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난 요트 영화를 봐서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ALL IS LOST
현대판 '노인과 바다'하고 할까?
멍때리고 있다 한 대 후려맞은 기분이다.
나처럼 요트 세계일주가 꿈인 녀석에겐 필수 영화라고 생각된다.
요즘 세일링좀 다닌다고 살랑거리기 시작하는데...(http://blog.naver.com/id780629/90187177629)
이 영화를 보고 다시금 자연의 위력과 인간의 나약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흔히 요트하면 부자들의 놀이기구... 화려한 선상 파티
늘씬한 미녀들이 갑판에서 선탠하는 모습등을 상상한다.
하지만, 일찌기 대항해 시대를 보내며 하이 리스크를 짊어지고 꿈과 모험을 찾아 온 세계를 항해하던 유럽에선 다르다.
그들에겐 요트 세일링이 전통있는 스포츠이며 은퇴후 요트위에서 세계 여행을 꿈꾸는 이들도 적지 않다.
매년 볼보에서 주최하는 요트 세계일주 대회는 최고의 스포츠중 하나이다.
유튜브에서 볼보 레이싱 관련 영상을 찾아본다면 손에 땀을 쥐는 스릴을 느낄 것이다.
위 사진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요트를 즐기던 모습이다.
딩기라고 1~2인용 연습용 요트이다.
당시 잘 나가던 세무 변호사였던 그가 즐기던 취미였고,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나름 진지하게 연습하셨다고 한다.
이걸 가지고 정치적 반대 세력에서 호화 요트를 취미로 즐겼다고 공격하던게 생각난다.
사람이 가장 두려운게 모르는 것이다. 새로운 것, 무지...
'ALL IS LOST'에 대한 감상평을 보면 극과 극을 달리는데... 요트 문화에 대한 무지로 인해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영화탓만 하는 글도 보인다.
영화가 너무 느리게 진행된다고, 지루하다고... 바로 옆으로 자신을 도와 줄 수 있는 상선이 그냥 지나가는데 욕 한마디 제대로 못 한다고 너무 답답하다고 한다.
글쌔다... 적어도 난 완벽하게 빠져들어 즐겼다.
흠잡자면, 특수효과가 별루라던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티가 너무 난다는 것 정도?
J.C. Chandor 감독의 본 영화는 초호화 제작진을 자랑한다.
<마진 콜: 24시간, 조작된 진실> <래빗 홀> 촬영감독 프랭크 드마르코
<라이프 오브 파이> <캐리비안의 해적> <렛 미 인> 수중촬영감독 피터 주카리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스파이더맨> 프로덕션 디자인 존 골드스미스
<라이언 일병 구하기> <흐르는 강물처럼> <조디악> 음향 편집 리차드 힘스
화룡점정으로는 영화에서 단독으로 예술적인 연기를 펼치는 '로버트 레드포트'를 꼽는다.
소름 끼칠듯 절제된 연기는 완숙미를 넘어 예술적으로 느껴진다.
나레이션을 제외하고는 대사 한 마디 없는 영화에서 전달되는 감동과 메시지의 깊이는 바다와 같이 거대했다.
아래로 상당히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다.
영화가 시작되고 끝없는 망마대해의 잔잔한 파도 소리가 들린다.
한껏 잠에 취해 낮잠을 즐기는 주인공, 하지만 어디선가 물이 쏟아져 들어온다.
잠에서 깬 주인공이 허둥지둥 요트 밖으로 달려나간다.
어디선가 흘러내려온 컨테이너가 요트 우현을 찢어놓은 것이다.
요트는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크루즈 요트이지만, 그 안에 인류가 여지껏 바다와 싸워 익힌 온갖 기술이 담겨있다.
한창때의 생기를 잃어버린 노인이지만, 요트 항해에 대한 심도 높은 지식과 경험으로 무장하고 있다.
요트와 노인은 온전히 자연과 어우러져 함께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커플인 것이다.
본론으로 돌아와, 노인은 노련미를 발휘해서 배를 컨테이너에서 떼어 놓는데 성공한다.
