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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 갇힌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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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아뜨리에,.. 애송시 스크랩 맨드라미 외 / 송찬호
동산 추천 0 조회 61 09.07.26 14:31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맨드라미 / 송찬호

 

 

 

 

    맨드라미 머리에 한 됫박 피를 들이붓는 계관(鷄

冠)식 날이었다

    폭풍우에 멀리 날아간 우산을 찾아 소년 무지개가

집을 떠나는 날ㄹ이었다

    앵두나무 그늘에 버려진 하모니카도 썩은 어금니

로 환하게 웃는 날이었다

 

    멀고 가까운 곳에서 맨드라미 동문들이 찾아와 축

하를 해준 날이었다

    봉숭아 금잔화 천일홍 등으로 구성된 장독대 악단

의 찬조 공연도 펼쳐진 날이었다

    우리도 가만있을 순 없지, 일요회 소속 맨드라미파

화가들도 풍경화 몇 점 남긴 날이었다

 

    이건 약소한데요, 인근 슈퍼에서 후원한 박카스도

한 병씩 돌리는 날이었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네 웬 붉은 깍두기 머리들이

이리 많이 모였지?

    땀 뻘뻘 흘리며 나비 검침원이 여기저기 찔러보고

날아다니는 긴긴 여름날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나팔꽃 우체국 / 송찬호

 

 

 

 

    요즈음 간절기라서 꽃의 집배가 좀 더디다

    그래도 누구든 생일날 아침이면 꽃나팔 불어준다

    어제는 여름 꽃 실리즈 우표가 새로 들어왔다

    요즘 꽃들은 향기가 없어 주소 찾기 힘들다지만

    너는 알지? 우리 꿀벌 통신들 언제나 부지런하다

는 걸

 

    혹시 너와 나 사이 오랫동안 소식이 끊긴다 하더

라도

    이 세계의 서사는 죽지 않으리라 믿는다

    미래로 우리를 태우고 갈 꽃마차는

    끝없이 갈라져 나가다가도 끊어질 듯 이어지는

    저와 같은 나팔꽃 이야기일 테니까

 

    올부터 우리는 그리운 옛 꽃씨를 모으는 중이다

    보내는 주소는, 조그만 종이봉투 나팔꽃 사서함

    우리 동네 꽃동네 나팔꽃 우체국

 

 

 

 

 

 

 

 

 

 

 

 

 

 

    백일홍 / 송찬호

 

 

 

 

    담벼락 아래 옹기종기 모여 노는 대가리 부스럼투

 성이 백일홍들

    공기놀이하는 백일홍 물구나무서기하는 백일홍

    양식 구하러 간 엄마 언제 오나 까치발 하여 멀리

동구 밖 내다보는 백일홍

 

    놀다 허기지면 우물가에 내려가 한 바가지씩 물배

를 채우고

    오뉴월 땡볕 똥글똥글 궁굴려 가는 쇠똥구리 백일홍

    다섯 살 막내 졸졸 따라다니며 누런 코 핥아 먹는

강아지 백일홍

 

    이담에 크면 우리 여기다 커다란 꽃밭을 만들자

    그다음 여기 꽃밭에다 뽐뿌를 박고

    촐랑촐랑 여기서 퍼올린 물로

    분홍물 다홍물 장사를하자

 

    그대 골목을 들어오시던 어머니,

    일평생 그날 단 하루 신식 여성이셨던 우리 어머니

    그날 친정 갔다 얻어 입고 온 허름한 비로드 양장

치마저고리

    그때 처녀 적 수줍음처럼 어머니 가슴에서 반짝이

던 빠알간 백일홍 브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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