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루룩 벚꽃
이순우
바람이 그 어려운 입찰을 따냈나요
도로공사 보수 현장에 노가다
십장처럼 서 있는 벚나무들
살살 달래어 하늘 길을 환하게 만들더니
오늘은 친환경 자재로다 보도블럭을 손보네요
먹줄처럼 탱탱히 금을 긋는 빗줄기에
공사가 미뤄질까 조급했나요
새벽부터 기다린 납품들의 오래된 손
바람이 봉고처럼 싣고와
후루룩, 일을 해 치우네요
날림공사처럼 후루룩 해치워도
오래된 솜씨가 어디 가나요
신부가 걸어가도 좋을만한 길 위에서
늘 고생만 하던 구두 밑창이
화들짝, 나보다 더 좋아하네요
약력: 2008년 심상 신인상 등단
울산문인협회 회원
여행노트: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영역을 심안으로 보아내는 것은 시인만의 고유한 직업적 영역.
시인이라는 作者들은 관음觀音, 소리를 본다든지 , 풍독風讀 바람을 읽어낸다든지, 판독判讀, 세상의 질서를 시라는 뢴트겐 사진 속에서 신선하게 재구성해내어 관념에 찌든 독자들에게 '심쿵 하는 정서적 충격을 주는 전문직 들입니다
지금 시인의 눈은 일반인의 눈으로는 포착해내지 못하는, 등짝에 땀밴 바람 노무자들의 노동 과정을 cctv 처럼 따라잡고 있습니다
吟諷이나 농월하는 인턴, 레지던트 단계를 섭렵하고 나면 시인의 내공처럼 凡人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바람의 일거수일투족까지도 능히 따라잡을 단계에 이르게 되겟지요
후루룩 지는 벚꽃. ‘ 낙화’ 작업이라는 하청, 대형 벚꽃축제의 이벤트 공정을 무난히 마무리해내고 그 솜씨를 업계에서 인정 받아 곧 이어질 무대 공정을 수 십대 1의 경쟁 입찰로 따냈다고 은근히 전합니다
오호라!, 보수 현장에 노가다 십장처럼 서 있는 벚나무들,?? 이라고 시인은 능청을 부리고 있습니다.
마치 앉아 쉬는 노무자들의 등 두드려주는, 안전모를 쓴 벚나무들의 작업 독려라도 눈에 환하게 보이는 듯 .
배가 안 맞으면 어깃장에 농뗑이 부리는 노무자들을 달래어 오늘은 친환경 자재를써서 보도블록을 꽃비 무늬석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따금 먹줄 튕기듯 이마 위로 탱탱히 긋고 가는 빗줄기에 조바심내며 약속한 공사 마감일자가 미뤄질까 전전긍긍.
작업 일손이 달리자 새벽 인력 시장에 길게 줄을 선 날품들까지 봉고차 몰고 바람같이 달려가 몰아와서는 기어이 오늘 후루룩 일을 다 해치운 답니다
바람의 솜씨는 그 바닥에서는 일 잘하기로 정평이 나 있는 알아주는, 연륜과 노하우가 쌓인 업체.
공사를 끝내고 일별해 보니 분홍빛이 감도는 잔잔한 흰 꽃잎으로 수놓은 ,친환경 석재의 보도블록 위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아리따운 5월의 신부가 미소를 띠고 걸어가도 좋을 화사한 꽃비 무늬 카펫길로 변해 있습니다.
시공 업체 ‘바람’ 준공 00년00월00일.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 일관된 진술에 ..........늘 고생만 하던/ 구두 밑창이 / 화들짝 놀라/ 나보다 더 좋아한다/.... 는
넋놓고 있는 독자들을 향해 느닷없이 돌려차기하듯 하는 반전이 놀랍습니다
시 한편이 후루룩, 한 사발의 국숫발 ‘뚝딱 비워내듯 , 어디 한 군데 하자보수도 필요없을 완벽 공정으로 탄생했네요. ㅎㅎㅎㅎㅎ 류윤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