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담기는 용기의 형태에 따라 그 모습이 달라진다. 이와 마찬가지로 물은 욕실에서 수전의 형태에 따라 차별화된 모습으로 흐르게 된다. 그렇기에 언뜻 작은 크기의 수전은 욕실에서 그냥 지나치기 쉬운 요소로 생각되지만 사용자들이 물을 보다 특별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관련업체들은 편리함을 바탕으로 이채로운 디자인을 더해 소비자들의 감각을 일깨우고자 하며 더불어 물이 힘차게 나오는 것을 선호하던 이전과 달리 물 절약을 추구하는 트렌드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특수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기호에 맞는 물의 양과 온도를 제공, 보다 즐겁고 쾌적한 웰빙 라이프를 누리도록 제안한다.
클래식 스타일의 발전
한동안 ‘모던한 스타일 = 세련된 것’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옛것에서 비롯된 클래식한 형태는 구식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모던한 디자인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은 한 단계 발전한 클래식 스타일을 통해 색다른 고풍스러움에 이끌리고 있다. 또한 클래식풍 스타일은 고급스러움을 상징하기도해 관련 업체들은 좀 더 다듬어진 고전적인 멋스러움을 한층 럭셔리하게 제안하는데, 골드 마감에 SWAROVSKI 크리스털로 포인트를 준 FIR ITALIA의 ‘GOLD & CRYSTAL’을 그 예로 살펴볼 수 있다. 한편 모던하게 표현된 고전 스타일을 선보이는 욕실 전문 업체 ZUCCHETTI의 ‘BELLAGIO’를 통해서는 클래식한 전화기 모티브와 보다 묵직하고 간결하게 재구성된 디자인 등 익숙한 듯 이색적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다.
차별화된 심플함
‘모던하다, 미니멀하다, 심플하다’. 장식이 최소한으로 절제된 스타일이 선호되면서 이를 지칭하는 수식어가 증가하며 심지어 익숙해지고 있다. 이처럼 간결한 디자인은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으며 더 나아가 최근에는 심플하면서도 개성을 간직한, 특별함이 요구되고 있다.
장식이 절제된 심플한 스타일은 ‘단아한 아름다움’과 ‘묵직한 멋스러움’의 두 가지로 크게 구분된다. 먼저 전자의 경우를 살펴보면 레버의 비중이 매우 축소된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막대기 하나를 꽂아 놓을 듯한 형태의 ‘ISY’, 원통 파이프를 벽면에 무심히 박아둔 듯한 ‘PAN+’ 등 ZUCCHETTI의 제품들이 그 예이다. 또한 최첨단 기술은 한층 과감하게 생략된 디자인을 가능하게 하는데 newform에서는 보다 효율적으로 물의 양과 온도를 조절해주는 D.B.S(Digital Bathroom System)를 선보여 기존의 레버를 대신하도록 했다. 이는 미니멀한 디자인과 함께 친환경적인 기술을 적용해 각각의 사용자가 원하는 물의 양과 온도를 제공, 물낭비를 줄여주며 보다 기호에 맞는 쾌적한 세면시간을 선사한다.
이와 함께 관련 업체들은 심플하면서도 남성미가 느껴지는 제품들을 선보여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특히 이러한 제품들은 토수구가 원형이 아닌 직선으로 계획되어 사각 형태로 떨어지는 물줄기를 통해 굵은 선의 매력을 발한다. 한편 ZAZZERI는 원기둥 형태의 수전을 평평하게 표현해 무게감 있으면서도 단아한 이중적인 매력을 선보이는데 특히 제품은 분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을 제한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인다.
작은 몸집에서 실현되는 실험정신
‘도전 없는 발전은 없다’. 특히 디자인 분야에서는 이러한 정신을 실감케 하는 과감한 도전들을 어렵지 않게 접하게 된다. 변화 요인이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는 수전에 있어서도 이러한 현상은 지속되는데, 자그마한 크기 안에 담긴 기발한 아이디어는 사용자의 욕실 생활을 더욱 즐겁게 만들어준다.
우선 세계적인 디자이너 Patricia Urquiola와의 협업을 통해 2009년 신제품을 발표한 Hansgrohe의 AXOR는 수전 및 욕실 용품이 차지하는 공간을 최소화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싱글레버 제품인 경우 레버를 토수구에 위치시켜 레버와 토수구가 하나를 이루도록 했으며 더 나아가 수납통을 갖춘 수전을 통해 수전뿐만 아니라 세면대 주변까지도 미니멀하게 연출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FANTINI에서는 손잡이를 투명하게 계획해 엣지가 돋보이는 실버 바디에서 발산하는 날카롭고 차가운 느낌을 깔끔하게 정돈했으며, FIR ITALIA는 레버부분에 화려한 컬러 및 지브라 패턴을 적용해 이색적인 멋스러움을 담았다. 이와 함께 업체는 수전에 사용하기에는 비교적 큰 크리스털을 활용해 화려한 포인트를 더했으며, newform은 앙증맞은 크기의 크리스털로 패턴을 완성해 제안한다. 한편 예상밖의 것에서 영감을 받은 제품들이 유쾌함을 전하기도 하는데 테트리스 게임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를 제품으로 형상화한 Ritmonio의 ‘Tetris’를 그 예로 들 수 있다.
컬러를 입은 수전
수전하면 반짝이는 실버톤의 표면이 연상되기 마련이다. 관련 업체들은 이러한 고정관념에 도전장을 내민, 컬러를 입은 무광의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특히 블랙 혹은 화이트로 마감된 무광 제품들이 다양한 브랜드에서 발견되는데, GESSI에서는 물방울이 떨어지는 모습에서 영감을 얻은 ‘GOCCIA’와 사각형태로 구성되어 직선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XL’을 블랙 혹은 화이트로 제안한다. 또한 newform에서 선보이는 화이트 톤 제품 중에는 희미하게 스트라이프 패턴을 두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느낌을 감각적으로 완성한 디자인을 만나볼 수 있으며, ZUCCHETTI는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디자인을 블랙과 화이트로 마감해 보다 색다르게 표현했다.
한편 시크함을 대표하는 블랙과 화이트가 아닌 욕실을 보다 화려하고 활기차게 연출하는 컬러풀한 제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그중 M&Z RUBINETTERIE는 그린, 오렌지, 퍼플 등 다양한 컬러의 제품들을 선보이며 특히 레드로 마감된 제품은 붉은 빛 모자이크 타일과 어우러져 한층 더 정열적인 기운을 내뿜는다.
취재 : 장선아 기자 (dkcuteg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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