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나 보던 세계적 명성의 프로골퍼들을 가까이서 한꺼번에 볼 수 있는 기회는 이번이 아니면 다시 없겠다는 생각에
개회 첫날 송도 잭니클라우스CC를 오랫만에 찾았습니다.
골프 입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골프의 모든 것이 궁금했던 일본주재 시절, 나카지마 아오키 쿠라모토, 그리고 신소라의 경기를
따라다닌 이후 실로 이십수년만에 갤러리로 관전을 했습니다.
과연 세계 탑랭커들이었습니다!!!
흔히 프로는 밥먹고 골프만 치니까 라고 치부하지만, 제 자신의 능력을 생각하면, 그저 경외의 영역으로 밖에 느껴지지 읺았는데
이건 나이가 들면서 더욱 심해지는 현상인 듯 합니다.


특히, 경이로운 것은 그들의 비거리와 정교함 그리고 그 스윙의 부드러움이었습니다.
더스틴 존슨, 맷 쿠챠, 필 미컬슨을 제외하면 모두 그리 체구도 커보이지 않았는데 그 파워는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
솜털이 뽀송한 것처럼 보이는 앳된 조단 스피스, 너무 말라 보이는 데니 리,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냈던 제이슨 데이가 그 중 많은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 눈길이 갔던 페어링은 미국팀의 필승조 조단스피스/더스틴존슨이었습니다.
금년도 US Open을 기억하십니까?
최종일 힘을 낸 스피스가 18번홀 파5홀에서 15피트 투온 투펏으로 1타차 선두로 홀아웃한 뒤, 메이저 대회 비운의 사나이 존슨이
마지막홀 회심의 2온으로 12피트 이글퍼트를 맞았습니다.
넣으면 우승, 투퍼트 버디면 스피스와 플레이오프였지만, 그는 이 짧은 거리에서 3퍼트로 우승을 또 날려버렸었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던 걸 기억합니다.
이날도 더스틴 존슨의 티샷은 가공할 거리를 날아갔지만 짙은 수염에 덮힌 그의 얼굴은 뭔가 우수에 젖은 듯한 느낌을 주었던 건
그냥 저의 선입견 때문이었겠지요.


송도 뉴타운은 포스코가 많은 부분 주도적으로 참여해 개발한 듯 합니다.
제일 높은 사옥 건물을 짓고, 포스코 건설이 지은 아파트촌이 가장 눈에 뜨이고, 잭니클라우스에게 설계를 맡겨 이 골프코스도
건설했습니다.
홀 하나하나는 손색이 없을지 모르나, 그저 평평한 매립지 위에 만든 것이라 링크스코스의 황량한 느낌이 듭니다.
바다에 면해 있지만 바다가 보이는 것도 아니고, 빌딩외에는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역대 프레지던트컵 개최지에 비해 얼마나 인상깊게 세계의 시청자들에게 비춰질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오랫만에 운동화 신고 코스 한바퀴 돌고 왔습니다.
역시 필미켈슨은 나이가 들어 보였고, 리키파울러는 자그마한 체구지만 일본인의 피가 흐르는 근성이 느껴졌으며,
불우한 청소년기에 필리핀 어머니의 헌신이 생각나는 제이슨 데이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갤러리 중 한국인의 얼굴인데 미국팀을 응원하는 젊은이들은 아마 미국국적을 가져서 일까요? 화려한 페인팅과 유니폼을 갖춰
입은 호주의 응원팀, 일본 시고쿠 마쯔야마에서 왔다는 노부부는 가까운 한국에서 이런 좋은 경기가 있는데 놓칠 수 없어 왔다면서
자기들이 사는 도시와 같은 이름의 마쯔야마히데키가 첫날 졌다고 안타까워 했습니다.
또, 1번홀 그린 주위에서 어떤 골프학과 교수라는 사람이 지인과 나누는 대화 중에 자기가 곧 노처녀 정xx프로와 결혼할 예정
이라는 얘기(특종?)도 우연히 듣게 되었습니다.
이날은, 동반 관전한 황경문회원의 아들이 제공한 VIP티켓으로 14번홀 특설 라운지에서 맛있는 요리와 디저트 음료 기념품을
대접받으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감사!
누가 골프의 단계를, (1) pastime→ (2) hobby → (3) avocation 이라고 했습니다.
재미삼아 하는 소일거리로 시작해서 취미가 되고 나름대로 부업에 가까운 아마추어로서는 높은 경지를 추구하는 단계를
밟는다고 합니다.
저는 2단계 정도 갔다가 이젠 다시 1단계로 후퇴합니다.
그저 소일거리로, 이제 사소한 것이라도 관심이 가고 또 즐겁습니다.
골프채널 레슨도 중계도 열심히 봅니다.
골프는 방향이 중요할까요, 거리가 더 중요할까요 라는 바보같은 고민도 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방향이 더 중요할지 모르지만, 이 나이 되고보니 골프는 거리가 중요하단 걸 느끼게 되네요.!!
HJ

첫댓글 세계적인 유명프로골퍼의 경기를 가까이서 보셨다니 좋은 기회였네요.
요즘은 골프라운딩을 거의 접었지만, TV 골프 방송에서 유명골퍼의 스윙을 보면서
흉내도 내어보고 했는데...오늘은 새벽에 낙성대 골프 연습장에나 들러볼까 합니다
가끔 친구의 배려로(활인) 필드에 따라 가는데 망신은 당하지 말기위해서...ㅎㅎ
호재님! 아주 멋진 관전 이었습니다. 이것 역시 일상속 의 열정 같은 것 입니다.
가을 햇살아래 즐긴 즐거움 입니다.
나는 세쨋날 오늘 경기 관전했습니다.
새벽에 비가와서 약간 추웠지만 세계적인 프로들을 가까이서 볼수있어 나는 대단히 즐거웠습니다.
경기진행도 매끄럽고 갤러리의 메너도 이만하면 좋은것같고 우리나라 국력신장을 느꼈습니다.
김호재프로(?)는 선수들의 분석도 탁월하시네요. 잘 읽었습니다
이번 미국팀 잭존슨 선수하고 닮았다는 말 듣지 않습니까? 오늘 집사람하고 TV보면서 똑같다고 감탄을 했습니다.!!
일본에서 몇부부가 관전을 와서 오늘 저녁 같이 하고 방금 돌아 왔습니다.
멀리서도 구경오는데.. 잘 다녀 오셨습니다.
맞아요. 어떻게나 닮았는지...깜작 놀랐습니다. 그져 일상에서 돋보이는 열정이 좋아 늘 칭송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사는게 맞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