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이사에 대해서 몇 가지 쓰고 싶어서 -
2023년 12월 7일, 아마 수요일이었을거야.
년도 확실하고, 요일도 확실, 날짜는 지금 기억으로 애메하게 생각되지만,
맞을 거야.
7월 부터 시작했지.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사람들이 집 보러 오길 기다리고....
좋은 장소였지만, 우리 가족이 거기 30년 들어살면서, 실내가 낡고 깔끔하지 않은 인상을 남겨,
쉬 팔리지 않았는데... 결국 매수자가 나타나고... 우리도 이사갈 작은 집을 구하고, 그 다음엔
짐 정리가 필요했지. 살던 집에 있던 짐을 2/3 이상 버렸어. 생각도 많이 했지만, 그냥 짐만 될 거라고 판단되었던 것들을
모두 쓰레기장에 내다버렸는데...
문제는 오래된 책들
중고로 팔수있는 것은 팔고, 수십년 서가에 꽃혀있던 것들 중에, 세 가지만 남겼지.
1. 시
2. 세익스피어
3, 역사책
4. 기타 버릴 수 없다고 판단한 것들- 쿳시 소설이라든가, 고대 드라마 작품집 같은 것들.
내겐 인생에서 거의 절반 이상의 추억과 의미를 남긴 것들이었는데... 과감하게 던져버렸어.
기증을 하려고 전화를 한 곳에선, 이리 가져오세요, 라고 해서 포기했고,
중고 서적을 구매하는 곳에선, 옛날 책이라 전부 3만원 드릴게요, 해서, 예, 라고 말했어.
알았으니 와서 가져가란 뜻이었는데, 그쪽에선 거절의 소리로 말아들었는지, 소식이 없었지
어쨋든 그나마 책을 몇 권 더 가져올 수 있었는데... 책을 많이 남길 걸, 더 가져올 걸 생각했어. 그런데, 난
내가 버린 책의 행방을 알고 있어서 다행이다 생각했어. 눈물이 났지, 책을 버리던 날.
수레에 싣고 내려가 쓰레기장 폐휴지통에 책을 쏟아버렸는데, 책을 싣고 내려간 다음 차에,
먼저 버린 책을 박스에 쓸어남는 분이 계셨어. 같은 동에 살던 분이.....
왜그러세요? 물었더니, 집으로 가져가시겠다고 들고 올라가시길래,
버리려던 책을 모두 그댁으로 가져다 드렸지. 울컥했어. 내가 버린 자식 누가 키우겠다고 데려가는 것처럼.
책은 거기 잘 있겠지. 그분은 가끔 그 책을 펼쳐 읽으시겠지. 언젠가 그 댁에 찾아가,
책을 돌려주시겠어요? 말할 수 있는 걸까?
나의 이사는 인생의 많은 부분을 버리는 거였지. 쓰레기로. 그리고 지금은 아쉬움이 많네.
내가 인생을 야무지게 살지 못한 것을.
삶의 단편들을 마구 도려내버린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