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보리심을 발하는 공덕과 세 가지 보리
1 어느 날 왕사성에 있는 가섭 바라문은 밤에 꿈을 꾸었다. 꿈에 보니, 염부제에 큰 천엽 연화가 있는데, 광명이 대천세계를 비추고 칠보로 되었으며, 연화 속에는 달이 있고 달 속에는 대장부가 있어서 광명을 놓으매, 그것을 보는 중생들은 모두 환희심을 내고 무량한 쾌락을 받았다. 바라문은 꿈을 깨었다. '이게 무슨 꿈인가, 전에 없던 꿈이다. 무슨 길조인가.' 생각하다가, '언젠가 들으니 부처님은 큰 보리를 깨쳐 모든 일을 잘 안다 하니 거기 가서 물어보리'라 하고, 밤이 밝은 후에 카란다 대숲절로 가서, 부처님께 정례하고 몽사를 여쭈었다.
"바라문아, 네 꿈은 대단히 좋은 꿈이다. 세상에 가장 좋은 네 가지 꿈이 있으니, 흰 연꽃과 흰 일산과 달과 불상이다. 만일 이 네 가지를 꿈에 보면 반드시 큰 이익을 얻게 되는 것이다."
"어떤 것을 큰 이익이라 합니까?"
부처님은 게송으로 대답했다.
(1) 이익 설명할 테니 너는 자세 들어라.
보리심을 발한 이는 양족존이 되리라.
(2) 전륜성왕 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고
대범천왕 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라.
(3) 삼계 제천 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고,
대도사가 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라.
(4) 대광명을 놓이려면 보리심을 발하고,
삼유 전도 멸하려면 보리심을 발하라.
(5) 모든 장애 끊으려면 보리심을 발하고,
무명 탐욕 멸하려면 보리심을 발하라.
(6) 욕애 때를 제하려면 보리심을 발하고,
아만심을 없애려면 보리심을 발하라.
(7) 제불 공양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고,
전법륜을 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라.
(8) 단악수선 하려거든 보리심을 발하고,
무루도를 얻으려면 보리심을 발하라.
(9) 무상법을 설하려면 보리심을 발하고,
중생고가 싫거든 보리심을 발하라.
(10)법무아를 얻으려면 보리심을 발하고,
열반에 들려거든 보리심을 발하라.
2 바라문은 이 게송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만일 사람이 보리심을 발하면 얼마만한 복을 받습니까?"
"세계 중생이 모두 여기 모여서 계학을 성취하면 그 복은 한량이 없지만, 보리심을 발한 공덕에 비하면 십육분의 일분도 못되는 것이다. 세계 중생이 모두 신심을 발하여 신행지에 있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묘법을 닦아 법행지에 있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수다원 도를 닦아 예류과를 얻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사다함 도를 닦아 일래과를 얻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아나함 도를 닦아 불환과를 얻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아라한 도를 닦아 아라한과를 얻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전단향으로 불탑을 수미산처럼 쌓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불탑에 한량없는 장엄으로 공양하더라도, 세계 중생이 모두 일겁을 살면서 중생에게 음악을 원만하게 보시하더라도, 다 이 보리심을 발하는 복덕에 비하면, 각각 십육분의 일분도 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중생이 보리의 적정한 과를 얻기 위하여 보리심을 발하면, 얻는바 복덕은 비할 데 없고 등류가 없어서 가장 으뜸되리라. 그러므로 복덕을 닦는 자는 빨리 큰 보리를 증득해야 하는 것이다."
3 "이렇게 보리심을 발한 자도 물러나는 일이 있습니까?" 하고, 바라문은 다시 물었다.