앵커 활용법과 로프 매듭법은 그가 경험많고 노련한 선원이란걸 알려준다.
곧 손상된 요트를 수리하기 시작하는 노인
손상된 부분은 요트의 항법장치, 무전기가 설치되어 있는 그야말로 요트의 핵심 구역이다.
이런 중요한 부분이 파손되었음에도 노인은 불평 한 마디 하지않고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한다.
다른 영화에서 이런 사건이 발생되면 입에 담지 못 할 육두문자가 난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주름의 깊이만큼 현명한 노인은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묵묵히 최선을 다 할 뿐이다.
결국 파손된 부분을 수리하고, 선체로 차고 들어온 물을 모두 퍼내는데 성공한다.
조난 신호를 보내기 위해 무전을 켜보지만 작동 하지 않자, 안테나를 수리하러 마스트 (돛대) 끝까지 기어 올라간다.
하지만 거기서 본 것은 절망적인 폭풍을 담고 있는 먹구름이었다.
노인은 폭우에 맞서 앵커를 내리고, 스톰 세일을 펼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걸 다 한다.
이미 약해질대로 약해진 힘없는 육체를 끌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하나 둘 해나간다.
하지만, 무자비한 폭풍은 인정사정 가리지 않고 배를 집어삼킨다.
몇 차례 전복과 바로서기를 반복하다 결국 메인 돛대가 부러진다.
요트는 바람의 힘으로 움직인다. 고로 돛대가 부러졌다는 건 항해 불가란 뜻이다.
설상가상 컨테이너와 충돌때 임시로 수리해둔 부위가 다시 깨지며 요트는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한다.
서둘러 조난용 고무 보트를 띠우고 밤을 지새운다.
아침 햇살에 눈을 뜨니, 폭우는 사라졌다.
하지만 요트는 반쯤 가라앉은채 침몰하기 일보 직전의 상황이다.
식료품과 물 하나라도 더 건지기 위해 바삐 요트를 오가며 물품을 나른다.
하지만 나약한 육체는 간밤의 폭우와 맞서며 이미 한계에 달했다.
간단한 장비 몇 가지를 옮기자 이내 가라앉는 요트
고무보트에 의지해 표류를 시작한 노인
육분의를 보며 자신의 위치를 체크한다.
해류에 실려 조금씩 상선이 다니는 항로에 접근해가는데...
어느날 아침 일어나니 고무 보트에 물이 새기 시작한다.
오랜기간 사용하지 않은 고무 보트는 한없이 약하기만 하다.
더불어, 요트에서 힘들게 옮긴 물통은 소금물로 변해 마실 수 없고,
이에 처음으로 절규하는 노인...
이 모든 역경에도, 낚시를 하거나 증류로 얻은 물을 마시며 끈질기게 버텨나가는데...
다시금 몰려오는 심상찮은 먹구름
주인공은 고무보트 위에서 다시 한 번 풍랑과 사투를 벌이고 간신히 살아남는다.
어느날 대형 컨테이너선이 고무보트 바로 옆을 지나간다.
불꽃 신호기를 꺼내 열심히 흔들어 봐도 무심히 지나가는 상선들...
노인은 조금씩 희망을 잃어가며 체념하기 시작하는데...
노인의 조난 보트 아래 그늘에는 작은 정어리가 몰리고
이어 정어리를 먹기 위해 가랑어 때가 찾아오더니, 결국 상어까지 몰려든다.
낚시로 정어리 한 마리를 낚지만,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상어가 달려들어 낚아채간다.
공기가 조금씩 빠져 홀쭉해지는 고무 보트
식량도 물도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된다.
결국 유서를 작성하고 빈 병에 넣고 띄우는데... 그날 밤
멀리서 한줄기 빛이 보인다.
최후의 희망을 걸고 노인은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이자 전부인 조난 보트를 불태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데...
깊은 심해로 가라앚으며 자신의 보트가 불타 오르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순응이자 동화이다.
첫댓글 작년 부산국제영화제때 신청해서 봤지요 ㅎㅎ 바다와 요트를 잘 모르는 사람은 좀 지루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