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적군에게 물을 먹이는 인도적인 군인
적군의 이마에 총구를 들이대어
위협하는 군인
하지만 진실은 다르다.
프레임효과
글쓴이 / 福豚 PD Without Borders
사진에서 볼 수 있는 프레이밍(자르기)이다. 비슷한 일을 방송에선 편집을 통해서 한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한 10년 전쯤에 나왔던 서울 불바다 사건이다. 앞뒤 맥락을 다 잘라놓고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식의 보도를 해서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건...
사실 편집이라는 것은 어쩔 수 없이 하게 되는 수단의 하나다. 찍은 것을 전부 보여줄 수는 없지 않은가? 찍는 과정에서부터 편집은 시작이 된다. 찍으면서 이 장면은 쓸 것인지 아닌지를 대강 판단하고 필요 없는 것들은 촬영하지 않는다.
사실 다큐멘터리를 객관적인 장르라고 표현을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다만 프로그램을 만드는 작가의 주관을 가장 '객관적으로 보이게 하는가'가 핵심이다. 즉 다시 말하면 현장에서 찍은 '날 그림'을 얼마만큼 자신의 시각에 맞춰 시청자들이 느끼기에 '객관적으로 보이게 만드는냐'가 관건이라는 얘기다.
위의 사진을 다시 한번 보자. 미군측에서 보도를 하는 기자라면 1번 사진을 위주로 편집을 했을 것이고, 무슬림쪽에서 편집을 했다면 아마 2번 사진을 위주로 편집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진실로 보이는 것은 3번이다.
그러나 3번 사진이라고 과연 진실을 담고있는 것일까? 이라크에서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는 미군과 같이 움직이면서 동행취재를 할 때 찍을 수 있는 사진이다. 그렇다면 자신과 항상 같이 다니고 또 때에 따라서는 자신의 목숨을 보호해주는 미군의 영향을 안 받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특별한 보도통제 같은 것이 없었음에도 이라크전에서 미군과 같이 종군했던 기자 중, 보도에 영향을 안 받은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고 한다. 일종의 전우애 같은 것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누가 생사고락을 같이 한 전우의 뒤통수를 쉽게 깔 수 있겠는가?
자기와 같이 다니던 군인이 옆에서 죽었을 때 누가 분노하지 않겠는가? 실상은 그보다 수 없이 많은 죄 없는 이라크인들이 죽어가고 있어도... 정말 진실을 원한다면 미군과 같이 했던 취재분량 만큼 기계적으로라도 이라크군 또는 저항세력과 같이 종군하면서 취재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방송으로 보여지는 영상편집에서도 기계적으로 균형을 지키면서...
대선 또는 총선 때마다 반복적으로 나오는 균형보도니 뭐니 하면서 인터뷰를 몇 초씩 똑같이 할애하는 그런 상황과 같은 얘기다. 그러나 이렇게 기계적 균형을 지킨다고 해도 진실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촬영을 하면서 약간의 앵글 차이와 빛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도 그림이 의미하는 것이 너무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은 의도한 것일 수도 있고 또 의도하지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 편집의 과정에서는 찍을 때와 달리 의도가 더해져서 편집이 될 수 있다. 우연히 잡은 그림이 미군이 해질녁 역광을 받고으면서 이라크인들에게 뭔가를 얘기하는 그림이라면, 찍을 때 실루엣으로 처리를 하느냐 조리개를 열어서 얼굴이 제대로 나오느냐에 따라서 대단히 다른 결과를 같게 된다.
미군이 이라크인에 욕을 하던 노래를 하던 상관 없이 그 그림은 아마 이미지컷이나 내래이션용 밑그림으로 쓰일텐데, 실루엣으로 처리한 그림은 '전쟁의 무상함이나 반전적인 이미지'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약간 밝게 찍은 그림은 '미군이 자애롭게 이라크인을 안는다'는 식의 그림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 그 미군이 이라크인에게 실제 뭐라고 이야기했는지와 상관 없이...
또 편집을 하면서 그림을 어떤 순서로 하는 가에 따라 수많은 변화가 일어난다. 또 시간을 인위적으로 조절을 할 수도 있는데, 슬로우 모션이나 패스트 모션 그리고 영상의 반복을 통해 얼마든지 상황이 다르게 표현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수많은 주관과 조작이 가능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믿어야 하는가? 그것은 바로 저널리스트의 양심과 인류가 공통으로 가지는 가치다. 저널리스트가 전선으로 가는 이유는 더 이상 이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메세지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상당수의 저널리스트가 이 기본적인 임무를 잊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으로 향하는 대부분의 저널리스트는 이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취재의 한계와 위험 때문에 모든 것을 담지 못 한다. 그들은 조금이라도 시청자들에게 더 많은 상황을 보여주고 또 시청자들이 찍는 이의 주관이 아닌 우리가 찍은 재료를 바탕으로 종합적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 아마 그럴 것이다 또 그렇게 한다고 나는 믿고 싶다.
현존하는 가장 위대한 종군사진작가 제임스 나트웨이는 르완다 내전 취재 당시 후투족 난민 캠프를 방문해 그들의 처참한 삶을 찍었다고 한다. 그리고 잠시 뒤에 떠오르는 생각! 바로 그들 중에 일부는 바로 몇 일전에 자신이 목격했던 투치족에 대한 제노사이드의 주인공이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급행 엘리베이터를 탄 기분이었다고 했다.
눈에 보여지는 것이 전부 진실은 아니다.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눈에 보이는 것이 항상 진실은 아니지요. 특히 언론이나 방송에서 보여주는 기사나 프로그램은 특정한 관점에서 사실을 해석하고, 편집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접할 때는 항상 비판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