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지세포를 출발해서 점심때 그 유명한 학동 몽돌 해수욕장까지 갔다.
날씨는 여름 날씨처럼 햇볕은 따갑고, 부르튼 발은 점점 아파오고, 너무 힘들었다.
변변찮게 먹은 아침 때문인지 배도 고팠다.
뭐라도 먹을까하고 몽돌 해수욕장에서 길로 나섰는데 마침 고현 버스 터미널로 가는 버스가 도착해 있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버스로 달려가 무작정 버스를 타고 보니 12시 4분이었다.
아마 엊저녁에 남편이 보낸 문자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남편 문자엔 "여보, 내일은 김해 공항 가서 비행기로 편하게 와요. 돈 아낀다고 고생하지 말아요.
날씨도 더운데 아픈데나 없는지 걱정 되요." 라고 씌어져 있었다.
22일날은 전주 TV방송국에서 특강을 하기로 한 날이어서 21일날 집으로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남편이 보고 싶은 마음에 버스를 탔다. 고현 버스 터미널까지는 1시간 10분이 걸렸다.
차에 타고 앉아 내가 걸었던 길들을 내다보니 참 많이도 걸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에 도착하자마자 대합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김해 공항을 경유하는 2시 15분에 출발하는 버스가 있었다.
망설임 없이 표를 끊고나니(6,500원) 약 1시간을 기다려야했다.
우선 배가 고팠으므로 시내로 가서 이리저리 찾아 다니다가 <본죽> 집으로 들어가서 해물죽을 시켰는데
나중에 나온 걸 보니 양이 얼마나 많은지 배가 고픈데도 반그릇 밖에 먹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거의 되어서 터미널로 가서 잠시 후에 김해 공항을 경유하는 부산행 버스에 탔다.
(거제도에서 부산을 잇는 가거 대교가 생겨서 거제도에서 부산까지는 한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
버스에 오르자마자 작은 아들한테 부탁해서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갑자기 나타나서 남편을 놀래 줄까하다가 전화를 했다.
남편이 대뜸, "어디까지 갔어? 점심은?"하고 연이어 물었다.
"당신 보고 싶어서 학동까지 걷다가 그냥 버스 탔어요." 했더니 너무 좋아 했다.
비행기 타고 간다고 하니까 무조건 "잘했군 잘했어!"였다.
전화를 한후 피곤해서 졸다 깨다 하다 보니 어느새 김해 공항이었다.
비행기는 4시 반 비행기여서 약 1시간을 기다렸다.
그래도 집에 간다는 생각에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신문을 한 장 사서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시간이되어 비행기에 올라 내 좌석에 앉으니 집에 간다는 실감이 났다.
너무 편하고 좋았다. 탑승한지 정확히 한 시간만에 김포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인천 지하철에 올라 아주 편하게 집까지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니 남편이 배낭을 벗겨 받아주며 얼른 손씻고 나와 밥먹자고 하는데
보니까 저녁상이 차려져 있었다.
식탁 위에는 중탕을 한 새우젓 달걀 찜도 있고, 묵은지에 돼지 고기 넣고 끓인 김치찌게,
게다가 밥은 전기 밥솥에 한 밥이 아니라 냄비에 한 밥이었다.
남편 말로는 밥은 냄비에 해서 밥잣는 소리가 바자작~바자작~나고
뚜껑을 열었을때 자자작 소리가 나는 밥이 젤 맛있는 밥이라고 하더니
그런 밥을 고슬고슬하게 지어서 한 공기 떠 줬다.
백발의 영감이 차려준 밥을 한 술떠서 입에 넣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훗날 남편이 없다면 아무리 내가 체력이 남아 있다고 해도 여행은 도저히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 없는 빈집에 혼자 들어설 생각을 하면 나도 모르게 도리질이 쳐진다.
정말 너무나 고마운 남편이다. 사람들은 나더러 <대단하다>고 하지만 당차 보이는
내 뒤엔 저렇게 나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남편이 있어서 가능하다.
19일 방송된 KBS TV <한국 한국인>화면 /사진 한겨레 신문
친자매처럼 지내는 블로거님이 보내주신 사진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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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내일 일정은 KBS 출발 멋진 인생 라디오 전화 인터뷰 오후 1시 40분부터 55분까지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JTV 전주 방송 '행복플러스'특강 약 2시간 녹화.
<행복플러스>는 전주에서 제작되어 서울을 제외한 전국으로 방송되며(SBS 체널) 각계 각층의 권위있는
명사들을 모시고, 다양한 주제의 얘기를 들으면서 인생의 행복과 꿈에 대해 생각해 보는 프로그램입니다.
구성애 성전문가, 김태곤 국악인,허영호 산악인, 박경철 안동 병원장, 증권 전문가, 도법스님, 이상용 뽀빠이,
차동엽 신부 미래사목 연구소장 등이 출연했습니다. 방송국에서 보내온 자료에서 ..
23일 오전 9시~11시까지 신문사 인터뷰 및 촬영, 오후 6시 ~7시 MBC 라디오 녹음 방문
24일 남원 강연 (지리산 둘레길 행사)
25일 지리산 둘레길 참가자들과 같이 걷기
26일 남원에서 바로 거제도 학동으로 돌아가 이어 걷기
사실 1차 해안일주때처럼 주욱 쉬지 않고 이어 걷지 못하고 다른 일정을 맞춰 나가면서 걸으려니 자꾸 일정이 늦어져서
마음에 걸리지만 한편 생각해보니 무슨 경기를 치루는 것도 아니고 다른 일 해 가면서 천천히 가는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2차 해안일주는 그냥 천천히 걸어 봐야겠다.
첫댓글 전날 방송 예고편에서 만난 안나님..
여행중이어서 방송을 챙겨보지 못하고 전화통화만 하게 되구 말았네요.
늘 짜여진 계획들로 마음도 분주하실텐데.. 두분 건강하세요.
그리고 천천히.. 지금처럼 여유있게 ... 그렇게 걸으시길요.
오랫만이네요~~~참 부럽다는 생각외에는 ...건간 잘 챙기세요
참대단하신 안나님 ! 그열정뒤에는 남편분이 계셨기에 용기얻어 할수있었겠지요 ?
다시한번 박수보냅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부럽기만 합니다, 건강하셔야해요 오래~~
안나님 뒤에는 멋진 버팀목인 남편이 계시기에
힘든 해안 일주길에서도 외롭지 않으셨나 싶습니다.
방송에서 말씀하셨듯이 사막에서 별도 보시고 즐거운 노년의 삶 되세요.
힘든 도보여행속에
방송과 기타 일로 자꾸 마음이 조급해 지신다는 마음.....이제
시간을 초월 하세요
올 크리스마스 안에 까지 한대도 누가 뭐라 하겟습니까...ㅎㅎㅎㅎ
무엇보담도 가끔씩 집에 들리는 그 반가움에
옆지기의 소중함이 더 뭉클하실거에요
안나님 , 화이팅 입니다^^
많이 오셨네요. 힘드시죠?
오붓한 만남에 정이 묻어나는 냄비밥, 환한 표정의 두 분 사진이 보기 참 좋습니다.
홧팅~~~홧팅~~~~~~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