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서귀포 문학작품 공모 당선작]
당신이라는 서쪽
박미라
대정현* 어디쯤에 눌러 살고 싶다
적당히 허물어진 돌담 안쪽에
점잖게 늙어가는 옛집이 계시다면 정성으로 모실 테지만
몸이 없는 것들이 오시는 모습을 알 수 없으니
담장을 다시 쌓거나 쓸고 닦지는 않겠다
당신이라는 서쪽을 향하여
큰 창을 두고
창밖에 먼나무**를 심겠다
울안이거나 삽짝 밖이거나
어디에 두어도 먼나무는 먼나무여서
먼나무 먼나무 부르다가 먼그대라고 잘못 부르면
하늘이 먼저 알아듣고
이호테우 해변보다 더 붉은 저녁을 펼칠지도 모른다
무너진 담장 사이로 바람이 다녀가시면서
선인장 꽃씨 하나 떨군다면
세상에는 없는 선인장꽃 문패를 내걸 수 있겠다
노란꽃 문패 달빛보다 환한 밤이면
불현듯 다녀가실 것을 믿는다
먼나무가 제주에 살기 시작한 것은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염려하는
당신 때문이라는 이야기를 전설처럼 듣는다
* 추사 유배지
** 쌍떡잎식물 무환자나무목 감탕나무과의 상록교목
원문 출처
http://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308248
제3회 서귀포문학공모전 박미라, 이준호 당선 - 제주의소리
(사)한국예총 서귀포지회(회장 윤봉택)는 올해 제3회 서귀포문학작품 전국 공모전에서 박미라, 이준호가 당선됐다고 밝혔다.시 부문은 박미라(68, 충남)의 ‘당신이라는 서쪽’이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시조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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