"보리심을 발하 자는 해탈에서 퇴전하지 않으나, 다만 그 중에 세 가지가 있다. 이른바 성문 보리ㆍ벽지불 보리 ㆍ무상보리가 그것이다. 어떤 것이 성문 보리인가? 비록 보리심은 발했으나, 다만 자리만을 즐기고 남을 이롭게 하기는 즐겨 하지 아니하여, 이타할 마음을 발하거나 수지ㆍ취입ㆍ안주하지 못하며, 경법도 듣기를 즐겨하지 않고 다른 이를 위하여 설하지도 않으며, 후생의 몸을 받지 않으려 하여, 거래상을 끊고, 또한 평등한 정지도 능히 얻지 못하고 현생에서 해탈하기를 즐긴다. 이것이 성문 보리다. 어떤 것이 벽지불 보리인가? 비록 보리심은 발했으나, 대승법을 닦거나 생각하기를 즐겨하지 않고, 또한 자기만 빨리 과를 증하고자 하여, 이타에는 수지ㆍ취입ㆍ안주를 즐겨하지 않으며, 경법을 즐거이 듣거나 남을 위하여 설하지도 않으며, 능히 평등한 정지에도 안주하지 못하고, 다만 마음을 내어 모든 인연법을 관하여, 관찰한 법으로 해탈을 얻는다. 이런 것을 벽지불 보리라 한다. 어떤 것이 무상 보리인가? 스스로도 능히 보리심을 발하고, 또 남을 권하여 보리심을 발하게 하며, 경법도 즐거이 듣고 들은 것을 기억하여 수습하여 기억하고, 다시 남을 위하여 그 뜻을 널리 연설하며, 윤회를 싫어하지 않고 일체 중생을 즐겁게 하기를 즐기며, 평등지에 주하여 스스로 해탈한 뒤에는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해탈을 얻게 하고자 하여, 자리 ㆍ이타에 안온한 락을 얻고, 자기의 선리로서 널리 인ㆍ천 대중에 보시한다. 이것이 무상 보리이다. 이 행을 닦는 이는 이름이 보살승인 사람이다.
너는 마땅히 알라.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하고 허망이 없으니, 내가 말한 보리심은 이것이 최상의 뜻이다. 만일 이 큰 보리심을 떠나서 성문심ㆍ연각심을 발하여 능히 이타하지 못하면, 큰 열반에 이르지 못하리라. 왜냐하면, 저 성문ㆍ연각은 스스로만이 하려 하고 다시 이타하는 행은 내지 못한다. 이러한 인연으로 능히 모든 부처님의 법을 구족하지 못해서, 비록 보리심을 발하여 해탈을 얻었다 하더라도, 그 보리심은 능히 이타하는 과보를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일 무상 보리심을 발한 자는, 자타에 모두 평등하여 자기의 이익으로서 즐거이 보시하며, 이 마음으로서 세간 일체 중생을 포섭한다. 이것은 세간의 최상의 큰 이익이 되며, 또한 세간에 잘 조어하는 자라, 곧 평등지에 주하여 최상ㆍ최승ㆍ불가사의니, 이것을 이름하여 큰 보리심이라 한다. 너는 마땅히 이렇게 여실하게 알라."
"부처님이 설하신 해탈에 차별이 있습니까?"
"해탈과 해탈에도 차별이 없고 도와 도에도 차별이 없지마는, 다만 승과 승에만 차별이 있는 것이다. 비유하면, 크끼리의 수레도 있고 말의 수레도 있고 나귀의 수레도 있는데, 그것들이 차례로 걸어서 한 성중으로 같이 들어간다면, 네 생각에는 어떠하냐? 저 수레에 차별이 있겠느냐?"
"부처님이시여, 저 모든 수레에는 차별이 있습니다."
라고 바라문은 대답했다.
"그렇다. 성문승ㆍ연각승ㆍ대승의 차별은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와 해탈은 차별이 없다. 비유하면, 세 사람이 이쪽 언덕에서 저쪽 언덕으로 가는데, 한 사람은 풀로 떼를 만들어 거기에 의지하여 건너가고, 들째 사람은 가죽 주머니나 혹은 가죽 배에 의지하여 건너가고, 셋째 사람은 큰 배를 만들어 타고 건너가되, 그 배에는 사람을 수백천 명을 실었다. 그리고 그는 다시 아들에게 부탁하되, '이 배를 잘 두고 수호하다가, 만일 오는 사람이 있거든, 너는 이 언덕에서 저 언덕에까지 많은 사람에게 이익을 주라.' 하였다면, 네 뜻은 어떠하냐? 저 언덕이라는 것에 차별이 있겠느냐?"
"차별이 없습니다."
"타는 것은 차별이 있느냐?"
"타는 것에는 차별이 있습니다."
"그렇다. 성문승ㆍ연각승ㆍ대승은 실로 차별이 있는 것이다. 저 첫째 사람이 풀로 떼를 만들어 이 언덕에서 저 언덕까지 간 것은, 오직 한 사람뿐이요 두 사람도 못가는 것이니, 성문승이란 그런 것이다. 둘째 사람은 가죽 주머니나 가죽배로 이 언덕에서 저 언덕까지 갔다는 것은, 연각승이 그런 것이다. 셋째 사람이 큰 배를 만들어 여러 사람과 함께 이 언덕에서 저 언덕까지 간 것은, 여래의 대승이 그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