외치고 있지만 멀기만 한 게 현실이다.
‘이태원 참사’로159명의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다. “내 탓이다. 내 잘못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많은 시민은 “핼러윈 행사에 간 사람들이 잘못”이라고 하고, 유가족들은 “사전 예방조치를 하지 아니한 당국의 잘못”이라고 원망한다.
여기서도 우리는 가슴에 손을 얹고 ‘역지사지’로 생각해봐야 한다. 어쨌든 자식을 가슴에 묻은 부모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 아니겠는가. 살아 숨쉬는 우리들은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무조건 고인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들을 진심으로 위로해줘야 한다.
이제 유가족들도 마음을 추스리고 본업으로 돌아가서 영혼이 저세상에서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 죽음을 정쟁으로 이용하는 정상배들한테 휘둘려서 데모를 한다면 고인들한테 결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과거에도 일어나지 않았고 이번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로 인해 국민들의 마음이 편지 않다. 그러나 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은 이번 참사를 계기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재발 되지 않도록 철저한 예방을 하리라고 믿는다.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보면서 안타깝고 마음이 무겁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서로 입장을 바꾸어서 생각해보고 말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양쪽의 양보와 타협으로 해결이 원만히 이루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