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오오님께)
◆ ►오늘도 우리 수탉은 점순네 수탉에게 쪼이고 있다. 우리 수탉은 아직 아물지도 않은 상처를 또 쪼이어 선혈이 낭자하다. 이번에도 분명 그놈의 계집애가 나를 약 올리려고 쌈을 붙여 논 것임에 틀림없다.
나흘 전, 내가 울타리를 엮고 있을 때, 점순이가 갑자기 다가와서는 잔소리를 늘어놓다가 감자를 내밀며 건네지만 나는 도로 밀어버려 거절했다.
점순이는 그에 얼굴이 빨개져 나를 쏘아보고 달아났다. 그 다음 날 점순이가 우리 집 씨암탉을 잡아다가 때려주기에 뭐라 했더니 배냇병신이라며 욕을 하고는 사람만 없으면 수탉과 싸움을 붙여놓고 우리 닭을 피투성이로 만들었다.
나는 닭에게 고추장을 먹여 점순이네 수탉과 싸움을 했다가 닭을 죽일 뻔했다. 그런데
점순이가 다시 닭싸움을 시켜놓고 동백꽃이 가득한 바윗돌 틈에 앉아 호드기를 불고 있었다. 나는 죽어가는 우리 닭을 보고 점순이네 닭을 때려죽이고 그에 겁을 잔뜩 먹고 울어버렸다. 점순이는 나를 용서해주겠다며 나긋하게 말을 하고 동백꽃 밭으로 넘어뜨렸다.
◆ ►고개가 달라붙어 몸뚱이에 대강이를 갖다가 붙인 것 같다. 거기다가 얼굴이 몹시 얽고 입이 크다. 머리는 전에 새 꼬랑지 같은 것을 주인의 명령으로 깎기는 깎았으나 불밤송이 모양으로 언제든지 푸하고 일어섰다. 그래 걸어 다니는 것을 보면 마치 옴두꺼비가 서서 다니는 것 같이 숨차 보이고 더디어 보인다. 동네 사람들이 부르기를 【삼룡이】라 부르는 법이 없고 언제든지 「벙어리」「벙어리」라고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앵모」「앵모」'한다. 그렇지만 삼룡이는 그 소리를 알지 못한다.」
-「그 집에는 삼룡이라는 벙어리 하인(下人)이 하나가 있으니 키가 몹시 크지 못하여 땅딸보이고
주인집 망난이 아들이 새 색씨를 맞는 날 - 【삼룡이】는 하늘에서 하강하는 선녀(仙女)를 보았다.
그냥 보기만 해도 저절로 마음이 밝아오고 사지가 떨리도록 아득해진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연모(戀慕)는 꿈도 꾸지 못하는 삼룡이에게 망난이 아들은 질투를 느끼고 죽도록 두들겨 패고 내쫓는다.
그 날 밤 주인집에 화광(火光)이 충천하는데 【삼룡이】는 저 화갱(火坑) 속을 아랑 곳 하지 않고 새아씨를 구하러 뛰어든다.
「 거기서 나오다가 문설주가 떨어지며 왼팔이 부러졌다. 그러나 그것도 몰랐다. 그는, 다시 광으로 가 보았다. 거기도 없었다. 그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때야 그는 색시가 타죽으려고 이불을 쓰고 누워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색시를 안았다. 그리고는 길을 찾았다. 그는 비로소 자기의 몸이 자유롭지 못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자기가 여태까지 맛보지 못한 즐거운 쾌감(快感)을 자기의 가슴에 느끼는 것을 알았다. 색시를 자기 가슴에 안았을 때 그는 이제 처음으로 살아난 듯하였다. 그는 자기의 목숨이 다한 줄 알았을 때, 그 색시를 자기 가슴에 힘껏 껴안았다가 다시 그를 데리고 불 가운데를 헤치고 바깥으로 나온 뒤에 색시를 내려놓을 때에는 그녀는 벌써 목숨이 끊어진 뒤였다. 집은 모조리 타고 【삼룡이】는 색시 무릎에 누워 있었다.
그의 울분은 그 불과 함께 사려졌을지! 평화롭고 행복스러운 웃음이 그의 입 가장자리에 엷게 나타났을 뿐이다.」
▻지천명(知天命) 耳順이 되니 연심(戀心)은 호롱불심지 불꽃 마냥 가물가물 해 집니다.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굴곡 과 질곡에 그 화원은 뭉거져버려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게 황막한 사막으로 쇠퇴되어 가는 데 그대의 제안은 그야말로 오아시스요 낭만입니다.
지난 사춘기 시절 김소월, 박목월. 서정주. 김영랑. 등에 매료되어 봄밤을 밝히면서 연애편지를 썼던 추억 또한 희미한 주마등이 되었습니다. 연애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요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사랑 앞에서는 진실만이 있을 뿐입니다. 진정한 사랑이야말로 한 몸을 던져질 수 있는 헌신(獻身)만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순수(純粹)한 사랑에 거짓과 농담이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만남입니다. 그리고 연애가 아니라 교제(交際)를 위한 권모술수(權謀術數)입니다.
비단 남 녀 간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중에도 참으로 신중히 생각할 문제라 생각됩니다. 그것은 말 한마디 잘못으로 인하여 실로 참다한 설화(說話)가 있기 때문입니다.
◇ 농가성진(弄假成眞)- 농담으로 한 것이 우연찮게 사실로 이루어짐) 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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