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제2회 수주문학상 당선작]
감꽃
손택수
1
감꽃 핀다, 어디선가 소식 없는 사람들 편지라도 한 장 날아들 것 같다.
사람도 짐도 땟국물이 흐르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
기우고 기웠지만 어딘지 정이 헤퍼 보이는 철망을 달고
옥수수 한 줌 쌀 한 줌 가난을 폭죽처럼 터뜨리던
뻥튀기 할아버지, 잠들어 계신 언덕일까
아지랑이 아지랑이 마술의 주문이 오르고
햇빛에 달귀진 선로 끝 아득히 멀리서 부터 기적이 울리면
뻥, 튀긴 희망에 주린 배를 달래 본적 있나, 설사를 하며 속아본 적
속을 줄 알면서도 튀밥이 튀면 허천나게 달려든 적이 있어!
꽃이 튄다, 저만치 떨어져서 귀를 막는다.
나를 묻는 땅속 꽃씨 한줌도 성급하게 피어날까
튀밥처럼 뻥 하고 튀어오를까, 귀청이 다 떨어지도록
치밀어오는 그리움, 아그데 아그데 감나무 굶주린 꽃이 핀다
2
감나무 아래 들이 잠에 들고 깊다
떨어진 풋감처럼 떫디 떫은 잠이라도
헤 입벌린 채 빠져들고 싶다
밭일 간 엄마를 기다리는 동안
아가 울지 마라, 자꾸 울면 쐐기가 떨어진다.
이파리로 다독다독, 잎바람을 일으켜
자장가를 불려주던
유모의 품속으로 들어가 잠들고 싶다
헤 벌린 입에 젖을 물려주기 위해
받아먹지 못하는 젖을 넣어주기 위해
아래로 축 처져 있던 감나무 가지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