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015 --- 고향은 지워지지 않는 결 고운 무늬
고향이란 한 마디에 기다린 듯 많은 것을 소환한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친숙해지는 기분 좋은 말 중에 하나다. 훈훈함에 가슴에서 꽃이 피어나는 것 같다. 고향은 어머니의 아늑한 품으로 끝없는 그리움이다. 개구쟁이 친구가 있고 그에 못지않은 추억이 통째로 남아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사소한 것까지 고스란히 간직하다시피 하여 얼른 뛰어가 보고 싶다.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도 하다. 방송에서 고향 근처 이야기만 나와도 귀가 쫑긋해져 설렌다. 언제 들어도 좋고 싫증 날 줄 모르는 고향이다. 그런데 간혹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있어 안타깝게 한다. 북에서 온 사람들이 그렇고 수몰되면서 그렇다. 곁에 두고 가지 못하고 바라보면서 다가가지 못한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곳이 되었다. 꿈에서도 안달이 나지만 꾹꾹 참고 넘길 수밖에 없다. 그 마음 뉘라서 다독거리며 위안하랴. 풀릴 듯 풀리지 않아 더 마음 아프다. 고향은 가리지 않는 나눔의 정이다. 추억의 보고다. 작은 하나도 소중하게 여겨질 만큼 살아온 과정의 밑바탕 작은 앨범이다. 어려서 뛰놀던 시골이고 과수원길이 있어 한 폭 그림이 되어 성큼 다가선다. 나를 이 세상에 있게 하였으며 키워주고 꿈을 꾸며 앞날을 바라보게 한 곳이다. 고향이 없다는 것은 삶에 소중했던 뿌리 하나가 없어진 것이다. 큰 강물도 거슬러 따라가면 아주 초라해 보이는 그곳이 바로 발원지이듯 나의 발원지는 나의 고향이다. 그래서 지워지지 않는,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들어도 싫지 않은 아름다운 꽃무늬다. 신성한 곳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명작이고 명품이다. 그런데 내 아이들은 고향이란 말이 낯설지 싶다. 고향이라는 특별한 의미가 아예 없다시피 하다. 출생부터 병원에서 태어나서 이곳저곳으로 이사 다니며 이웃에 관심이 없고 서로 어울릴 줄 몰랐다. 어쩌다 마주쳐도 멋쩍고 덤덤할 따름이다. 무엇 하나 내놓고 같이 하면서 공유할 만한 것이 없었다. 살아가면서 좋은 추억거리 하나를 잃어버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