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의 항변
이서빈
진달래나무 머리에 올라앉은 모자가 붉은울음을 우네
날 보고 왜 꼭 머리 꼭대기서 군림하기만 좋아하냐고?
그리 한가한 소리 마시게
농부 머리에 서서 땡볕과 싸우고
투수 머리에 서서 타자와 싸우고
마술사 머리에 서서 관객 눈빛과 싸우고
대머리에 서서 창피猖披와 싸우고
공사장 인부 머리에 서서 온갖 위험과 싸우고
머리위에 서서 목숨 걸고 싸우는 나를 군림한다고 매도하다니
여보시게나
소쩍새가 배고프다 피울음 울 때
장군들은 왜 나라를 구해 이렇게 배고파 울게 만드냐고 할 텐가?
피로 나라를 구한 장군들 원혼이 자신을 달래기 위해
봄이면 진달래나무 머리에 붉은모자로 환생해
이 나라가 피로 얼룩지지 못하게 싸우고 있다네
자네는 단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본 적이 있는가!
---이서빈 외{그러니까, 그 무렵}(근간)에서
모자란 무엇이고, 모자에는 어떤 종류들이 있는 것일까? 모자란 머리에 쓰는 것을 통틀어 말하는 것이고, 모자의 종류는 아주 다양하고 많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밀짚모자와 야구모자, 정장모자와 생활현장의 안전모자 등이 있으며, 밀짚모자와 야구모자 등은 레저와 스포츠용품이라는 것을 뜻하고, 군인, 학생, 간호사, 경찰, 승무원, 사제, 황제 등이 쓰는 모자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정장모자를 뜻하며, 농부와 노동자들과 사냥꾼들의 모자는 그야말로 생명보호가 주목적인 모자라는 것을 뜻한다. 모자는 이처럼 일생생활의 생활용품이자 생명보호의 안전모자이며, 그리고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용도로 아주 다양하고 폭넓게 쓰이고 있으며, 그 사회적, 문화적 의미는 ‘모자의 현상학’으로 정립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서빈 시인의 [모자의 항변]은 애국시민의 모자이며, 상하의 신분을 떠나서 “남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온 자의 초상이라고 할 수가 있다. 잎보다 먼저 피고 그토록 사납고 무섭던 동장군을 물리친 진달래를 모자로 인간화시키고, 이 모자야말로 천하무적의 상승장군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진달래모자는 타인들의 머리 꼭대기에서 군림하기 좋아하는 모자가 아닌데, 왜냐하면 “소쩍새가 배고프다 피울음 울 때” 그 민중들을 구원하기 위해 자기 자신의 목숨을 바쳐온 애국시민이기 때문이다. 진달래나무의 모자는 장군과 사제와 황제의 모자처럼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모자가 아니라, “피로 나라를 구한 장군들의 원혼이 자신을 달래기 위해/ 봄이면 진달래나무 머리에 붉은모자로 환생해/ 이 나라가 피로 얼룩지지 못하게 싸우고” 있는 그야말로 애국시민의 모자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진달래나무의 모자는 삼천리 금수강산을 하나로 물들이는 모자이며, 대한민국 전체의 애국시민은 뜻하는 집단명사라고 할 수가 있다.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주권이 국민에게 있듯이, 모든 선진국가에서는 애국시민이 아닌 사람이 없다. 농부의 머리에 서서 땡볕과 싸우고, 투수의 머리에 서서 타자와 싸운다. 마술사의 머리에 서서 관객의 눈빛과 싸우고, 대머리에 서서 창피猖披와 싸운다. 공사장 인부의 머리에 서서 온갖 위험과 싸우고, “소쩍새가 배고프다고 피울음 울 때”는 그 가난하고 헐벗고 굶주린 사람들을 위해 싸운다.
이서빈 시인의 모자는 사회적 지위와 권위를 나타내는 모자도 아니고, 수많은 신사와 숙녀들의 장식용 모자도 아니다. 또한, 이서빈 시인의 모자는 밀짚모자와 야구모자처럼 단순 레저와 스포츠 용품의 모자도 아니고, 대한민국의 민심과 국력을 하나로 결집시키는 애국시민의 모자라고 할 수가 있다.
자유의 모자, 평등의 모자, 사랑의 모자----, 이 모자와 모자들이 모이면 천하무적의 애국시민이 되고, 그 어떤 황제와 로마교황의 모자보다도 더욱더 고귀하고 자랑스러운 모자가 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서빈 시인의 [모자의 항변]: “자네는 단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 치열하게 싸워본 적이 있는가!”라는 시구는 우리 대한민국을 일등국가와 일등국민의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는 너무나도 고귀하고 위대한 ‘애국시민의 사자후라고 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서빈 시인의 [모자의 항변]은 붉디붉은 사자후이며, 이 지구상에서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대한민국의 찬가라고 할 수가 있다.